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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의 실상만은 제대로 알고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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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 인권의 실상만은 제대로 알고 있어야죠"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12/13] 북한인권국제대회 공동대회장 이인호 교수

지난 주 토요일은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지 57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를 즈음해 인권의 존엄성을 되새기는행사들이 많이 열렸는데요. 서울에서는 8일부터 10일까지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습니다.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북한인권 개선 촉구결의안이 통과된 이 후, 한국에서 처음 열린 국제행사였던 만큼 과연 이번 대회가 북한인권개선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니면 북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에서는 이번 대회를 여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셨던 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를 모시고 북한인권 국제대회의 의미와 성과, 향후 계획들에 대해 들어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이인호 명지대 석좌교수입니다.

이인호 교수는 러시아 지성사를 전공한 역사가로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1996년 주 핀란드 대사로 우리나라 외교사상 최초의 여성 공관장으로 활동했으며, 1998년 주 러시아 대사로 부임했습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을 지냈으며 2004년 세계여성지도자회의가 주는 제 1회 '한국여성지도자상'을 수상했습니다.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명지대 석좌교수로 지난 주 서울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에서는 공동대회장을 맡은바 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이교수님.

이인호 교수 :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바쁘신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에는 학자이셨는데 요즘에는 활동하시는 영역이 넓어지신 것 같습니다.

이인호 교수 : 그렇지도 않습니다. 저는 학교에 남기를 원했는데 이번에 공동대회장이라는 것을 맡았던 것 뿐이죠.

박인규 : 이번에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에서 공동대회장을 맡으셨는데, 우선은 개인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하셔서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까?

이인호 교수 : 북한인권이라고 하기 보다는 우리가 사실 통일 이야기를 하고, 그 전부터도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 관심을 안 가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의 사정이 굉장히 어려운데 우리 쪽에서 아직 그 쪽 사정을 자세히 알고 할 만큼 우리가 노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늘 마음에 부담으로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 제가 관여하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우연인데요. 9월달에 뉴라이드닷컴에서의 인터뷰 요청으로 하게 것이 인연이 되어서 이런 대회가 우리 나라에서 열린다는 것을 알고 동의장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그렇다면 내가 한가지 역할을 하겠다."라고 해서 결정을 한 것입니다.

박인규 : 이번 북한인권국제대회의 어떤 목표라고 할까요? 그것이 어떤 것이었고, 당초의 목표에 비춰 대회를 치르고 나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라는 자평을 해 주신다면 어느 정도가 될까요?

이인호 교수 : 저도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인권논의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상정이 되고, 총회에 상정이 되고 하는 것에 우리 정부가 기권을 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서 알고 보니까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외국 인권단체들이 상당히 여러 곳이 있었고, 그 전부터도 국제적으로 논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2003년에 프라하에서도 이런 국제대회가 한 번 열렸다고 해요. 이번에 새로 알게 됐고요. 이번 서울에서 열린 것은 지난 7월에 미국에서 유수한 인권 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주관이 되어서 그 곳에서 북한인권을 주제로 하는 큰 국제대회가 열렸고, 그 때 이 대회를 한 번은 한국에서 하고, 한 번은 유럽에서 한다고 세계 인권 NGO들이 합의를 했었던 모양이예요. 그래서 이번이 2차 대회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논의가 국제적으로 일고 있는데 우리가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수는 없고, 우리가 같이 참여해서 우선 북한인권실상이 어떤지를 보다 많이 아는 사람들로부터 증언을 들어서 그 실상을 알고, 어떻게 그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방향으로 대안을 마련하느냐..이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가 대회장자리를 맡는 것이 괜찮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다행히 호응이 생각보다 상당히 높았던 걸로 저는 느낌니다.

