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는 1996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 씨 등 남매가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인수할 때 삼성 비서실 실무진이 일부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1일 "관련자들이 경영지배권 이전 혐의는 여전히 부인하지만 처음 수사 때와 달리 실무선에서 부분적으로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다른 자료와 연결시켜 공모관계를 입증할 정황증거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재용 씨 등이 CB 인수 때 사용한 수표에서 남매가 상호 배서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엄격하게 따지면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볼 수 있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다 완성됐다"고 덧붙였다.
인수자금 입금전표상 4남매가 본인 명의로 자금을 입금한 것으로 돼있지만, 당시 재용 씨는 일본유학 중이었고 나머지 동생 3명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 사이의 나이였으며 상호배서를 한 점 등으로 미뤄 비서실 등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수표배서 등 실무 차원의 개입 외에 경영권 이전을 목적으로 그룹 내부에서 CB 인수에 개입한 단서를 좇고 있다.
한편 검찰은 에버랜드 CB를 실권하지 않고 인수한 CJ(당시 제일제당) 등 법인주주 실무자들을 잇따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실무자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현명관 삼성물산 회장의 소환조사도 검토 중이다.
당시 에버랜드 감사를 맡고 있었던 현 회장은 이건희 회장 등 주주들과 함께 법학교수 43명에 의해 특경가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현 회장은 1994년 2월부터 1997년 3월까지 에버랜드 감사를 지냈으며, 그 후임은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 부회장(1997.3∼2000.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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