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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의 진심을 국민이 이해해 주었으면..."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12/19] 이진 전 청와대 행정관

요즘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의 뒷얘기가 책으로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2월 대통령 취임에서 2004년 5월 탄핵기각에 이르기 까지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의 행보를 담아낸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 이라는 책인데요. 오늘 집중인터뷰에서는, 이 책의 저자, 이진 전 청와대 행정관을 만나봅니다. 올해 초까지 이년여간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취재하며 그가 듣고 바라본 주요 사건들과 이에 대한 대통령의 소신과 철학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을 펴낸 이진 전 청와대 행정관입니다. 이진 전 청와대 행정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월간지 기자, 방송작가로 일했으며, 미국 미주리대학교 저널리즘스쿨에서 탐사보도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참여정부 출범 이 후 올해 초반까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이진 : 안녕하세요?

박인규 : 이진 행정관..전 행정관보다 이진씨로 하겠습니다.

이진 : 네. 그러세요.(웃음)

박인규 : 책이 잘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많이 나간다고요?

이진 : (웃음)반응이 생각 외로 굉장히 좋았습니다.

박인규 : 우선 축하 드리고요. 제가 알기로는, 그 책을 보니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과 판단을 주로 구술로 받아 적었다..라고 하셨는데, 왜 이런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을 하셨는지 동기가 궁금합니다.

이진 : 몇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노무현정부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지 않았습니까? 그렇지만 기존의 우리들의 생각들 속에서는 역사라는 것을 과거에 대한 회고, 고증 이런 형태로 많이 돌아봤는데 이제는 현장에서 사실을 기록하고, 그것을 또 다른 역사가들이나 또 다른 연구자들이 계속해서 진실을 더욱 더 보강해 나가면서 바른 역사를 만들어가자는..이런 취지가 있었고요. 그 다음 또 하나는, 대통령께서 가끔 자신이 '고립된 삶을 갖는다.'라는 말씀을 하시곤 하셨어요. 그만큼 국민들과 직접 대화하고 싶으시고 이해를 구하고 싶으시지만 그런 환경이 많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그래서 저는 옆에서 직접 뵈었던 사람으로서 대통령이라는 섬과 국민이라는 육지 사이에 일종의 다리 같은 것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들어가서 직접 한 번 그 섬을 들여다 보시고 판단을 해 주십사..하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박인규 :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국민들에게 전달해야겠다는 말씀이신 거 같은데요. 책의 후기를 보니까 노무현 대통령도 원고를 읽어 보셨고, 보좌진들도 상당부분 읽어봤다고 되어 있던데요. 노무현대통령께서는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습니까? 이런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던가 하는 말씀은 없었습니까?

이진 : 책이 그렇게 미리 대통령님과 보좌님들께서 읽으셨다는 것 때문에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혹시 홍보물이 아니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책이 나오게 된 과정을 설명해 드리면, 그것이 또 하나의 노무현대통령님의 모습을 알 수 있는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저로서는 책을 쓴 사람으로서 대통령께서 직접 읽어 보시고 사실 확인을 해주시기를 부탁 드렸고, 대통령께서 읽어 보시고 난 후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필자로서 생각하기에 사실의 진위가 훼손되거나 하는 형태의 언급은 없으셨어요. 그리고 제가 맺음말에 짚어서 설명을 해 놓은 것이 있는데요. 제가 읽어 드리면 '이진씨의 눈에 비친 노무현의 세계..라는 한계를 넘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것은 그만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께서 생각하시는 대통령의 세계가 따로 있을 수 있다라는 말씀을 해 주신 거죠. 저에게는 아주 날카로운 비판적 지적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 다음에 청와대 내부의 비서진들 사이에서는 찬반논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반대를 하셨던 분들은 형식적으로 당 시대, 당 대통령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염려를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또 찬성을 해 주셨던 분들은 이런 말씀을 해 주셨어요. "참여정부가 다 끝난 다음에, 책을 읽고 아..그 시절에 그랬군..몰랐었네.."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그래서 현장에서의 기록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예를 들면, 예전의 실록이라고 하면 사초 같은 건데..왕조실록 같은 경우, 사초라는 건 그 왕이 돌아가신 다음에 그리고 살아 계신 동안에도 볼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이것은 스스로 대통령께서 보셨고 또 집권기간도 아직 남았기 때문에, 그것이 꼭 우리가 정치적인 목적이라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러나 나름대로의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있지 않느냐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도 같거든요?

