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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더 나은 세상을 꿈꿀 권리는 보장돼야죠"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12/20] '양심적 병역거부' 임성환씨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회적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종교등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요. 지금까지 이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감옥에 가는 수 밖에 없었지만, 최근에는 이들의 소신을 존중해 사회봉사와 같은 대체복무제 도입하라는 주장이 힘을 얻어 가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국회에 이와 같은 취지의 법안이 상정되어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곧 이 문제에 대해서 심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과연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국가폭력에 동참할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병역거부를 밝히고 지난해 9월 법정 구속됐다가 최근 10여개월만에 가석방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임성환씨와 만나 말씀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한 출판사 아웃사이더 임성환 대표입니다.

임성환 대표는 1976년생으로 97년 연세대학교를 중퇴한 뒤 벤처업계에서 4여년간 일해 왔습니다. 2002년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담은 격월간 잡지 '아웃사이더'를 운영해 왔으며 2003년 7월 국가폭력에 동참할 의사가 없다며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지난해 9월 8일 법원이 1년 6개월형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돼 지난 11월말까지 복역하고 최근 석방됐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임성환 :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석방되신 지가 언제이죠? 정확하게?

임성환 : 지난 달 말에 30일에 석방돼서 나왔습니다.

박인규 : 일단은 축하 드리고요.

임성환 : 감사합니다.

박인규 : 그럼 얼마 동안 계셨던 거죠?

임성환 : 1년 3개월정도 있었습니다. 1년 6개월형을 받고 대략 3개월정도 가석방 기간으로 조금 빨리 나오게 됐습니다.

박인규 : 감옥에 가신 이유는 병역법 위반이 되는 겁니까? 병역기피가 되는 겁니까?

임성환 : 병역법 위반입니다.

박인규 : 그럼 감옥 다녀오셨으니 다시 군대에 가셔야 합니까?

임성환 :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마 현역군제도가 1년 6개월 이상 실형을 선고 받은 사람은 군대에 갈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그것을 감안해서 아마 맞춤형으로 선고한 듯 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최근에 '여호와의 증인' 분들이나 종교적인 사유나, 평화적인 사유로 병역거부를 선언하신 분들이 같은 형을 선고 받고, 같은 기간에 나오고 있습니다.

박인규 :2003년 7월 달에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 기자회견을 하셨는데, 제가 듣기로는 IT업계에 계셔서 병역특례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런 선언을 공개적으로 하신 계기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임성환 : 일단 근본적인 계기는요. 물론 개인적인 사유의 결과이겠지만 제가 '아웃사이더'라는 매체를 맡은 후에 한국에 깊이 뿌리 내린 군사문화에 대한 먼저 성찰과정이 있었고요. 그 이후에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고 민간인학살사건 같은 것이 있었고, 또 한국이 파병을 결정하고 하면서..이런 부분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의 반대의사를 표명을 해야겠다는..라는 결정이 있었습니다. 또 그 전에 오태양씨나 유호근씨..이런 분들이 병역거부 선언을 하고, 또 자신의 신념을 표출한 것에 영향을 받은 듯 합니다.

박인규 : 군대라는 조직이 문제가 많은 조직이다? 그런 생각을 하셨다는 말씀이시죠?

임성환 : 그렇죠.

박인규 : 그렇지만 주변에서는 많이 반대를 했을 것 같은데요? 병역특례도 가능한데..말하자면 공개적으로 병역거부를 밝혀서 고생을 자초할 필요가 있느냐? 라거나 부모님들이나 가족들이 반대하지는 않았던가요?

임성환 : 부모님의 반대도 물론 있었고요. 나중에는 어느 정도 공감해 주신 부분도 있지만 또 가까이 계신 분들 역시도 저의 의사는 알고 계셨지만 적극적으로 반대를 많이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감옥에 가야 한다는 현실도 그렇고 또 제가 잡지 발행인이자 사회활동가의 삶도 있었지만 경영자로의 삶을 계속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그런 걱정들을 많이 하셨죠.