박인규 : 이번 대회를 준비하신 분들. 특히 이교수님도 마찬가지이시겠만 국제사회에 비해서 한국이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좀 덜하고 잘 모르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이런 대회들이 필요하다고 말씀 하시는데, 일각에서는 물론 유럽 같은 곳에서도 관심이 있지만 지금 부시행정부라든가, 이번에 참여하신 분들이 대북강경태도에 있으신 분들이 많아서..시행정부의 정부예산도 조금은 들어가 있고 그래서 인권 외에 다른 정치적인 목표가 있는 게 아니냐..이런 식의 우려가 있었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인호 교수 : 아시다시피 이번 대회는 여러 곳의 인권 단체들..그리고 개인들이 모여서 하는 민간차원의 회의이거든요. 그래서 프리덤하우스는 미국 정부로부터 자금을 조금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서울에서 했던 회의도 국제인사들이 참여하는 비용은 그 쪽에서 지불했고, 한국쪽의 비용들은 우리가 모금을 해서 지불한 것이고요. 그런 면에서 미국 정부 나름대로의 어떤 계산은 있었을 수도 있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 참가한 단체들이 프리덤하우스를 포함해서 모두 미국정부가 시키는대로 했다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슈잔숄티 같은 분은 나와서 미국 정부도 비판하고, 한국정부도 비판하고..말하자면 민간 단체들이 자신들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높이는 거니까..견해도 다양하죠. 가령 탈북자들 같이 직접 탄압을 경험한 사람들은 상당히 강경한 발언들을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좀 넓게 이 문제를 보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박인규 :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리던 날 마침 김대중 전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5주년 기념행사가 열렸어요.

이인호 교수 : 그 날이 말하자면 전야 만찬이 있었고, 그에 앞서서 보고대회라고 직접 관여하는 사람들만듣는 그런 회의가 있었고요. 정식 회의는 9일에 있었습니다.

박인규 :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요. "공산권의 인권개선이라는 것이..봉쇄된 상태에서는 안 된다."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쿠바를 비교하면서 중국, 베트남은 개방이 되어서 나아졌는데 쿠바는 40년간 계속 봉쇄되다보니까 나아진 것이 없지 않느냐? 북한을 계속 봉쇄상태에 놓고선 인권개선을 하라고 하면 그 효과가 조금은 덜 하지 않느냐? 라는 지적을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인호 교수 : 그 말씀은 당연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햇볕정책의 기초라고 하는 것에 대해 저도 찬성을 했고 대사로서도 그 것을 홍보도 했지만, 다만 그것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개방을 하도록 노력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라도 조금씩 말하자면 압력을 넣는 것은 역시 필요하지..그냥 무턱대고 물질적인 지원만 한다고 해서 그 체제가 변한다는 것은 아주 오래 지속된다면 가능하겠지만..지금 당장 급한 것은, 굶어 죽고 공포에 질려서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그런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하루하루가 중요하거든요. 그런 쪽에서도 우리가 손을 써야 할 것은 쓰면서 또 길게 봐서 개방을 하고 북한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체제로 발전해 나가도록 도울 수 있다면 그것도 하고..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북한의 어떤 개방..국제사회의 참여를 막자는 의도가 아니고 계속해서 유도를 해야 한다? 우리도?

이인호 교수 : 물론이죠.

박인규 : 지난주 저희 프로그램에 스티븐 린튼씨라는 대북의료지원을 하시는 분이 나오셨는데요. 잘 아시겠지만..이런 문화적 차이를 말씀하시더라고요. 동양사회에서 그 분의 표현에 의하면, 꼭 집어서 공개적으로 북한에 대해서 인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라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방법은 동양사회에서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실제로 인권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의 자존심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을 살려 주면서 공개적인 방법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겠느냐..라는 지적도 하셨는데 어떻습니까?

이인호 교수 : 그건 동양뿐만 아니라 국제관계, 인관관계에서 다 그런거죠. 그러니까 정부에서 그 문제에 대해서 곤욕스럽게 생각하고, 국제적인 결의에 기권을 하는 것은 이해는 갑니다. 바로 그런차원에서요.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우리 국민이 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 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북한을 무안하게 만든다기 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그 사정을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반공교육을 할 때 너무도 우회하게 반공교육을 했고 실제적으로는 남북간 교류가 없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상황이거든요. 지금은 우리가 적대의식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민족공조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 60년동안 다른 길을 걸어오면서 그 사회가 어떻게 달라졌고,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얼마나 절박한 사정인지..이런 것에 대해서 그다지 잘 모르고 있고 사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그런 것은 상당히 잘못된 부분이죠.