이진 : 제가 책을 낸 다음에 반응을 보면서 참 놀라웠던 것이 하나 있는데요. 정치적인 목적이라고 해석하시는 분들은 사실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 느낌에..저를 만나서 책의 후기를 말씀하셨던 분들을 보면 오히려 대단히 놀란 점 중에 하나가, 이 책을 읽고 말씀하시는 분들의 마음속에서 노무현대통령님을 이해하고자..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제가 느꼈어요.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들을 제가 발견하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노무현대통령은 어떻게 아시게 됐고, 어떻게 노무현대통령의 생각과 판단을 바로 옆에서 기록하는 일을 하시게 된 겁니까?

이진 : 제가 2002년 대통령선거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을 때, '노무현의 색깔'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2002년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에 걸쳐서 밀착취재를 했었어요. 그리고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고요. 그 다음 대통령께서 당선이 되신 이 후에, 대통령께서 스스로 메모를 하시거나..이러시지는 않는 분이세요. 그리고 구술을 하시고 그것을 아주 냉정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받아 줄 사람이 필요하다..이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제가 썼던 글이나 책이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 책에 관련해서 몇 가지 얘기 나눠보도록 하죠. 책의 앞부분에 보니 '참여정부 초기에 아주 중대한 결정을 해야 했던 것이 대북송금특검법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느냐..말아야 하느냐..출범한 지 한 달도 안됐죠. 보름정도 됐을 때인데..국무회의에서 정세현 당시 통일부장관을 비롯해서 상당수 각료들이 반대를 했는데, 대통령은 '합시다.'라고 하셨다는데 맞습니까?

이진 : 네. 그 때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당시의 국무의원 대부분께서 반대를 하셨어요. 그리고 특히 정세현통일부장관께서 반대를 하셨어요. 대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대통령께서 다 들으시고 그 다음 국무위원들께 '더 하실 말씀들 없으십니까?'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하나는 후세에 여러분들의 의견이 어떠했는지 모두 기록을 해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던 것이고요. 또 하나는 정장관께 그렇게 말씀 하시더라고요. "정장관께서 반대하시지 않으면 통일부 장관으로서 직무유기입니다." 라는 말씀을 하셔서 많이..

박인규 : 장장관님은 말하자면 자신의 본분을 다 지키신 거군요?

이진 : (웃음)그러시죠. 그러시면서 대통령께서 링컨대통령의 사례를 말씀하시면서, 법안 하나를 심의하는데 의원들이 모두 반대를 하니까..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럼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음을 선포합니다'라고 하시면서 참 중요한 말씀을 하셨어요. 그 때가 국회, 그리고 야당과의 관계를.. 굉장히 국회를 존중하는 상생의 정치를 강하게 생각하셨던 시기이기 때문에요. 그 당시에 하셨던 말씀을 제가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먼저 야당에 신뢰를 보냅시다. 야당이 특검을 수용해 주면 법을 수정하겠다고 하니까 그것을 믿읍시다. 여, 야가 신뢰를 보내고, 거기에 화답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볼 수 있게 합시다." 그 말씀이 마지막 말씀이셨어요.

박인규 : 그런데 그렇게까지 야당의 신뢰를 보여주시기 위해서 대북특검까지 받으시고 하셨는데 그 다지 여, 야 관계가 좋았던 것 같지는 않아요. 왜 그럴까요?(웃음)

이진 : 어떤 변화를 읽어가는 과정은 지난한 것 같습니다.(웃음)

박인규 : 정치자금 문제..불법정치자금이 없는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하시면서 취임하시기 전에, 본인의 정치자금 문제를 다 털어버리려고 여러 번 노력을 하셨는데 몇 번 지연 되는 얘기도 있죠? 이광재의원께서 삼성에서 5억인가, 10억이 들어갔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은 모르셨던 건가요?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진 : 제가 서술했던 시기가 2004년 탄핵직후까지잖아요? 그 기간이기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제 시작된 사건에 대해서 뭐라 말씀드리는 것은 부적절 한 것 같네요.