박인규 : 군대를 가지 않으려면, 선언할 당시에는 출판사 발행인이었지만 그 전에는 IT업계에 계셨잖아요? IT업계에 계속해서 있으면서 3년간 근무를 하면 대체복무와 비슷한 형식으로 군대를 안 가는 방법이 있는데,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안 갈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공개적으로 '나는 군대에 못 가겠다'라고 밝힌 것은 본인이 개인적으로 군대를 안 가기 보다는..그것에서 노리는 사회적 목표 같은 것도 있었던 거 같아요?

임성환 : 네. 일단은 지금 말씀 하신 것은, 병역특례제도라고 하는데요. 병역특례제도라는 용어는 공식적으로 지금 안 쓰려고 하고 있을 겁니다. 용어자체를 폐기하려고 하는데..왜냐하면, 특례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으니까요. 사실 제도적인 문제가 많은 사안입니다. 병역특례라고 해서 IT업체나 일반 기업들의 군대 대신 3년동안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데, 이것은 악용의 소지도 높고 또 특정 계층에 의해서 군대를 오히려 진심으로 기피하고 다른 방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은 제도이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 의식도 있었고, 또 병역특례제도도 4주간의 군사훈련이 있고 국방부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이고..그런 전반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고 파병을 결정하고..어떤 국가적인 폭력이 행사된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개인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의사표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또한 장기적으로는 한 국가가 가진 징병제도라고 하는 자체에 대해서 한 번 깊이 성찰할 기회들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그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박인규 : 군대라는 것에 대한 어떤 사회적 환기를 위해서 하셨다는 말씀인데, 15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하시면서 힘들지는 않았습니까? 본인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습니까?

임성환 : 제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 되겠죠.

박인규 : 교도소에 계시면서 임성환씨와 같은 이유로 들어온 분들을 만나 본 경험이 있습니까?

임성환 : 병역법위반으로 들어 오신 분들은 많이 계셨고요. 모두 '여호와의 증인'이셨습니다. 평화적인 사유로 구속돼서 같이 있었던 분은 제가 영등포구치소에 있었는데..그런 분은 없었습니다.

박인규 : 지금 병역거부를 이유로 수감 된 분들이 1200명이고, 매년 600명이 가고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 이런 분들은 '여호와의 증인'과 같은 종교적인 이유로 가신 분들이 많습니까?

임성환 : 네. 그렇죠. 평화적인 사유로 가신 분들은 아직 숫자로는 10여명에 불과하고요.

박인규 : 말하자면 그런 종교의 사유로 가신 분들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소신으로 가신 분들은 많지 않다? 제가 알기로는 개인의 어떤 평화주의적 결단에 의해서 '내가 군대를 못 가겠다'라고 선언한 분이 오태양이라는 분인 것 같은데 맞습니까?

임성환 : '여호와의 증인'분들을 제외하고 첫 번째로 선언하신 분이 오태양씨죠.

박인규 : 지금 그런 식으로 오태양씨 이후로 양심적 병역거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사람으로 임성환씨가 몇 번째 입니까?

임성환 : 제가 7번째로 알고 있고요. 지금 20여분 정도..

박인규 : 그럼 그 20여분이 모두 감옥에 계십니까?

임성환 : 아니요. 며칠 전에도 세 분이 선언을 하셨고요. 얼마 전에는 최초로 천주교에서 고동주씨라는 분인 선언을 하셨었고요. 아직 감옥에 가지 않은 분들도 몇 분 계십니다. 최근에 법원에서도 불구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교도소에 계시면서 일반 다른 이유로 들어온 수감 된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 분들에게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 때문에 내가 여기 와 있다고..했을 때 남자분들의 반응이 어떻던가요?

