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도 북한의 발사 계획이 강행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7월5일 새벽(한국시간) 발사가 이뤄졌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의 발사 시험이 동북아 지역의 긴장을 높이는 사태를 낳을 것이라며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아울러 이들 3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중국이 태도를 바꾸어, 북한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주길 바라고 있다. 중국이 한미일 3국과 더불어 대북 견제에 나서주길 바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미사일 쏘아 올렸으니…
미 워싱턴의 영향력 큰 싱크 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산하기구에 태평양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하와이에 자리한 CSIS 태평양포럼은 <펙네트>(PacNet)라는 제호의 기관지를 펴낸다. 최근호인 제28호에는 CSIS 태평양포럼 의장 랄프 코사(Ralph A. Cossa)가 북한 미사일 위기를 둘러싼 나름의 독특한 시각을 밝힌 글이 실렸다. 코사 의장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국제사회의 긴장 해소에 결코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발사가 이뤄질 경우 몇 가지 부수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분석해 눈길을 끈다.
이 글의 요점을 정리하면, 첫째,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미일 3국이 대북정책에서 모처럼 공동전선을 펴게 될 것이고, 둘째, 중국도 대북 강경책으로 돌아설 것이며, 셋째, 미 정보기관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능력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게 되며, 넷째, 미국이 실전배치한 미사일 방어망의 기술적 한계를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다섯째, 북한 미사일 위기가 북핵문제 해결의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이 대북정책에서 뜻을 같이 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아래는 글의 요지다.
'미사일 발사 유예' 구속력은 없어
먼저 한 가지 즐겁지 못한 사실을 지적해야겠다. 많은 비평가들은 미국이나 중국, 바로 얼마 전(6월 초)에 최초의 상업위성을 발사했던 카자흐스탄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미사일 발사 자체만을 놓고 보면 반드시 불법적이거나 적대적인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문제는 북핵 폐기문제, 미국과 일본의 안보와 얽혀 사안이 워낙 미묘하다는 점이다).
북한이 1999년 미사일 발사를 미루겠다고 선언한 것도 (어떤 외교협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 결정한 것이며, 미국과 북한이 미사일회담을 계속하는 한 그 유예선언은 유효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미사일회담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시 행정부로 정권이 바뀌면서) 계속되지 않았다.
지난 2002년 일본 준이치로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고이즈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상대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었다. 아울러 두 사람은 '이해 당사국들과 더불어 핵과 미사일을 포함한 동북아 안보문제들을 해결한 필요성'을 확인했었다. 그러나 고이즈미-김정일 정상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은 구속력을 지닌 협정은 아니었다.
한 · 미 · 일, 그리고 중국의 대북정책 공조 이뤄질듯
2005년9월 북핵폐기를 둘러싼 6자회담 합의문에도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선 이렇다할 언급이 없었다. 그렇지만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움직임이 북핵 폐기를 둘러싼 6자회담 합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인공위성을 우주 궤도에 올리기 위한 것일지라도, 6자회담의 3개 당사국인 한국, 미국, 일본에겐 아주 민감한 무력시위(saber-rattling)로 비쳐지기 마련이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이 동북아 지역안정을 위협하고, 2005년9월의 6자회담 합의문에 나타난 협력정신을 해치며, 따라서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그동안 침묵을 지켜 왔다. 중국의 <인민일보>는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아예 모르는 듯한 논조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밀어붙인다면, 한미일 3국은 대북정책에서 최근 몇 해 사이에 처음으로 일치된 입장을 보일 것이다. 한국정부는 일단 뒤로 미뤄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북한 방문 계획을 아예 취소할 것이다. 미사일 위기에도 불구하고 김 전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남북관계가 나아지고 있다는 환상(the illusion of progress in North-South relations)을 심어줄 뿐이다.
실제로 북한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면, 그동안 북한 미사일 움직임에 침묵을 지켜 온 중국도 '대북 강경노선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돌아설 것이다. 중국과 한국이 미국, 일본과 함께 북한의 무력시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 전까지는 북한의 태도가 바뀌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협력이 바람직하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미사일 관련 북한 능력 드러난다
북한이 과연 다단계 미사일 발사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돌이켜 보면, 1998년 미사일(북한 용어로는 광명성 1호) 발사시험은 실패로 끝났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막연히 추정하기만 해 온 미국의 정보기관에게는 뜻밖의 소득을 안겨줄 것이다.
한편으로, 북한이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하지 않더라도 '시험'은 이미 행해졌다. 핵무기를 지녔고 미국과 일본에 적대적인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은 미국의 선제공격 독트린(doctrine of preemption)에 대한 시험이기도 하다.(9.11 동시다발테러 뒤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를 대량살상무기로 위협하는 적을 먼저 공격한다는 선제공격독트린을 발표했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맞서 미국은 북한을 선제공격하겠다고 위협하지는 않았으나, 미사일 방어망(MD)에 경계태세를 내린 상태다. 상황에 따라서는 처음으로 미사일 방어망이 실전에 쓰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 미사일 발사 능력이 의심스럽지만, 그 미사일을 격추시킬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 능력을 둘러싼 의문도 마찬가지로 제기된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6자회담의 참여국들은 대북정책에서 하나로 뭉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여태껏 지지부진했던 북핵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원문 보기 http://www.csis.org/media/csis/pubs/pac062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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