박인규 : 취임 초기에 코드인사라는 말도 나오고, 특히 참모들의 '아마추어리즘..뭔가 서툴지 않느냐..'라는 비판이 많이 나왔는데 안에서는 그런 비판에 대해서 어떤 분위기였습니까?

이진 : (웃음)아마추어리즘이다..라고 하니까.. 많은 부분들이 정치권에서는 이미지를 가지고 어떤 상호공격을 하는 경향이 많지 않습니까? 저는 때로 대통령께서 소위 이미지의 천형이라는 것을 받지 않으셨던가..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정치인들은 어쩔 수 없이 정치인들이나 사회활동을 하는 분들에게는 크건 작건 그런 이미지 공격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추어리즘이라고 했을 때에 아니다라고 얘기하기도 어렵고..그렇다면 프로페셔널리즘이 무엇이냐..이 두 가지를 놓고 이야기를 하자면 엄청나게 많은 건데..당시 청와대의 태도나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이 아닌가..하면서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또 하나의 문제가 이미지의 천형이라는 말씀도 하시는데 사실은 출범 초기부터 이른바 보수언론과는 상당히 각을 세웠다고 할까요? 아직도 그런 것이 있고, 그래서 일부에서는 너무 소모적으로 기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도 있었는데, 노무현대통령께서는 보수언론에 대해서 어떤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으신 겁니까?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진 : 참 어려운 얘기인데요. 그리고 이 책 관련해서 그 부분에 관한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참여정부와 언론과의 관계..특히 보수언론과의 관계에 대해서 의문을 많이 가지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몇 가지를 말씀 드리면, 첫째 대통령께서 가지셨던 원칙은 언론보도의 공정성, 객관성..이것에 굉장히 강한 의지를 가지고 계시고요. 그렇게만 해 준다면 공정하게 보도해 주는 것에 대해서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정치적인 이유나 이런 것들로 공격을 할 때, 정부로서는 당연히 그것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 할 수 있다..라는 입장이 하나 있으시고요. 그 다음에, 참모들 중에서는 "언론과 화해 하십시요. 보수언론과 화해 하십시요."이런 말씀들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럴 때 대통령께서는 "강자끼리 타협하면 부정부패특권층의 카르텔이 형성됩니다. 그러면 그 사회에서 약자는 짓밟히고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언론과 권력이 강자의 카르텔을 형성하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해야 합니다."라고 말씀 하셨고요. 그리고 특히 특정 보수언론들과의 대립각을 세우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질문을 하셨는데, "언론과 왜 그리 싸우십니까?"라고 한 참모가 물었어요. 그랬더니 대통령께서 "민주주의 원칙에 관한 문제이다."라고 대답을 하셨어요. 그리고 "사회의 아젠다를 주도하고 있는 언론이 정당성을 가지고 있지 못할 때 누군가는 싸워주어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셨어요.

박인규 : 저는 상당 부분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부분도 물론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북송금특검거부권을 행사하시지 않고 또 최근에 대연정까지 하실 정도로 그렇게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해서 포용력을 보여주시는 분이 왜 언론에 대해서만은 포용력을 못 보여주시는지..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주당대선 경선 시절의 글을 보면, 상당히 힘드셨죠? 당에서 도와주지 않아서..거기에 보면 "승리하고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모욕감은 상당히 상처가 컸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처음에 국회에 계실 때도 한나라당쪽에서.. 대통령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이른바 학교얘기들도 나오고.. 승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그런 것들이 대통령의 국정부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십니까?

이진 : 제가 말씀 드리는 것은 관찰자로서의 제 견해일 뿐입니다.

