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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시키면 다들 청개구리짓 하더라"

이라크전 개시 후 1000일, 세계는 어떻게 변했나

이라크전이 발발한지 1000일이 막 넘었다. 2003년 3월 20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및 후세인과 알카에다 간 연계를 명분으로 이라크 침공을 개시했다. 그는 이라크 침공을 통해 전세계를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구해 세상을 안전한 곳으로 만들겠다며 지구의 슈퍼맨 역할을 자임했다.

그러나 세상은 부시가 원했던 대로, 혹은 원한다고 주장했던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라크전이 시작된 후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인질 참수', '팔레스타인 자살폭탄테러', '레바논 대통령 피살' 등 세상이 위험해지고 있다는 증거들을 접해야 했다.

전쟁 발발 전부터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해 왔던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13일 전쟁 1000일을 맞아 중동과 세계가 더욱 위험한 곳이 됐고 부시 대통령의 정책은 실패했음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다음은 〈인디펜던트〉의 기사 '전쟁과 그 무시무시한 결과: 이라크전 이후 세계는 어떻게 변해 왔나(A War and its Fearsome Consequences: How the World has Change Post-Iraq)'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은 http://news.independent.co.uk/world/politics/article332841.ece에서 볼 수 있다.

***이란: 사담 후세인 제거했더니 이란에서 아흐마디네자드가 뜨더라**

미국은 이라크에서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타도하는 데 성공했는지 모르나, 그 결과 이란에 충성하는 시아파들이 부상하는 것을 지켜보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한편 미국이 이란인들에게 개혁파에게 표를 던지라고 촉구하자 그들은 오히려 강경 이슬람주의자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 또 부시가 "이란의 1차 대선은 비민주적"이라고 비난하자 이란인들은 2차 대선에서 더 높은 투표율로 응수했다.

***고문 및 테러 용의자 이송: 테러 없앤다더니 전세계 독재자들과 밀월관계 맺어**

부시 행정부가 소위 '테러와의 전쟁'을 한다며 유엔 고문방지협약에서 금지된 고문방법을 사용하자 인권단체들이 이구동성으로 항의하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 테러용의자들을 비밀감옥에 보내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역겨운 사례가 아부 그라이부 수용소에서의 학대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abuse)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은 고문(torture)을 용인하지 않는다"는 아리송한 말을 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정치적 정적들을 제거한 우즈베키스탄의 독재자 이슬람 카리모프 등은 그 덕분에 부시와 밀월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이집트: 집권당 꾸짖었더니 더 과격한 이슬람형제단 인기 올라가**

이집트는 부시 대통령에게 가장 실망스러운 사례다. 부시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게 집권 국민민주당(NDP)의 권력을 줄이라고 공공연히 촉구하자, 이집트 국민들은 총선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이슬람형제단을 밀어줬다. NDP는 여당 지위를 유지했으나 이슬람형제단은 의석을 6배로 불렸다.

***테러리즘: 지구안보 지키겠다고 시작한 이라크전으로 지구안보 더 불안해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테러리스트들이 대량살상무기를 구비하여 지구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하기를 즐겨한다. 그러나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가 연계되어 있다는 증거는 발견된 바 없다. 오히려 이라크전이 시작된 뒤에 테러가 급증했다. 이슬람 세력은 인질을 참수하거나 내외국인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했다.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의 힘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는 수니파나 외국 반란군이 세를 확장했다. 영국 〈BB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라크 국민의 75%가 오는 15일 총선 후 구성될 새 정부의 우선과제는 공공안보의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시리아·레바논: 간신히 평화 기운 되찾았으나 정치 다시 불안해져**

부시가 바시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이라크전 이후 생겨난 폭동을 진압하는 데 힘을 보태라고 압력을 넣은 결과, 안 그래도 시라아군의 레바논 철수로 정치적 입지가 약화된 그의 권력은 더 약화되었다. 한편 반(反)시리아 성향의 라피크 알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가 암살되자 지난 5월 민주선거로 한때나마 평화를 되찾은 것으로 보였던 레바논은 다시 내전의 악몽 속으로 빠져들 조짐이다. 이라크의 코앞에 위치한 이 화약고 지역이 더 불안정해지면 부시 정부에게는 악몽이 될 것이다.

***미국: 국민적 지지 업고 시작한 이라크전, 도리어 부시를 수렁에 빠뜨려**

이라크전이 진행된 지난 1000일 동안 부시 정부의 지지도는 급락했다. 지난 11월에는 그의 재임기간 중 가장 낮은 37%를 기록했다. 이라크에서 대량무기가 발견된 증거가 없다는 정보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전쟁을 개시한 부시는 수렁에 빠졌다.

국제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라크전의 영향으로 유럽, 중동, 아시아에서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중동: 이-팔 분쟁 해결 시도…샤론은 분리장벽으로 밀고나가**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을 '중동에서의 평화 추구'라는 보다 원대한 목표에 연결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과감히 무시하고 팔레스타인 영토에 불법 분리장벽을 세웠다.

한편 내년 1월 예정인 팔레스타인 총선에서는 이슬람계 하마스가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기: 부시 공격 피하려면 '핵무기 개발'이라는 보험 들어야 할 판**

부시와 블레어는 대량살상무기의 제거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이라크 내에서 그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한 무기는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라크전 이후 이러한 무기들이 급속히 늘어났다.

사담 후세인이 축출 당하자 불안해진 이란 정부는 핵무기를 개발했다. 이란이 핵무장하자 이스라엘도 보안을 강화했다. 북한은 핵무기가 있어서 미국의 공격을 면한 게 분명한데, 사담은 아직 개발에 성공하지도 못한 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혼쭐이 났다. 다른 국가들도 미국에게 공격당하지 않으려면 핵무기 개발이라는 보험에 들어야 할 것 같다.

이라크전은 전세계에 새로운 핵무기 경쟁을 촉발시킨 듯하다.

〈인디펜던트: 숫자로 본 이라크 전쟁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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