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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ㆍ일 정상외교는 계속돼야"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11/7] 국민대 국제학부 이원덕 교수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이원덕 교수 :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최근 고이즈미 총리의 행보를 보면 상당히 거칠 것이 없다.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우선 우정공사민영화 부결을 계기로 총선을 소집해서 9.11 총선에서 480석중에서 296석..이미 자민당이 61% 과반수를 넘었고,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합치면 개헌선인 3분의 2이상을 넘는 320석을 얻었단 말입니다. 그래도 10월 30일 개각에 대해서는 주변국에서 온건파 인물을 기용하는 게 아닌가? 라는 추측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이른바 창씨계명은 한국사람이 원했다. 이런 말을 했던 아소 타로라는 분은 외무상에 기용을 했고, 또 대북강경파의 대표적인 아베 신조..이 분을 관방상에 기용했단 말이죠. 이런 것을 보면 이제 고이즈미 총리에서는 과거사문제라든가 동아시아의 주변국들과의 관계는 별로 신경 쓰지 않겠다, 라고 보여지는데 어떤 속셈에서 이렇게 강력하게 나가고 있는지..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이원덕 교수 : 이번 개각 인선에서 초점이 됐던 것은 아베 신조하고 아소 타로라고 봅니다. 이 두 사람은 과거사 인식에 대한 문제나 대북 정책이나 야스쿠니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초강경입장을 고수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죠. 그런 입장에서 보면 이 두 명을 일본 외교의 간판얼굴로 기용했다는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고, 한국이나 중국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소홀했던 아시아외교에 대해서 더욱 경시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나..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고이즈미가 이 사람들을 중용한 것에는 외교안보정책 차원의 고려도 부분적으로 있지만 이 사람들이 차기 대권 후보자.. 다시 말해서 포스트고이즈미 유력 후보자이기 때문에 일단 내각 안으로 끌여 들여서 검증을 거치는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은 대중적인 인기가 상당히 높습니다. 특히 아베 신조 같은 사람은 가장 인기가 높은 정치인으로 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개혁정책에 있어서는 이 사람들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고이즈미 총리의 노선에 대해서 지지를 해 주었고 추종했던 세력입니다. 따라서 반드시 어떤 역사인식이다. 또는 대아시아 외교다. 라고 하는 걸 기준으로 인선했다기보다 전체적인 구도속에서 인선을 하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아시아외교가 대단히 소홀하게 다뤄진 것이 아니냐..이런 결과론적 해석이 강하게 됐다고 봅니다.

박인규 : 후계자 수업적인 측면도 있다, 는 말씀이신데, 어쨌거나 고이즈미 총재가 4년전인가요? 총리가 되면서 매년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겠다고 했고, 올해도 했습니다. 야스쿠니 참배 문제가 중국이나 한국에 있어서 중요한..말하자면 역사에 아픈 곳을 건드리는 문제인데..그래도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하고 있거든요. 야스쿠니참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어떤 방안이 없습니까?

이원덕 교수 : 사실은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는 일본 국민이 더 걱정을 해야 하는 문제이다…라고 전 봅니다. 다시 말해서 일본의 수상이나 각료가 야스쿠니를 참배한다고 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는 과거 일본의 전쟁을 정당화 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뿐더러 일본이 아시아와 평화, 화해의 노력을 하겠다고 하는 것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그런 사실을 놓고 볼 때, 일본 총리나 각료들이 야스쿠니를 참배한다는 것은 결국을 일본의 소프트파워를 갉아 먹는 것이지..그게 결코 국제사회에서 일본을 매력 있는 국가로 만드는 것은 아니거든요. 명백하게..따라서 일본내에서도 사실 양식 있는 많은 사람들은 총리가 신사참배를 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를 합니다. 몇 달 전입니까? 일본의 전 수상 7명이 수상의 참배를 재고하는 요구를 한 바 있고, 재계에서도 재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 상당한 경제적 이해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 봐도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재계에서도 반대론이 높습니다.