박인규 : 북한을 악마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북한에 있는 문제를 모른 척 하는 것도 문제다?

이인호 교수 : 물론이죠. 그건 큰 문제입니다.

박인규 : 인권이라고 하면 보통은 두 가지 측면으로 얘기하는 거 같아요. 정치, 사상 등의 부분도 있고, 한 쪽에서는 먹고 살 수 있고, 아프지 않을 권리..이런 두 가지..생존권적인 인권과 정치적인 인권을 말씀하시는데 지금 어떻습니까?

이인호 교수 : 저도 그 부분을 말씀 드리고 싶었는데요. 이번 인권대회에서 얘기되는 것은, 우리가 우리 나라에서 얘기하던 의미로서의 인권과는 조금은 다른 얘기입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인권이라고 말했던 것은, 대부분의 경우 정치적인 자유의 문제였습니다. 북한의 경우는 말하자면 개개인이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데 누려야 하는 최저한의 자유..예전에 서양의 민주주의가 발달하는 과정에서는 인신보호령이라는 것이 영국에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까? 정치적인 자유 이전에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생명의 보호를 받고, 최저한 자신의 생계를 위해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는..이런 차원의 얘기이거든요. 지금 정치적인 자유라는 것은 말하자면 그것이 안정된 나라에서도 침해될 수 있는 것을 말하고, 그런데 북한의 인권을 말하는 것은 전자의 경우에 해당이 됩니다. 말하자면 굶어 죽는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으니까..어떻게 하다가 할 수 없이 국경을 넘는데 그 사람들이 또 붙잡혀 오면 정치범이 되고 그러다가 혹사당하는 것들을 얘기하는 것들, 전반적인 사회에서도 자유가 너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경제도 발전하지 못하지 않느냐..그런 것들을 같이 생각하는 거죠.

박인규 : 먹고 살게 하고, 정치적 신체 자유도 누리게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말하자면 우선 순위가 무엇이냐? 봉쇄를 풀어주는 것이 먼저냐? 인권이 먼저이냐? 이 교수님 말씀은 이 두 가지를 같이 하자는 말씀이신데요. 예를 들면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북한은,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려는 처사다.' 이런 식의 어떤 반발이 나오고 남북대화도 하지 않겠다는..식의 으름장도 놓고요. 한국정부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이인호 교수 : 그건 북한뿐만 아니고, 우리가 예전에 소위 군사독재체제 때도 권력을 가진 측의 반응이라는 것은 항상 그런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얘기를 자꾸 해야지야지만, 정말 절박한 사정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탄압이랄까? 통제 같은 것이 조금은 완화가 되는 것이지..그냥 둔다고 나아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또 하나는 이런 국제대회에서 노리는 효과라는 것은, 아주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자신들은 죽을 수 밖에 없다고 했던 사람들이 밖에서 자신들을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그런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다시 희망을 얻는다는..그런 사례들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그런 것에 대한 진술들이 있었는데, 가령 우리가 방송을 해서 보내면 그것이 많이 확산은 되지 못하더라도 말로 전달이 된다면..그래도 누군가가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 것을 알면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죠.

박인규 : 북한인권국제대회가 미국에서 한 번 했고, 이번엔 한국에서 했고..앞으로는 어디에서 또 열립니까?

이인호 교수 : 제가 알기로는, 3월말 4월초에 유럽의 NGO들이 주동이 되어서 이와 비슷한 대회가 열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민간의 입장에서는 북한인권개선이 중요하다. 그리고 북한인권개선에 반대할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한국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인권개선도 중요하지만 남북관계라든가, 북핵문제도 풀어야 하고 그러나 북한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 반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입장에 있다고 보여지는데요. 어떻습니까?

이인호 교수 : 그건 누구에게나 어렵죠. 정부는 정부대로 어렵지만 또 민간에서는 민간이 해야 할 일을 해야지..우리가 언제 정부에 맡기는 나라입니까?(웃음)

박인규 : 물론 민간에서도 해야 하고요. 제가 여쭤보고 싶은 것은, 그렇다면 북한인권문제와 특히 관련해서 한국정부에 대해서 주문하고 싶으신 말씀이랄까요?