임성환 : 대 놓고 비판하시는 분들도 소수 계시기는 한데요. '여호와의 증인' 분들이 워낙 오랜 기간동안 일제시대부터 계속 연간 굉장한 다수가..지금 만 몇 천명에 이르는 분들이 계속해서 구속이 됐기 때문에 사실 수감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모두 전후 사정을 알고 있고..또 '여호와 증인'분들이 워낙 모범적으로 오랜 기간 생활을 해 오셨기 때문에 오히려 밖에서보다는 훨씬 더 많이 수감자 분들이 이해하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눈길은 오히려 적은 편입니다.

박인규 : 그렇습니까? 저는 흔히 남자들의 영원한 주제가 군대..그래서 군대를 다녀와야 사내가 된다..사람이 된다..해서 상당히 비판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의외네요?

임성환 : 그런 부분도 있고요. 농담 삼아 얘기 하자면, 다 같이 죄를 짓고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누군가에 대한 비판을 사실은 서로 조심하는 편입니다.

박인규 : 이런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평화주의라는 개인의 소신은 존중해 주지만 우리 나라의 어떤 안보사안이라든가 여러 가지에서 군대는 필요한 것이 아니냐?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병역의무에 무임승차를 한 것은 아니냐?..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 그런 비판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임성환 : 그런 분들의 사고 자체에 대해서는 존중합니다. 궁극적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거기서 무엇인가를 착취하기 위해서 군대가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어떤 특정한 사람들을 그런 상황자체를 발생시키지 않기 위해서 군대가 어떤 형태로든지 실제로 전쟁에 참여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오히려 예방하는 측면에서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존중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어떤 한국적인 환경에서..병역거부자들이 자신의 평화를 실천하고 자기의 신념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군대라는 조직에 동참하지 않고 그것으로 치뤄야 하는 희생이..군대에 가서 고생하시는 분들 못지않게 고통스런 부분이 많기 때문에..이것은 단순히 무임승차를 하기 위해서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아닙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해를 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저는 그러한 사고를 가지고 군대에 가고 그것을 자신의 신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 대해서도 존중하고 있고, 저 외에 병역거부자들도 그런 부분에 공감을 하실 겁니다.

박인규 :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신 분들 끼리의 모임 같은 것이 혹시 있습니까?

임성환 : 네. '전쟁 없는 세상'이라는 모임이 있습니다.

박인규 : 그 곳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십니까?

임성환 :지금 현 단계에서는 아무래도 병역거부를 선언하시고 수감되는 과정에 계신 분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고요. 그 외에 어떤 한국의 군사문제 전반을 지적하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나, 문화적인 폭력들..이런 부분에 스며드는 군사문화적인 것들을 분석하고, 알리고, 소식지를 내고..이런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어떤 분들이 주로 하고 계십니까? 아까 말씀 드린 오태양씨..이런 분들이 하고 계신 겁니까? 활동하신 분들이?

임성환 : 아니요. 꼭 그렇지는 않고요. 지금 후원회장으로 계신 분은 홍세화 선생님도 계시고요. 또 후원회팀은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후원인으로서 참여하고 계시고요. 활동가들은 여성분들도 계시고 일반적으로 평화주의자로서 평화활동가로서 활동해 오셨던 분들 중에 양심적 병역거부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주로 몸 담고 계십니다.

박인규 : 예를 들면 군대가 없어지고, 궁극적으로 침략과 전쟁과 군대가 없어지는 세상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안 그렇단 말이죠. 그러다 보니까 군대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런 상태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역할은 무엇이냐? 지금 군대문화를 고치자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군대를 없애는 것이냐? 어떤 하나의 소수자로서의 역할은 만족하는 것인가? 이런 커다란 목표..군대와 전쟁과, 침략이 없는 사회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들을 하고 계십니까?

임성환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어쩌면 병역거부를 지금 하신 분들이 모두 조금씩은 다르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의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한 개인이 점점 성숙해 가고 성숙단계를 거치면서 자신의 개체를 이뤄가듯이 인류도 일정한 성숙단계를 거치지 않을까..하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단계에서 그리고 문화가 발생한 역사와 세계사를 보면 마치 전쟁이라는 것은, 군대의 존재라는 것은 있을 수 밖에 없고 그것이 언제 어떻게든 활용될 수 밖에 없는 조직이고 앞으로도 영구히 존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계사를 피로 물들여 왔습니다. 그것은 사실이고..그러나 그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고 그것에 대해서 반성을 하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가..하는 부분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인류 역사상 전쟁과, 군대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그것이 없는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자유나 권리는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계속 노력을 하시겠다는 말씀이시죠?