박인규 : 물론 이진씨가 본 노무현대통령의 생각이기 때문에..그 부분은 다 알고 있죠.

이진 : 네. 제 견해일 뿐인데..제가 뵙기에 대통령께서는 그 부분을 국정운영을 하시는데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셨다고 생각을 해요. 그 것이 대통령께서 본인의 성격에 대해서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세요. 두 가지 습관이 있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하나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마치 자신이 처하지 않은 것처럼, 내가 남을 보고 있는 것처럼 굉장히 객관화 시키는 버릇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만큼 상황 판단에 있어서 주관적이거나 하시지 않고 이 부분을 염두에 두지 않으시고 냉정하게 분석하시려는 경향이 굉장히 강하신 부분이 하나가 있거든요. 그것이 이런 승자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에 감정적으로.. 사실은 고통스런 부분이죠. 좀 더 지지를 받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국정운영과 연관이 있었던 일은 없었던 것으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청와대를 나오 신 것은 올해 2월이 맞습니까?

이진 : 네. 맞습니다.

박인규 :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셨는데, 중도에 나오시게 된 건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이진 : 이 것을 얼마나 솔직하게 드려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했어요. 오늘 차 타고 오면서도 '얼마나 솔직히 얘기해야 할까..'라는 얘기를 했는데, 어젯밤 저희 어머니와도 왜 나왔을까..라는 얘기를 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리면 제가 참 약한 사람 같은데요. 청와대 생활은 참 힘든 점이 많습니다. 그 곳에서 하루에 소모해야 하는 에너지의 양..그 것은 저의 밖에 생활의 열흘정도 되지 않는가..그리고 대통령들도 뵈면 미국도 마찬가지고 우리 나라도 임기 마치고 나면 임기를 처음 시작할 때 굉장히 젊으셨던 모습이 임기를 마치고 나면 굉장히 할아버지가 되셔서 나오잖아요.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큰 곳이라는 점에서 제가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 날 때, '와..오늘도 힘든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이런 생각..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었어요.

박인규 : 그만두겠다고 하니까..혹시 노무현대통령께서 말리시지는 않던가요?

이진 : (웃음)어서 나가라..이러시지는 않았고..(웃음)

박인규 : 제가 계산을 해 보니, 정확하게 절반의 비망록이 아니고 4분의 1의 비망록이더라고요. 2003년 2월부터 2004년 5월까지이기 때문에 1년 3개월이면 5년의 4분의 1이더라고요. 그런데 실제로 작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계셨기 때문에 그 뒤에 대략 9개월, 10개월동안 계셨는데, 그 때가 사실은 탄핵여풍으로 과반수의석을 가지시고 뭔가 개혁을 밀어 부칠..그리고 사대개혁법이 나와야 하는데 사실 제대로는 되지 않았어요. 책에는 안 쓰여 있지만 이 자리에서 그 당시의 청와대의 분위기랄지, 노무현대통령의 고민이랄지, 그런 것들을 말씀해 주실 것이 있으시면 해 주시죠?

이진 : 대통령께서 탄핵기간 동안에 하신 말씀 중에,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나는 남은 임기를 정부혁신에 바치겠다."라고 말씀을 하셨을 정도로 혁신의지가 굉장히 강하셨고, 실제로 정부혁신과 관련된 업무를 굉장히 많이 보셨어요. 그 이후로도..그런데 지나가면서 이라크파병문제도 있었고, 자이툰부대 방문,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그러면서도 정치적인 공방 같은 것들은 항상 계속되는 문제니까.. 그 시절에 어떤 정치계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또 회의를 했던 것이 그 이후로도 계속 반복이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진행과정을 점검하고..이런 것이었기 때문에 제가 크게 말씀드릴 만한 것은 없는 것 같네요.

박인규 : 말하자면 국정 전반기의 크게 설계도를 보여주는데 만족하겠다? 그 뒤로 사실 또 얘기할 것이 있지만..그러나 지금은 얘기 할 때가 아니다?