이인호 교수 : 국제무대에서 정부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밖에 있는 사람들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부분은 아니라고 보지만, 저는 북한의 사정에 대해서 국민이 많이 알고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정부가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질화된 체제에 대해서 우리가 지식이나 인식이 너무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격려하고요. 제가 이번에 인권위원장께도, 국회의 여러분들께 참가를 요청하는 초청장도 보내고 했는데, 조금은 섭섭했던 것은 이런 곳에 오셔서 직접적으로 참여는 하지 않으시더라도..적어도 참관을 하는 그런 자세가 있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사실 러시아라고 하는 공산권 공부를 한 사람이기 때문에 공산주의 체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서는 남들보다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의 증언이나 그 곳에서 직접 활동한 인권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으면, 새롭게 깨닫고 배우는 것이 굉장히 많거든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박인규 : 모종의 행동을 하기 이전에, 우선 정부나 한국국민이 북한인권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이인호 교수 : 네. 북한 인권..북한의 전반에 대해서 지금 우리가 통일에 대해서 그렇게 관심을 많이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대형서점에 가면 북한에 관한 책들이 상당히 많고..국민들이 열심히 읽어야 하거든요. 그러나 그런 현상들이 없거든요.

박인규 : 지난주에는 굉장히 바쁘셨던 것 같아요? 북한인권국제대회 뿐만 아니라 9일, 10일날은 명지대에서 '박정희시대와 한국현대사'라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는데, 이교수님이 사회를 보셨어요? 어떻게 해서 거기까지 가시게 됐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인호 교수 : 네. 아시다시피 제가 명지대 석좌교수입니다. 그래서 박정희시대를 평가하는 학술대회는 사실 몇 달 전부터 계획이 되어서 제가 마지막 토론에 사회를 맡기로 응낙을 했는데, 이 북한인권대회가 그 중간에 끼어든 겁니다. 우연의 일치죠.(웃음)

박인규 : 이번 학술대회는 주로 어떤 분들이 오셨나요?

이인호 교수 : 중견학자들 가운데 박정희시대에 대한 평가를 비교적 부정적으로 하시는 분들, 긍정적인 쪽을 강조하시는 분들..여러 시각들이 모여서 제가 흐뭇하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정치적인 시각에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던 차원을 넘어서 정말 자료에 근거한 연구를 해서 그 다음에 자신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는 자세..여러 각도에서 박정희시대를 조명했죠. 국제관계의 맥락이라든가, 경제라든가, 민주화에 문제라든가..그래서 서로 견해가 다른 사람들끼리 학술적인 차원에서의 논의가 참 잘 이뤄졌다고 봅니다.

박인규 :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치라든가,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가 없겠지만, 북한과 비교하면 아마도 큰 것이 국제사회에서 경제적으로 나름대로의 위치를 굳히게 하는데 역할을 했고, 북한과 비교되는 것이 그런 것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떻습니까? 국내 학자들과 외국에 계신 분들과 박정희 전대통령의 공과를 보는데 차이가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것들 있습니까?

이인호 교수 : 그렇죠. 아무래도 외국에서 오신 분들은 국제 관계적인 맥락에서 한국의 위상이라고 하는 것이 박정희시대 이전과 그 후에 비해서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그 뿐만 아니라 민주화를 할 수 있었던 싹이 결국 허용이 됐다는 것이죠.

박인규 : 바탕을 마련해 줬다?

이인호 교수 : 바탕을 마련해 줬다가 보다는..그런 정도의 자유가 있었으니까..민주화 운동을 할 수 있었지..북한 같은 경우는 민주화 운동이 발을 붙일 수 없는 사정이 아닙니까? 이런 여러 가지를 평가해서 비교적 우리 사회의 전반보다는 더 관대하게 보는 것도 있는데..사실 우리 사회내에서도 그렇습니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인기도 조사라고 할까요? 그런 것들을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1위로 나오거든요. 그래서 찬반보다는 그 시대의 상황이 어떠했고, 어떤 맥락에서 박정희정부는 어떤 정책을 썼고, 그 효과가 어떻게 났는가를 조명해야 한다는 면에서 참가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랄까요? 그런 것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정치논쟁보다는 정말 학술적으로 규명을 해야 한다..