일본 전체에서 야스쿠니 문제를 둘러싼 여론의 구도를 보면 반반이다. 전 이렇게 봅니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한국이나 중국의 압력에 의해서 참배를 그만두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 70% 이상 일본 국민들의 생각입니다. 따라서 야스쿠니 문제는 상당히 지혜롭게 풀어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또 사실 일본 스스로가 집중적으로 고민을 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해법으로 제 3의 추도시설을 만들어서 A급 전범의 분사 형태를 취해서.. 말하자면, 미국의 알링턴묘지와 같은 전몰자들의 묘지도 따로 만들고, 그렇게 하는 안을 우리도 지지를 하고 있고, 일본내의 양식있는 그룹들도 그런 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민당내에 보수그룹들이 이런 안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이 현재 상황이죠. 제가 보기에는 해법은 나와 있다고 봅니다. A급 전범과 분리를 해야 할 것입니다. 또 일본의 헌법정신에 위법되는 것이..야스쿠니 참배는 정교 분리의 원칙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엔 제 3의 추도시설을 만들어서 해외국가 원수들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자연스럽게 추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일본의 선택일 수 밖에 없는데..그런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재 일본이 가지고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박인규 : 그게 안되는게 결국은 정권교체가 안되면 안되겠네요? 현재의 구도로 봐서는..

이원덕 교수 : 그런데 지금 아시아 외교의 문제점. 특히 중국과의 갈등이 상당히 커졌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보기에는 아마 야스쿠니 찬성파의 입지가 좀 약화된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봅니다. 왜냐하면, 길게 보면 이것은 국제정치에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는데, 수상이 A급 전범이 들어있는 신사에 참배한다는 것은 크게 보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위반되는 것입니다. 동경재판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미국도 이것을 용납할 수 없고, 연합국의 일본의 패전..이 자체를 부인하는 것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따라서 이 문제가 크게 불거져 나오게 되면 일본도 견딜 수 없는 상황에 이르지 않겠나..이렇게 봅니다.

박인규 : (야스쿠니 참배 문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이고,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총선을 통해서..헌법 개정을 할 것이라고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일본은 군사대국이다. 군사비가 제 2위이고,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자원도 엄청나게 많고, 게다가 인공위성까지 쏘아 올렸고, 실질적으로 군사력으로는 강국인데, 결국 군사력의 대외적으로 쓸 수 있는 어떤 정치적 굴레를 벗기 위해서 헌법개정을 할 것이라고 보는데 이 교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원덕 교수 : 헌법개정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전 이렇게 봅니다. 지금 일본은 양원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중의원, 참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고 국민투표에서 50% 이상의 찬성으로 헌법개정이 비로소 완성이 되는데..이건 결국 시간의 문제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말씀하셨듯이 중의원은 3분의 2선..물론 공명당이 개헌에 찬성을 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지만,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3분의 2선을 거의 육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참의원입니다. 참의원에서 자민당은 여전히 과반수 이하의 의석을 가지고 있고, 3년에 한 번씩 참의원 선거가 있게 되는데 그 때에도 참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선거가 아니고, 반 정도를 바꿔 나가거든요. 그렇게 보면 참의원에서 개헌파가 3분의 2선을 돌파하는 것은 적어도 6년 정도 걸리지 않겠느냐..6년에서 10년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헌법 개정의 수순은 분명한데, 시기적으로는 제가 보기에는 5년에서 10년 정도 이후로 보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것이 원래 2000년부터 헌법조사회라는 것이 만들어 졌고, 올해 헌법 초안이 나온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 여러가지 정치상황으로 봐서는 실제 헌법개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5년, 10년 후의 일이다?

이원덕 교수 : 제가 보기에는 참의원에서 안정적인 개헌파 세력, 3분의 2 이상이 확보될 때 까지는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스스로도 자기 임기 내에서 헌법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공약을 했고, 다음 지도자도 헌법개헌 발의를 쉽사리 하지못할 것입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헌법이 개정이 되던, 안 되던 간에 실질적인 일본의 어떤 군사적 위상이나 자위대 활동 내용을 보면 이미 헌법은 사실상 형해화되어 있다. 사실 헌법적 제약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따라서 헌법개정 그 자체를 지금 서둘러야 할 필요는 그다지 시급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박인규 : 일본이 자위대가 생긴 이후에 처음으로 이라크에 파병을 했구요. 90년대 이후 여러가지 법을 통해서 해외로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국제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같은 움직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일본이) 군사대국화가 되면 미일군사동맹 같은 경우 상당히 달라질 듯 하고, 특히 동아시아 같은 경우에 군비경쟁이라든지 굉장히 불안정해지는 것이 아닙니까?