임성환 : 그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거고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면 그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틀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존재해야만 앞으로의 미래가 이뤄지거든요. 미래에 대한 어떤 싹을 잘라 버리는 것은 아닌가? 그것에 대한 일방적인 탄압이나,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박인규 : 아마 군대가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또 반면에 양심적 이유로 군대를 안 가겠다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어쨌든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임성환씨 같은 경우는 정확하게 1년 3개월동안에 수형생활로..말하자면 댓가를 치뤘는데..지금 대체복무라고 해서 사회봉사 같은 것을 대신 시키자..그런 논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에도 그런 법안이 올라가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 어느 정도까지 되어 있습니까?

임성환 : 지금 임종인의원과 노회찬의원..두 분이 앞장서서 발의를 하고 계시고요. 상당부분 논의가 진행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안도 나왔고..

박인규 :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계십니까?

임성환 :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법안 개정안도 읽어 봤습니다.

박인규 : 대략 어떻게 다른 겁니까? 예를 들면, 군대 가는 기간동안에..

임성환 : 대략 3년정도의 대체복무기간을 두고 합숙하면서 사회봉사 활동, 그러니까 소방 화재 진압이나 특정 지역에서 노인분들이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분들을 돌보는 그런 일들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외국에서도 그렇게 하는 곳이 많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대만 같은 곳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임성환 : 가장 대표적인 나라가 아마 대만 일겁니다. 대만 같은 경우도 굉장히 안보 상황이 사실은 한국 못지 않게 위험한 나라인데요. 선진화 정책과 더불어서 대체근무제를 실행했고, 굉장히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대체복무제에 관해서는 이런 논란도 있더라고요.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면 군대 가기 싫은 젊은이들이 대거 지원해서 군대에 가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이런 주장을 펴는 분들도 계시던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성환 : 지금 대체 복무제 도입은 아니고요. 엄밀히 말하면 개선입니다. 이미 수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대체복무를 하고 있거든요. 소방지원도 그렇고, 의무경찰제도 그렇고..이런 것들은 사실은 대체복무제입니다. 이미 너무나 많은 인원들 대상으로 대체복무제를 실행하고 있는데, 군대 가기 싫은 분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이런 제도를 이용할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지금 사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개선안은 인원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 제안을 두고, 심사위원도 따로 두어서 지금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대체 복무제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정말 자신의 신념에 의한 것인가..그리고 그러한 활동이나 신념의 표현을 지속적으로 해 왔는가에 대해서도 심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현재 병역특례, IT업계나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것과 새로운 대체복무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데..

임성환 : 큰 차이가 없는데..다만 다른 것은, 4주간의 군사훈련이 포함이 됩니다. 기존의 대체복무제 같은 경우에는요. 국방부 산하에서..

박인규 : 현재 대체복무제를 하려면 일단은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

임성환 : 네. 사실은 '여호와의 증인' 분들이나 평화주의적 병역거부자분들 중에, 저를 포함해서 다수가 기존의 대체 복무제도를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4주간의 군사훈련 문제 때문에 포기한 분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4주간의 군사훈련도 받을 수 없다?

임성환 : 실제로 제가 영등포 구치소에 구속되어 있을 때, '여호와의 증인' 분들 중에 상당수가 이미 병역특례회사에 취업이 돼서 일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데, 4주 군사훈련 전에 구속이 되어서 들어오신 분들도 상당수 계셨습니다.