박인규 : 객관적 평가와 비판적 계승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인호 교수 : 그렇죠.

박인규 : 러시아사가 전공이시기는 하지만, 역사가로 일생을 살아 오셨기 때문에 제가 박정희 전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를 부탁 드려도 괜찮을까요?

이인호 교수 : 저는 경제면에서 공헌한 것들은 누가 부정을 하겠습니까? 그러나 경제만 발전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하는 논리는 저는 반대했고 지금도 그 면에서는 가장 취약점이 있었다고 봅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말하자면 강압적인 요소를 동원하면서까지 열심히 일을 하도록 했던 것은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원칙적인 면에서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통제하고, 반공정책의 운영이 조금은 권위적으로 되어져 나갔다는 부분이 박정희정권의 부정적인 유산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박인규 : 민주화 운동을 담당하셨던 두 분이 지도자가 되셨고, 해방이 후 세대의 노무현 대통령께서 대통령이 되셨는데 아직도 민주화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비판도 많이 나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지금 현재 우리 사회의 과제라고 할까? 박정희시대의 부정적 유산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인호 교수 : 저는 항상 그런 면에서 소위 배웠다는 사람들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라는 것은, 배웠다는 사람은 적어도 자기의 개인적인 경험에 세계를 초월해서 다른 사람들이 연구해 놓은 것, 또는 역사..이런 것들을 배우면서.. 전체를 보면서 그 속에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을 위치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아직까지도 박정희시대이든, 과거의 인물을 평가할 때는 너무 자기 개인의 경험을 부각시키는..말하자면 그런 것들을 투시하는 경향들이 있는데요. 저는 그 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갖는 사람들은 왜 다른 의견을 갖는지에 대해서 귀를 귀울이고 그런 속에서 서로의 차이를 합의하는데..근본적으로 인생관이 다르기 때문에 평가가 다르게 나오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나 적어도 사실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정확하게 공동의 보조를 맞춰서 할 수 있도록 관용의 자세, 열린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지금 학술적인 토론이라고 하는 것도 결국은 정치적인 토론으로 이어지는 것이 참 힘들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그러나 이번 토론회는 예전에 비해서 상당히 좋은 방향으로 진일보한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박인규 :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어떻게 역사를 공부하시게 됐는지..특히 러시아사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십니까?

이인호 교수 : 저는 사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해방이 됐는데, 주위에서 약소민족의 서러움이라고 울분을 토하는 소리가 밤낮으로 들렸어요. 그래서 '우리는 왜 약소민족으로 이렇게 서러움을 당하나?'이런 어렴풋한 물음 같은 것이 마음속에 있었고, 막연하게 역사를 공부해 보는 것이 교양교육으로 가장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대학에 들어 갔는데..대학 사정도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침 미국에서 생활비까지 주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서 미국에 갔더니, 그 곳에서 2학년 때 소련이 스포트닉을 쏘아 올렸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러시아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서 장학금도 많이 늘리고 했는데, 그 때 우리는 반공 분위기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소련이나 그 밖의 공산주의 국가들을 연구 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 러시아문학을 통해서 러시아를 어느 정도 생각하게 됐는데, 문학을 통해서 내가 느끼는 러시아의 감각과 반공국가로서의 소련과는 무언가 잘 맞지 않는 것이 있고 해서..내 나름대로 공부를 해 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학을 택했더니 마침 사상사였는데 러시아사상사를 들으면서 제가 느낀 것은, 이건 남의 나라 역사가 아니다..꼭 우리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서구의 선진국들을 따라 잡으면서 또 우리 나름대로의 고유한 것들을 잃지 않느냐..영혼을 뺏기지 않느냐..말하자면 이런 고민을 하는 그런 지식들의 논의에 굉장히 관심이 생겼습니다.

박인규 :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러시아학을 전공하셨기 때문에 특히 잘 아실 것 같은데요. 저희도 이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것 같거든요? 이런 상태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인호 교수 : 간단하게 말씀 드린다면, 역사에서 배우고 세계적인 안목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두 번 실패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 드립니다.

이인호 교수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에서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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