이원덕 교수 : 그렇습니다. 일본이 만약에 군비를 강화하고 군사적인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동아시아 전체의 세력 균형에 상당히 큰 불균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국이 반발할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 보면 지역 패권을 둘러싼 싸움이 거세게 진행이 되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일본 군사문제는 일본 단독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미일동맹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사실 미국이 일본의 군사적인 활동 공간을 넓히기 위해서 일본에 끈임없이 압력을 가하고 있는 측면이 있거든요. 일본은 물론 국내적인 요구도 있지만, 미국과의 대미구축 관계..미국과의 군사동맹 관계에 유지를 통해서 안전보장을 지키고 아시아 속에서의 자리를 잡겠다는..그런 국가전략의 방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군사 강화요소가 반드시 일본이 어떤 군사대국화를 독자적으로 꿈꾸는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일본이 전전(戰前) 체제와 같은 군사적인 의미에서 독자노선을 아시아에서 걸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것은 미국도 원하는 바가 아니고..미국이 세계전략을 취하는 가운데서 중심 지원세력으로서 특히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있어서 일본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지..일본이 나름대로의 전략구도를 가지고 독자노선은 걷는 것은 결코 미국이 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까지 나갈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박인규 : 일부에서는 미일 군사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인데, 강화가 되면 한미 군사동맹에 상당히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 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가 있습니다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십니까?

이원덕 교수 : 대단히 우리의 입장이 어렵다고 봅니다. 일본의 경우는 그동안의 대외관계의 설정도 그렇고, 미국과의 관계만 중시하면 안전보장도 지켜주고, 번영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시스템이라고 보는데, 우리는 복잡하지 않습니까? 남북한 관계도 있고, 중국하고의 관계도 있기 때문에 만약 한미 군사관계가 강화된다고 하는 것이 반드시 우리에게 좋은 것이냐?..이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것과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것은 조금 다른 맥락에서 이해 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또 한가지 고이즈미 총리가 상당히 고집스러운 정치인이라고 하는데..북일수교 부분에 있어서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점수를 주고 있어요. 어쨌든 동아시아의 긴장상태를 푸는 것이기 때문에..물론 북한 핵문제 때문에 잘 안되고 있지만.. 지난 주에 북한과 일본이 다시 만났거든요. 납치문제가 걸림돌이기는 하지만...북일 수교협상 어떻게 흘러 갈 것으로 보십니까? 앞으로..

이원덕 교수 :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임기 내에 북일이 정상화가 될지..아니면 그 1,2년 더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상당히 탄력을 받고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고이즈미 총리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에 그런 것인지..아니면 무슨 경험이 있는지..모르겠지만 북일 문제에 관해서는 상당히 적극적입니다. 사실 일본 내에서 아시다시피 반북여론이 비등해 있고, 많은 정치인들이 북한 때리기를 하면 점수가 높아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와중에서도 고이즈미씨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 한 번도 정면으로 김정일 위원장이나 북한체제에 대해서 공격적인 발언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주변 강국 중에서 유일하게 김정일위원장을 두 번 만난 지도자 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역사인식 문제나 군사 문제에 있어서 상당히 우파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유독 대북협상에 대해서는 적절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거죠. 특히 저는 아베씨에 등용이라는 것도 복선적인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아베씨가 내각 밖에 있을 때는 가장 초강경 대북 입장을 유지해 왔거든요. 국민 여론을 어떤 면에서는 선동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아베를 관방장관으로 끌어 안으면서 대북관계를 유지하는 포석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박인규 : 2002년 9월 달에 처음 고이즈미가 방북했을 때 미국에 사전 승인이랄까? 허락을 받지 않고 가지 않았습니까? 가고 나서..북한 핵 문제가 터지니까..미국이 고의적으로 북일 수교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이런 관측도 있었거든요. 지금 만약에 납치문제가 풀린다 하더라도 미국의 입장이 중요하지 않느냐..북일 수교가 타결되기 위해서는 그런 관측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이원덕 교수 : 역시 일본 입장에서 보면 북핵문제는 6자회담 틀 속에서 해결될 문제이고, 납치문제는 이웃간 틀 속에서 이루어질 문제라고 봅니다. 따라서 미국 자체가 변수라기보다는 북핵문제 해결 전망이 어느 정도 서기 전에 일본이 북한하고 수교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가 지난번 2단계 제 4차 북경회담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일단 큰 그림은 그려졌거든요. 공동합의를 작성했기 때문에..11월 이후 6자회담에서 만약 북핵문제가 타결되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은..(북일 수교협상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납치문제가 최대 걸림돌인데..만약 핵문제에 타결 전망이 서게 된다면 (일본은) 납치문제를 우회해서 아니면 납치문제를 정면 돌파해서라도 적절히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북한측에서 보더라도 고이즈미 임기내에 타결 쪽으로 끌고 가는 것이 유리하다..이렇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저는 그렇게 봅니다.

