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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치르는 천국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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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치르는 천국의 아이"

김민웅의 세상읽기 <158>

없는 생활에 겨우 돈 들여 고친 여동생의 구두 하나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오누이는 다 떨어진 운동화 하나를 시간 맞추어 바꿔 신고 학교에 가야 했습니다. 다행히 오전 오후반으로 서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빠는 결국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느라 3등 상품이 운동화가 걸린 마라톤에 나가게 되나, 그만 1등을 하고 울고 맙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매우 새로운 희망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천국의 아이들>의 줄거리입니다. 이 영화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 빈민가의 현실에서 꿈을 잃지 않은 아이들의 의지를 그려냈습니다. 그로부터 수년 뒤, <천국의 아이들>은 후속 작을 선보이게 됩니다. 골람 레자 라메자니 감독의 이번 작품은 테헤란의 가난한 집안에서 중학교 진학을 위해 시험을 치르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 하야트와 결정적인 시점에서 누나를 돕는 동생 아크바르의 이야기입니다.

어려운 살림살이지만 공부를 열심히 해서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는 12살짜리 소녀 하야트는 시험 당일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자 엄마가 아버지를 모시고 황급히 병원으로 가게 됩니다. 집안에는 동생 아크바르와 간난 동생 하나가 졸지에 하야트의 책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루라도 넘기면 곤란해지는 온갖 집안일들이 이 열두 살짜리 소녀에게 폭풍처럼 기습해 왔습니다.

다른 날이라면 모르겠거니와 자신의 인생에서 그야말로 중요한 시험을 치르는 날, 하야트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빠져 어쩔 줄을 모르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부과된 책임을 대충 피해가면서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그런 이기적이고 얄팍한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총명하고 마음이 따뜻한 소녀 하야트는 자신에게 닥쳐온 온갖 도전을 헤쳐 나가는 중에 여자 아이가 공부해서는 뭣 하냐는 고루한 어른들의 생각과도 끊임없이 충돌해야 했습니다.

사건은 아버지가 병원에 실려 가면서 집안에 난리가 나고 학교 시험이 이미 시작된 한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 한 시간은 하야트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매우 중대한 순간이었습니다. 영화는 하야트를 응원하는 절실한 마음을 관객에게 불러일으킵니다. 한편, 하야트는 사건에 직면할 때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동원해서 사태를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교육의 힘을 스스로의 삶에서 입증해나가는 셈이었습니다.

그녀에게 몰아닥친 모든 도전을 뚫고 마침내 시험장에 도착한 하야트는 자신의 갓난아이 동생을 돌보는 기상천외의 방법으로 모두를 감동시킵니다. 영화는 시험을 보는 일만이 아니라 그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그녀가 보였던 순수하고 따뜻한 인간성, 그리고 교육을 그 자신의 인생에서 실제적인 능력으로 깨우쳐 가는 현실을 깊게 조명합니다.

절망스러운 상황을 아름다운 마음과 꺾이지 않는 용기로 이겨낸 소녀를 통해 영화는 지금은 가난하고 약하지만 새롭게 변화할 이란의 내일을 말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작품 현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마을 사람들이라는 이 영화는 연기와 일상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삶에 밀착해 들어옵니다. 영화에나 있을 법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보다 중요한 시험은 우리 인생 자체에 있습니다. 그건 어떤 절박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희망을 이루어내는 능력입니다. 수학능력 시험 치루는 학생들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이 영화도 한번 꼭 보기를 권합니다. 인생에 좋은 배움이 될 것입니다.

* 이 글은 김민웅 박사가 교육방송 EBS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김민웅의 월드센타'(오후 4-6시/FM 104.5, www.ebs.co.kr)의 5분 칼럼을 프레시안과 동시에 연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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