23일 서울대의 중간발표로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이 기정사실화되자, 정치권내 '황우석 도우미'의 선봉에 섰던 한나라당의 '발 빼기' 노력이 목불인견 수준이다.
***황 교수 사태에서 '청와대'만 특화시킨 한나라식 공격법 **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발표는 중간발표인 만큼 최종 발표가 나올 때까지 우리 모두 흥분과 예단을 자제하고 지켜보자"면서도 "그러나 이 사태에서 반드시 밝히고 규명해야 할 것은 황 교수 사태에 대해 청와대가 얼마나 깊숙이 개입됐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또 "청와대가 사건의 정황을 다 알면서도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이 크다"며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책임을 밝혀내기 위한 국정조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지일관 황 교수를 향한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 왔던 한나라당은 논문 조작 사실이 밝혀지고 황 교수에 대한 여론이 바뀌자, 이같은 논문진위 논란을 넘어서기 위해 청와대 책임론을 별도로 제기하면서 황 교수를 싸고 돌던 상황에서 슬그머니 발을 빼려 하는 것이다.
***한나라 "그간 '황우석 감싸기'도 청와대 탓"? **
의외로 쉽게 발이 빠져 머쓱해진 탓일까? 한나라당은 한 술 더 떠 황 교수를 일방적으로 신뢰했던 과거의 '책임'까지 청와대로 떠넘겼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는 잘못 돌아가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지만 한나라당은 정보가 전혀 없으니 황 교수를 신뢰하고 흔들지 말자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우리가 그런 얘기를 할 때 청와대는 '전부 가짠디…'하며 얼마나 웃었겠냐"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한마디로 '몰라서 그랬다'는 설명이었다. 동시에 '모르고 그랬던' 다른 장삼이사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변명이 설득력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황 교수 논문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자,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들은 여러 통로를 통해 그것도 여러 차례 정당한 문제제기를 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책임은 분명 한나라당에 있다.
한나라당이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이 제시한 '정보'를 '좌파세력의 음해'로 백안시 하지만 않았더라도, 참고만 했더라도 "황 교수를 탄압하는 이들을 격리시켜야 한다"는 식의 낯부끄러운 반응은 막을 수 있었을 터이기 때문이다.
또 9석 미니 야당인 민주노동당은 분명 한나라당과는 차별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는 점에서 '야당이라 몰랐다'는 한나라당의 변명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어 보인다.
***'청와대 책임론'도 좋지만, '남의 말 안 듣는' 한나라당도 자성해야 **
물론, 한나라당의 '청와대 책임론' 자체는 정당해 보인다. 청와대가 황 교수 사건의 전말 중 얼마나 알고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는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그러나 국정조사를 통해 청와대의 심각한 실책이 드러난다 해도, 그것과는 전혀 별개로 황 교수를 일방적으로 비호하고 여론에 편승해 일방적 주장을 일삼아 온 한나라당의 그간 처신 역시 묵과되긴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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