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라프(SIGGRAPH)는 매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컴퓨터 그래픽 국제 학술대회다. 올해로 36회를 맞은 '시그라프'의 원래 뜻은 '컴퓨터 그래픽과 인터랙티브 테크닉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그룹(Special Interest Group on Computer Graphics and Interactive Techniques)'. 이름 그대로 이 학술대회는 1년 동안 전세계 과학자들이 연구한 컴퓨터 그래픽과 최신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선보이는 자리다.
하지만 시그라프는 단순히 상아탑의 학자들만을 위한 행사가 아니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디지털 기술이 첨단 산업과 관련을 맺으면서 그 내용도 훨씬 대중 친화적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100여 건의 컨퍼런스와 패널 토론 외에도 뉴미디어 아트 전시회와 사이버 패션 쇼, 컴퓨터 그래픽 관련 업체들의 대규모 엑스포 등 수많은 부대 행사가 함께 열린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이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의 필수 요소가 되면서 시그라프와 할리우드는 점점 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드림웍스의 〈마다가스카〉, 워너의 〈폴라 익스프레스〉 3D 아이맥스 버전, 월트 디즈니의 〈치킨 리틀〉, 루카스필름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팀이 제작 과정을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할리우드 리포터'나 '버라이어티' 같은 미국 영화산업 전문지는 시그라프 내용을 다룬 특집호를 발간하기도 했다.
특히 시그라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일렉트로닉 시어터'와 '컴퓨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전세계 컴퓨터 그래픽 아티스트와 컴퓨터 애니메이터들이 실력을 겨루는 장이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시그라프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하고 싶어 한다.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면 할리우드 스튜디오나 시각효과 업체에 스카우트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픽사의 대표이자 〈토이 스토리〉의 감독인 존 래세터나 〈버스데이 보이〉로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던 박세종 감독도 시그라프에서 수상한 바 있다.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리는 '시그라프 인 서울'은 바로 시그라프에서 격찬받은 40편의 애니메이션을 모은 프로그램이다. 특히 올해 시그라프에서 주목받은 작품들은 재기 발랄한 스토리와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 양면에서 출중한 기량을 보여준다. 특히 대상 수상작인 셰인 애커의 〈나인 9〉은 디스토피아적인 전망을 담은 독창적인 작품으로, 팀 버튼 감독의 눈에 띄어 할리우드에서 장편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토멕 바진스키의 〈타락한 예술〉은 군인들을 죽인 뒤 스틸 사진을 촬영해 활동 사진을 만드는 기괴한 예술가에 관한 이야기. 사회 비판적인 주제의 상징성과 시청각을 아우르는 표현력 모두 뛰어난 작품이다. 물론 함께 상영되는 토멕 바진스키의 전작 〈대성당〉(2002)도 놓쳐서는 안 된다.
프랑스 고블랭 예술대학 작품인 〈비구덴의 이주〉는 크레페를 만드는 귀여운 요리사들의 판타지를, 대만 작품 〈입체적 비극〉은 성형수술의 폐해를 시각적으로 유쾌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한국 작품인 김정호 감독의 〈베니스 비치〉는 헬스클럽에서 런닝 머신 위를 옆으로 뛰는 꽃게들에 관한 에피소드로, 유머러스한 내용과 독창적인 캐릭터 디자인이 돋보인다.
영화제는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서울애니메이션 센터 내 서울애니시네마에서 열리며, 전시회는 12월 14일 시작돼 21일까지 계속된다. 상영작은 〈나인 9〉 〈타락한 예술〉 〈비구덴의 이주〉 등 40여 편이다. 더 자세한 상영작 정보는 서울 애니시네마 웹사이트(http://cinema.ani.seoul.kr) 참조. 문의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www.ani.seoul.kr), (02)3455-8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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