이진 : 그렇죠. 또 시간이 지나서 나서 해야 할 것들이겠죠.

박인규 : 이제 나오신 지 10개월 정도가 되셨는데요? 청와대 안에 계속 노무현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할 때와 밖에 나와서 시중의 여러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약간은 인식의 격차 같은 것을 느낄 것 같아요? 그런 격차 같은 것은 못 느끼셨습니까?

이진 : 개인적 견해입니다. 굉장히 아픈 질문이시고요. 안에 있을 때는 제가 안다고 생각했었어요.요즘 미디어가 워낙 자유롭기 때문에 정보를 많이 받는다고 생각하고, 청와대에서는 더 많은 정보를 받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또 나와서 보면 체감온도..민심의 체감온도는 차이가 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체감온도가 다른 것은 존재하는 현실이고 대통령께서도 과거의 대통령, 현재의 대통령이 있겠지만 상황이 많이 변했지만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은,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요. 한가지 대통령께서 그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 스스로도 염려하셨던 적이 있으세요. 2004년 여름에 대통령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청와대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대통령께 "변하지 마십시요."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임기가 끝난 후에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뵙고 싶습니다..라는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데, 기본적으로 대통령께서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정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후보시절이 있고, 여러 가지 환경적 변화에 따라서 더 발전적으로 변하는 것은 맞다."라고 하시면서도 또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 자신이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내가 지향했던 점이 어디였는지..다시 한 번 확인해 보는 작업을 하고 싶다.."그런 말씀을 하시면서 "인수위 시절에 내가 원했던 것은 무엇인지..그 당시 사람들은 어떤 로드맵을 제안을 했었던지.."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현장에서 정검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 만큼 본인 스스로도 어떤 원칙이나, 대의 명분, 가치, 이상, 지향하는 점이 흩트러지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셨어요.

박인규 : 최근에 약간은 갑갑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국민들의 의식이 대통령의 의식을 못 따라가고 있다..이런 말씀도 하시고..그래서 그럴 경우에 과연 국민들이 인식의 차기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도 있고..제가 묻고 싶은 것은 이런 거예요. 예전에 독재시대에 비해서는 청와대 자체가 투명화 됐고, 언론의 자유가 만끽하고 있는데, 왜 자꾸만 대통령의 생각을 국민들이 몰라준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예전에 비해서는 모든 것이 투명화 됐고, 언론자유도 만끽이 되고 있고, 말하자면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에 전혀 제약이 없는데, 왜 최고 지도자에 계신 분이 내 생각이 오해 받고 있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지..그것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진 : 사례를 하나 들어 볼게요. 2003년 말 2004년 초..2004년 탄핵기간 때 대통령께서 이미 하셨던 말씀 중에 하나가, 거버넌스시대에 대해서 말씀하셨어요.

박인규 : 통치..그런 뜻이죠? 우리 식으로 굳이 번역하자면?

이진 : 지금 한국말로 정확히 번역된 것이 없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고민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당시 대통령께서도 "이것을 한국말로 번역할 수 있는 말을 찾아보자.."라는 제안을 하셨던 적이 있으신데..

박인규 : 약간은 권위적인 의미를 뺀 통치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이진 : 전혀 아닙니다.(웃음) 이것은 앞으로 미래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아니라 정책을 중심으로하는 어떤 정책중심의 사회가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진보와 보수로 싸우는 것이 아니고 거버넌스의 사회가 될 것이다..그러니까 권력의 중심이 정치나 정부나 이런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권력이 나라를 변화시키는 중심추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그 시대를 잘 대비하는 정치인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정치인이 될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고, 탄핵기간 때에 정동영장관께서 그 당시 당의 대표이셨죠? 정장관님과 말씀을 나누시면서 그 부분을 우리들이 잘 준비해 나가야 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당시에는 언론에서 사회적인 이슈로 내놓은 것이 진보, 보수대결이라고 얘기를 했었던 시절이었거든요. 대통께서는 "아니다..그것이 아니다..거버넌스의 시대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리고 그 얘기를 심지어 4월 15일쯤에 기자들과 산행을 하시면서 기자들에게도 얘기를 하셨어요. 엄청난 화두를 던지신 거든요. 그런데 그 화두가 사회에서 논쟁이 되지 않았었죠. 대통령께서는 한 번은..우리 나라 오피니언리더들에 대한 서운함이 있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으세요. 책에도 나오는데요. 이라크 파병이나 한, 일 동맹이나 여러 가지 정책들을 결정 할 때, 대통령께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 것들을 우리 나라의 진보적인 학자들 뿐만 아니라 학계..오피니언리더들 사이에서 진지하게 국민들에게 제시해 주지 않는다..서운하다..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박인규 :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는데, 대통령의 앞서가는 것을 국민이나 오피니언들이 모르면 지나친 주문일지는 몰라도 국가에서 설득하는 것도 대통령의 몫이 아닐까요?