박인규 : 납치문제와 함께 북핵 문제 해결이 북일수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라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고이즈미 총리가 너무 주변국들, 이웃나라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것과 관련해서 이런 얘기들이 있습니다. 지금 일본이 우경화가 되고 있는데..그게 자민당 정권만 그런 것이냐? 일본 국민들도 우경화 된 것이냐? 그런 관측들도 있는데..그렇지만 후소샤 교과서 채택률이 굉장히 낮은 것을 보면 일본 국민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반면 지금 고이즈미의 인기는 상당히 높단 말입니다. 그러면 일본 국민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국내 개혁정책을 지지하는 거냐? 대외정책을 지지하는 거냐? 국민여론과 일본 이 지도부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거냐? 지금 궁금증이 많은 거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원덕 교수 : 굉장히 핵심적인 질문이고, 사실 그 문제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야말로 현대 일본을 이해하는 키워드이다, 라고 저는 봅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서 일본의 우경화라고 얘기할 때 우리 관념화 되고 있는 그 세가지 축이 있다고 보는데, 하나는 역사의식에서 후퇴하는 것, 평화헌법이 개정방향으로 가는 것, 그 다음에 일본의 군사위상이 높아지고 활동 공간이 넓어지는 것..이런 것들을 대체적으로 우경화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보면 우경화..맞습니다. 일본은 심각한 우경화로 가고 있죠. 그런 표징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럼 일본 국민 전체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위험한 우경화의 길로 다 달려가고 있는 거냐? 하면..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최근에 한류현상의 범람이라던지 한일간 교류의 인적 증대..이런 속에서도 우리가 알 수 있듯이 일본은 상당히 어떤 면에서 다원주의적 틀을 잡았고, 정치적인 민주주의 체계가 정착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일본국민들의 대부분은 사실은 위험한 방법으로서의 일본의 우경화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는 저는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일본 국민들은 정치적인 무관심에 매몰되어 있다..이렇게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보고, 선진국 대부분이 그렇습니다만, 이 시민들이 정치문제나 외교문제, 역사적인 문제에 관심이 너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오히려..그러나 한편 우려가 되는 것은 과거 55년 체제화에 있어서는 혁신정당..사회당이라고 하는 것이 분명이 3분의 1정도 존재했고 그 일본이 오른쪽으로 가는 것에 대해서 견제역할을 해 왔습니다만, 90년대 중반이후 사회당의 존재는 거의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박인규 : 왜 그렇게 진보세력이 몰락을 한 겁니까?

이원덕 교수 :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진보세력 자체가 자기의 역동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특히 94년 이후에 자민당과의 연립정권을 갖는 과정에서 그동안 자기들이 금지옥엽처럼 유지했던 원칙들을 모두 포기 했거든요. 그러니까 사회당 집권시절에 더 이상 사회당을 지지할 이유를 상실한 겁니다. 예컨대, (평화)헌법문제, 미일 안보문제, 한반도에 있어서 평화적인 노선, 이런 것들을 다 포기했거든요. 원자력 정책도 그렇고, 다 포기하고 난 다음에 보니까 보수당과의 차이가 무엇이냐? 차별성이 없어진 겁니다. 이렇게 하면서 사회당의 존재 의미가 없어졌다는 설명이 가능하고, 하나는 냉전체제가 붕괴된 다음에 일본인들이 스스로의 위상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 큰 요인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서 사회주의 체제가 몰락하면서..일부 사회주의적인 이념을 추종했던 사회당, 이상적인 모습의 사회당의 매력을 일본국민들이 많이 상실한 측면이 있지 않나..저는 이렇게 봅니다.