박인규 : 군사훈련을 받을 수 없다? 이 문제에 관련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당초 26일에 병역거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국가인권위원회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임성환 : 국가인권위원회의 경우에는 이 사안에 대해서 상당히 파악을 하고 계실 거구요. 어느 정도 입장 정리도 이미 이전에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간간히 언론을 통해서 하셨고, 다만 국가인권위원회 입장에서 하나의 국가기관으로서 입장을 발표한 후에 언론과 대중의 여론에 의해서 돌아보는 부분에 대해서 아마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이런 사안에 대해서 인식을 하고 계시다면 좀 더 명확하고 확실하게 입장 정리를 하시고 그것을 표현하시는 게 오히려 더 빠른 변화를 이끌어 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 아닐까..생각을 합니다. 이미 유죄 판결은 내렸지만 헌법 재판소나 대법원에서도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거든요. 본인들이 무죄판결을 내릴 만큼의 어떤 여론을 주도해 나갈 만큼의 어떤 에너지나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간의 합의는 없었지만 그렇게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입장 정리가 되어 있었고 발표를 한 상태였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인식을 좀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인규 : 저희 프로그램에 나오신 여성운동가 출신의 교수님이 '대한민국은 군대다' 라는 책을 쓰셨는데 말씀 하신 것 중에 군대 문화라는 것..군대문화라는 것이 단순히 군대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에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을 하셨거든요? 임성환씨도 그런 느낌을 받습니까? 군대를 가보시지는 않았지만 느끼고 있는 군대문화라는 것이 있으십니까?

임성환 : 대단히 그런 부분에 대해서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양심적 거부권에 대한 특히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의 어떤 폭력적인 반응 자체가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 정신적인 외상에 의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얼마 전에 한겨레 신문사에서도 발표를 했는데요. 군대를 다녀오기 전과 후의 개인이 어떻게 바뀌는가? 얼마나 사회에 순응적이 되고..

박인규 : 군대를 갔다 오면 순해져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임성환 : 그렇죠. 어떤 일반적인 강요에 의해서 그 강요에 쉽게 순응하는..그리고 창조성도 더 떨어지고 여성차별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이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지수로 만들어서 발표를 했었는데요. 그 것 외에도 가령 예를 들면, 한국사회에서 어떤 분쟁이 났다고 하면 나이를 먼저 따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것은 한국의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교문화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어떤 개인이 성인이 됐을 때 그에 대해서 존중을 하는 것이지..일방적으로 나이를 따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나이를 따지고 그것을 가지고 폭력적인 언행을 정당화시킨다는 자체가 하나의 군대의 계급문화의 치환이 아닐까..

박인규 : 아웃사이더라는 잡지가 경영하시다 보니까 병역거부쪽으로 생각이 가신 것은 아닙니까? 영향은 없습니까?

임성환 : 있습니다.(웃음) 영향은 있었고요. 그 영향에 의해서 신념이 바뀌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요. '아웃사이더'라는 잡지를 하면서 제가 좀 더 사회를 깊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내 자신과 인간에 대해서 좀 더 사회적인 관계를 재성찰하는 계기가 됐던 거죠.

박인규 : 자신의 소신 때문에 1년 3개월 동안 신체의 자유를 속박당하는 고통을 치르셨는데 앞으로 이런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와 관련해서 특별하게 어떤 활동을 하시겠다는 계획이 있으면 마지막으로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죠?

임성환 : 무엇보다도 저는 이 문제가 이번 대체 복무제도가 개선되고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생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도 근본적인 부분은 현재에도 이뤄지고 있는 분쟁들..그로 인해 일어나는 어떤 민간인 뿐만 아니라 전 군인들도 마찬가지로..이런 분들의 희생이나 고통 등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싶고요. 또 한국사회 내에서는 아까도 잠시 말씀 나눴지만 한국사회 내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군사문화의 잔재, 그리고 그것이 계속해서 재생산되는 시스템에 대해서 밝히고..아까도 말씀하셨던 지식인분들과도 연대해서 이런 문제들을 좀 더 분석하고, 사회적인 부분에서 군사적인 잔재를 거둬내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임성환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에서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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