이진 : 맞습니다. 그래서 설득하시려고 대국민 직접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해서 요즘 댓글도 달지 않으십니까?(웃음) 국정 브리핑이나, 청와대 브리핑에 대한 내용물을 충실히 하시기 위해서 굉장히 애를 많이 쓰세요.

박인규 : 2년 가까이 지근거리에서 보셨기 때문에, 약간은 가벼운 질문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정치인이 아니고, 아주 개인으로서, 시민으로서 노무현이라는 분의 어떤 인간적 특징이나 면모 같은 것을 몇 가지 소개해 주실 것이 있을까요?

이진 : 제가 두 가지를 말씀드릴께요. 하나는, FTA와 한국 농민라는 것을 보면, 저는 그 때 책을 쓰면서도 그 부분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감동을 받은 부분이 있는데, 요즘 농민들의 실의가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FTA문제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예요. FTA는 국가간의 짝짓기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특혜를 주기 때문에..그 당시 회의를 하면서 한 국장님이 재경부분이 농림부로 발령을 받아 가시면서, "농림부는 재경부에서 사람이 오는 것에 대해서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재경부는 FTA 쪽이고, 제가 가서 일을 한다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대통령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농림부얘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그 집 살림이 어렵습니다. 돈을 주어도 끝이 없고, 시장에서 밀리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시장에서 낙오됐다고 아무 대책을 세워주지 않으면 국가, 사회가 파괴되는 것입이다. 가서 정말 잘 해 주십시요. 국가 시장논리만 가지고 이야기 하면, 그 사람들은 발 붙일 곳이 없습니다. 국가는 국제 경쟁에서 이겨야 하니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농민들은 밀리는 사람들이니까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라고 하셨고, 실제로 정부에서는 많은 농민지원정책을 만들기는 했어요. 그 때 대통령께서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일을 해야 하지만 농민들이 힘들어 한다라는 점을 염두에 늘 두고 계셨다는 점을 알 수 있어서 참 좋았고요. 주변에서 참모들이 대통령님이 잔정이 없다는 얘기를 참 많이 해요. 그 대통령께서 사람 이름을 참 못 외운신다는 말씀들도 많이 하시고요. 예전에 굉장히 측근참모가 있으신데, 그 분은 자신의 이름을 대통령님이 외우시는데 3년이 걸렸다..는 말씀을 하실 정도로 모른다..잔정이 없다..이런 말씀을 하시는데..실제 생활을 하면서 뵈면, 잔정이 굉장히 많으신 분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누가 특히 힘들어 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높은 장관급에서부터 행정관급까지 어떤 사람이 어떤 일로 힘들어 할 때 그것을 크게 말하지는 않지만 뒤에서 그 부분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써 주세요.

박인규 : 끝으로 이 책이 어떻게 읽혀졌으면 좋겠습니까?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죠.

이진 : 서두에 말씀 드렸던 것처럼 편견 없이 섬 안으로 걸어 들어가서 노무현대통령의 생각과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읽어 보시고 판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인규 : 대통령과 국민이 '참여정부 절반의 비망록'의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서로 대화를 하고, 상호이해를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진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에서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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