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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장외투쟁'엔 박근혜·전여옥만 '열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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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장외투쟁'엔 박근혜·전여옥만 '열렬'

절반이 불참, 민심은 냉랭…지각으로 시작해 흐지부지 끝나

13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학법 원천 무효"를 외치고 나선 서울 명동 길은 냉랭했다. "야당의 무서움을 보여주자"며 감행한 첫 '장외투쟁'이었지만 의원 불참자가 절반이 넘었다. 그나마 태반이 '지각생'이었고, 덩달아 거리 반응마저 싸늘했다.

***박 대표 45분 지각, 관중들 "오긴 오는거냐" **

이날 박근혜 대표는 예정된 집회 시각에 45분 지각했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늦게 끝난 데에다 교통체증이 겹쳤다.

박진, 박성범, 주호영, 김태환 등 의원 10여 명이 박 대표보다 먼저 나타났지만 투쟁에 나서기는 커녕 아는 얼굴들과 손을 붙잡고 인사하기에 바빴다. 일반 당원들과 함께 박 대표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이들을 대신해 마이크를 잡은 '이름 모를' 당직자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칼바람을 피해 옷깃에 얼굴을 파묻은 행인들은 "곧 박근혜 대표께서 오십니다"란 말에만 가끔 고개를 들었다.

찬 바람을 맞으며 집회 시작을 기다린 지 30분이 넘자, 당원들 입에서도 "왜 이렇게 안오냐"는 불평이 쏟아졌다. "박근혜를 보겠다"며 건물 입구에 서 있던 행인들은 "박근혜가 오긴 오는 거냐"고 수근대다가 제 갈 길을 갔다.

***"이제 모든 학교가 전교조의 학교 될 것" **

박 대표를 태운 버스가 명동에 도착한 시각은 낮 12시 15분, 은색 파카 차림을 한 박 대표 뒤로 이규택 '우리 아이 지키기 운동본부' 본부장 등 의원 30여 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박 대표는 앰프가 설치된 트럭에 타자마자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이 지난 6일 국회에서 날치기한 것은 사학법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라며 여권 비난에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그들이 통과시킨 사학법의 목표는 사학비리 척결이 아니라 전교조에 사학을 넘겨주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하자, 당원 등 관중 200여 명은 일제히 박수를 쳤다. "죽일 XX들", "XXX, 얼어 죽어라" 등 거친 욕설도 새어나왔다.

박 대표는 "사학법이 통과되면 전교조가 '반 APEC 동영상' 같은 것을 만들어 하루 종일 우리 아이들을 세뇌시켜도 막을 수 없다"며 "모든 학교가 전교조의 학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껏 격앙된 박 대표는 "지금 사학법으로는 우리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반미를 배우고, 북한의 아리랑 집단체조에 탄성을 지르며 학교는 정치투쟁의 장으로 변한다"며 극단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여당 위해 봉사하는 전교조를 학교 주인으로 세워…" **

마이크를 넘겨받은 전여옥 의원의 '규탄사'는 아예 독설에 가까웠다. 현 정권을 향한 비난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위해 봉사하는 전교조를 학교의 주인으로 세워 열린우리당을 영원한 집권정당으로 만들려는 데에 사학법의 저의가 있다"며 "우리가 끝까지 목숨 걸고 우리 교육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이 정권은 과거사법으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덧칠을 하고 신문법으로 언론탄압을 하는, 개혁을 빌미로 나라를 망치는 '개혁 장사꾼'들"이라며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권은 가짜다, 사이비"라고 여권을 싸잡아 비난했다.

전 의원은 관중들을 향해 "이 더러운 정권을 국민들의 깨끗한 손으로 응징해 달라"고 외치자, 거리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박 대표 떠나자, '투쟁 대오' 흐지부지 **

연이은 '규탄사'로 잠깐 달아오른 열기는 박 대표가 집회장을 빠져나가자 곧 식어버렸다. 박 대표는 종교계 대표들을 만나 사학법 투쟁에 대한 협조를 구하러 낮 12시 40분께 집회장을 떠났다.

박 대표가 빠지자 의원, 당직자, 당원 100여 명이 전단지를 들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투쟁'에는 노점상들과 행인들의 따가운 눈총마저 떨어졌다. 길이 막힌 자동차와 오토바이는 클랙슨을 길게 누르기도 했다.

선봉에 선 이규택 본부장은 "우리는 1시까지라도 하자"며 참석자들을 독려했지만, 분위기가 흐뜨러지자 의원들서부터 하나둘씩 이탈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첫 집회가 '지각'으로 시작해 '흐지부지' 끝나자, 실무진들은 당장 이날 저녁 집회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 없이 집회가 진행이나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16일 저녁 집회를 완결판으로 잡고 사흘간 2회씩 잡은 집회 계획에 대해서도 "날도 추운데 하루 한 번만 하지…"하는 푸념이 공공연하게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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