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에 도전하는 탐험가들의 모험을 그린 한국영화 ‘남극일기’의 탐험목표지점으로 알려진 남극의 ‘도달 불능점’과 함께 난코스로 악명 높은 남극 최고봉이 최근 아르헨티나, 영국, 캐나다의 합동탐험대에 의해 정복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966년 딱 한번 인간의 발길에 의해 정복당한 후 아직까지 탐험대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극최고봉 빈손봉(4897m)을 이 3국 합동 탐험대가 정복했다고 아르헨티나 현지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남극점 최고봉을 정복한 아르헨티노 라울 베네가스(39)는 "정상을 밟는 순간에는 극성스럽던 얼음바람도 멈추고 고요한 가운데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며 "정상에 선 순간 우리 일행은 우리는 여기에 서 있고 살아 있다고 외쳤다"고 정상정복 순간을 회상했다.
베네가스에 따르면 남극점 최고봉인 이 '도달 불능점'은 고작 2평방미터 정도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을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극 최고봉 정상 주위 산맥의 기온은 영하 50도 이하인 상상을 초월하는 혹한이며 시속 40킬로미터 이상의 강한 얼음바람으로 체감온도가 영하 70도까지 떨어져 그야말로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엄습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탐험대의 얼굴과 손 등 외부에 노출되는 피부가 갈라지는 현상을 막는 것과 체온유지가 정상정복의 관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극점 정상 정복에 성공한 베네가스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생으로 세계 최고의 난코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 북부 아콩까구아 남벽을 수 차례나 등반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산악인이다. 그는 등반동료였던 동생을 아콩까구아에서 잃고 아직 시체조차 찾지 못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그는 이번 남극점 정복을 위해 3년 동안 준비했고 25만 달러 정도의 경비가 든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가스를 포함한 이번 탐험대는 지난 11월18일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합류한 후 뿐따 아레나스를 거쳐 사흘 뒤 시아산 일류신 비행기에 올라 남극의 파트이옽 힐이라는 캐나다 기지에 도착했다. 거기에서 다시 소형 비행기로 갈아타고 빈손봉이 속한 웰스워트산맥 자락에 베이스 캠프를 설치한 건 11월 25일이었다.
거센 눈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에 7일을 허비한 이들 탐험대는 12월 2일 모처럼 쾌청한 날씨를 맞아 드디어 정상정복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이번 탐험에서 이들이 밝힌 가장 어려움은 추위였다. 밤에는 방한복까지 얼어붙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해야 했으며 하얀 백색의 세상에 갇힌 이들은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완전 고립된 고독 역시 견디기 어려운 것 중 하나였다고 술회했다. 그리고 추위와 싸우며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정상을 향해 전진할 수 있으려면 체력이 따라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통 흰 눈에 쌓인 남극 대륙을 정상에서 내려다본 감격은 숨이 막히는 감동 그 자체였다고 밝힌 베네가스는 "빈손산맥의 봉우리들이 마치 거대한 아이스크림처럼 곳곳에 서 있는 모습은 정말 잊지 못할 장관이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사나이들의 피를 들끓게 하는 꿈과 모험이 담긴 남극점 정복은 사람의 힘과 노력만으로 가능한 게 아니라 자연, 즉 남극의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누구도 남극점에 발을 내 디딜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 탐험대가 절실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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