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최근 총선에서 친미계인 구 정치세력을 무력화시키고 자신의 볼리바리안 혁명을 지지하는 신진 개혁파들로 국회를 완전 장악한 뒤 장기집권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6일(현지시간) 차베스의 열렬한 지지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신임 국회의장은 "차베스 대통령이 오는 2021년까지만 집권하고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우리는 차베스 대통령이 2030년까지 집권, 볼리바리안 혁명을 완수할 수 있도록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 정치권을 무력화시킨 이번 베네수엘라 총선에 대해 미주기구 선거참관단은"조용하고 투명한 제도로 원만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한 반면, 유럽연합(EU) 참관단은"베네수엘라 선관위 전원을 교체해야 한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반(反)차베스계 야권이 선거 참여를 거부하고, '송유관 파괴', '전쟁 발발' 등 각종 루머가 난무한 가운데 지난 4일 치러진 총선에서 우고 차베스가 이끄는 집권 제5공화운동당은 167석의 의석 가운데 114석을 차지해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했다. 또한 나머지 53석도 차베스를 지지하는 여당연합당들이 차지, 역사상 처음으로 베네수엘라 국회는 야당세력이 전무한 상태로 판이 짜여 차베스의 장기집권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미국과 서방언론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미국정부는 지난 6일 국무부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베네수엘라 총선이 투명성을 결여하고 공명정대하지 못했다는 것은 야권의 선거보이콧과 낮은 투표 참가율이 증명하고 있다"며 이번 총선결과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방언론들 역시 투표율이 25%에 불과해 이번 선거를 보이콧한 야권세력들이 향후 낮은 투표율과 부정선거 의혹을 문제 삼아 반차베스 운동을 계속하면서 베네수엘라 국정이 혼란해질 것이라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친차베스계 언론들과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지난 2002년 반차베스 쿠데타와 2004년 8월 대통령불신임 국투표를 주도했던 민주행동당은 지난 총선에서 전체 123만5473표를 얻은 반면 집권여당인 제5공화운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4개의 연합세력과 함께 총 297만3872표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야권이 주장한 대로 그렇게 낮은 득표율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또 총선투표가 의무제가 아니어서 역대 총선 투표율이 최대 15%를 넘지 않았음을 상기시키면서, 선거일이던 4일 태풍으로 2명이 사망하고 야권의 선거방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25%나 된 것은 사상 최고의 기록이라고 반박했다.
집권여당인 제5공화운동당은 "이번 총선에서 우리당은 전체 유효득표의 80% 이상을 획득해 역대 최고 득표율에 가장 접근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현지언론들은 야권이 선거를 보이콧한 것은 그들이 총선 승리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평가하며 친미계 야권이 이번 총선에 참여했더라도 30명도 당선권에 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여론조사결과를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집권 7년째인 차베스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선거 불참은 미국의 사주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구 정치권 스스로가 몰락을 자초하는 자충수를 두었다"고 평가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어 미 부시 대통령을 향해 누가 더 오래 대통령직에 머물 것인가를 놓고 내기를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차베스는 "우리 서로 1달러를 걸고 당신이 백악관에 더 오래 머물 것인가, 아니면 내가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 더 오래 머물러 있을 것인지를 내기하자"며 부시 대통령의 최근 지지도 하락을 꼬집었다.
남미 언론들은 "이번 총선을 통해 친미 야권을 몰락시킨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이제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게 석유라는 바다를 헤엄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평소 자신의 장기집권 의지를 숨기지 않았던 차베스가 민주주의라는 틀 안에서 그 꿈을 어떻게 실현시킬지는 미지수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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