박인규 : 진보적인 정치세력이 몰락을 하면서 지금 사실은 일본의 야당다운 야당은 없다. 그런 얘기들이 많은 것 같고, 그래서 오히려 자민당이 앞으로 어디로 흘러갈지가 관심의 대상이거든요. 고이즈미 총리가 내년 9월이 되면 정치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과연 누가 물려 받을 것인가? 고이즈미 총리가 지금까지 해 온 미국 우선..아시아 경시..이런 외교노선이 계속될 것인지.. 내년 9월, 물론 앞으로 시간이 많이 있지만, 포스트고이즈미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유력한 후보분들이 어떤 사람들이 있습니까?

이원덕 교수 : 일본 정계에서는 포스트고이즈미의 유력후보 중에서 4명을 꼽고 있습니다. 지금 내각에 들어와 있는 아베 신조, 아소 타로, 다니가키 재무상, 이번 조각에서는 밀렸습니다만,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이 있죠..이 네명이 대체로 다음 고이즈미를 이어갈 차기 지도자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보고 그 중에서 역시 가장 단연 인기 톱을 달리고 있는 것은 아베 신조씨 입니다. 아베 신조씨는 상당히 젊고.. 51세이니까..아주 젊은 정치인이죠? 일본 정치인 중에서는..4선의원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직경력도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아베씨이고, 또 아베씨는 그동안 역사문제나 대북정책이나, 야스쿠니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따라서 고이즈미 이후에 아베씨가 만약 정권을 잡든…아니면 나머지 세 명이 잡는다 하더라도 대체로 고이즈미 외교노선의 기본 골격은 크게 수정되지 않을 것으로 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후쿠다 야스오라는 분은 상대적으로 차이가 별로 없습니까?

이원덕 교수 : 후쿠다씨가 가장 나머지 세명에 비해서는 차별성을 보이는 지도자이지요. 특히 중국 문제에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고 야스쿠니에 대해서는 줄곧 반대를 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국민들로부터는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지도자는 아니지요. 대중성이 많이 떨어지는 지도자이고, 실제로 제가 보기에도 후쿠다씨가 차기 총리에 오르기는 어렵지 않나..봅니다. 왜냐하면 최근의 일본의 자민당 총재는 누구 되느냐 하면은..결국 선거에 간판을 내 걸을 수 있는 얼굴..선거의 얼굴을 누가 하느냐..그런 의미에서 보면 고이즈미씨가 상당히 효과를 봤듯이 아베씨가 가는 곳은 다 당선이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인규 : 내년 9월에도 고이즈미 총리 퇴임 이후에도 일본의 외교노선은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 한국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이제..

이원덕 교수 : 당분간 일본이 역시 아시아보다는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외교로 갈 것은 틀림없습니다.여기서 우리가 생각을 해야 할 것은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한반도가 갖는 전략적인 중요성이나 한일관계를 완전히 무시하느냐?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역시 중국과의 잠재적인 경쟁관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이 갖는 전략적인 위상은 여전히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일본 우경화 또는 외교안보의 강경노선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이 협력을 해야 하는 공간은 얼마든지 있다고 봅니다. 대북정책분야, 경제에 있어서 FTA를 수립하는 문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는 얼마든지 일본과 우리가 이해를 합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예를 들어서 일부에서는 일본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대단한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 라는 견해가 있는 가 하면..그래도 대화를 하면서 대책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니냐는..여러가지 입장이 있는데 어떻습니까? 이번 APEC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을) 안 하지만 12월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은 하는 게 좋습니까? 안하는게 좋습니까?

이원덕 교수 :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지도자간의 만남은 지속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사실 외교라는 것은 동기의 논리보다는 결과책임의 논리이기 때문에 외교행위가 초래할 결과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기준으로 봐야 하거든요. 지금 (한일간) 셔틀외교를 중단하게 되면 그 명분이 야스쿠니일 수밖에 없는데, (고이즈미는 이미) 다섯번이나 야스쿠니 참배를 했는데, 그 이전에 (한일) 정상회담은 왜 했느냐..라는 질문에서 상당히 답변이 궁색해 질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지도자간의 만남을 통해서 우리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만남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봅니다.

박인규 : 일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할 말은 하면서..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책을 모색해 보자..그런 말씀인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원덕 교수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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