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 중인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4일 국회 국방위에 상정돼, 파병과 철군을 둘러싸고 국방위원들 간에 논리 대결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국방부는 올해 말로 파병 기한이 만료되는 만큼, 이달 중 파병 연장안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이날 논전은 앞으로 있을 본격 철군 공방의 전초전 격이었다.
이날 관심을 모았던 결의안 채택은 결국 불발에 그쳤다. 회의에서는 결의안을 발의한 열린우리당 임종인, 박찬석 의원이 "테러 위협이 높아지는 부산 APEC 개최(17,18일) 전에 결의안이라도 통과돼야 한다"며 '표결'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아 가부를 묻지도 못하고 회의는 흐지부지 산회됐다.
여야 의원 30명은 이미 지난 7월에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치․외교적으로 예민한 문제를 다루고 싶어 하지 않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사단의 무언의 합의로 4개월이나 처리가 미뤄져 결국 이날에야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었다.
이날 치열한 논리 대결을 펼친 여야 의원들의 발언을 소개한다.
***우리당 임종인 "자이툰이 이라크에 남는 마지막 군대 될 판" **
"이대로 가다가는 자이툰 부대가 미군보다 더 오래 있는 군대가 될까봐 걱정이 된다. 월남전 때도 그랬다. 한국 군이 미국 뒤를 이어 나왔다. 다른 외국 군대들은 하나 둘 빠져나오고 하다못해 감군이라도 하는데 우리만 연장에 또 연장을 거듭하다가는 대한민국 군대가 이라크에 남는 최종 군대가 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나."
"지금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 우리는 공범이다. 공범으로 미국의 범죄적 행동을 도와주는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다 안다. 솔직해 달라.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 아니라면 한나라당이 여당 하는 일에 동조하겠냐. 정부 여당에 큰 도움을 주는 양, 야당은 정부를 돕는데 여당이 왜 딴지를 거냐는 식으로 말하지 말아 달라."
"국방위에서 철군 결의안을 다루는 태도와 자세가 문제다. 지난 7월 30명이 서명해서 올린 결의안을 이런 저런 이유로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누가 국방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했냐, 누가 문에 못을 박았냐. 차라리 기각을 해 달라. 16일 본회의에 바로 상정하는 절차를 밟아서라도 국민들에게 우리의 주장을 알릴 기회를 달라."
***한나라당 황진하 "틈만 있으면 철군 소리… 어정쩡하니 실리 못 챙기는 것"**
"파병 목적은 '국제 사회의 일원국으로서 책임을 다한다, 또 한미 동맹관계를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실리를 획득한다'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계획된 목표를 다 달성하려면 진득하고 꾸준하게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 돕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틈만 있으면 국내에서 '철수하라, 철군하라'며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면 무슨 이익을 얻을 수 있냐."
"부산 APEC 때문에 철수해야 한다고 하는데 만약 국내 테러 위협 때문에 철군하면 국제 사회에서 체신머리 없는 나라가 되고 만다. 각국 정상이 오는 회의에 테러 위협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테러에 노출된 것이 모두가 파병 탓인 양 다수결로 통과된 파병안에 대해 찧고 까불지 좀 마라."
***우리당 김성곤 "일어서려는 이라크 내버려 두고 오면 책임 방기" **
"철군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마치 철군을 주장하면 자주적이고 파병 연장을 주장하면 친미에 주전(主戰)론자 인양 몰아간다. 이라크전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전쟁임은 분명하지만 이미 일어난 전쟁 아니냐. 이제 와서 우리가 몽땅 철군하면 이라크는 심각한 내란에 빠질 게 분명하다. 겨우 다국적군이 버팀목이 돼 헌법 초안이 통과됐고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그냥 철군하자는 것은 우리 국민 생명만 중요하고 이라크 민족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다는 논리다. 이게 무슨 평화주의냐."
"여당의 입장은 일단 연장을 하고 단계적으로 규모를 감축해 나가자는 것이다. 20년, 30년 남아 있자는 것 아니다. 다만 이왕 갔으니 일어서려는 아이가 잘 자라도록 배려해야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데 내팽개치고 나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우리당 박찬석 "세계사에 점령군이 민주화시켜 준 유례없어" **
"한 나라의 군대를 1만 킬로미터가 넘게 떨어져 있는 타국에 보내면서 만장일치로 찬성한다면 그건 국가가 아니다. 국회법에 국회의원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른다고 돼 있다. 당의 이익이 아니다. 독재국가도 3000명 대군을 전장에 파병하면 이만큼 반대는 나올 것이다."
"나는 시간이 가면서 파병 반대가 적어지는 게 걱정된다. 세계사를 찾아봐도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를 점령해서 민주화 시켜준 사례가 있느냐. 우리가 분단된 것도 일본이 점령하고 미국이 점령해서 그런 것 아니냐. 그 나라가 진정 자주국가가 되기를 원한다면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점령군들은 하루 빨리 물러나야 한다."
<박스시작>
***윤광웅 국방 "철군 논란 계속되면 자이툰 부대 사기 떨어져" **
철군과 파병 연장을 둘러싼 논리 대결 중에 윤광웅 국방장관은 "파병을 해서 잃은 것은 하나도 없다"며 우리 정부의 공고한 파병 논리를 재확인했다.
윤 장관은 "당초 파병을 했던 목적을 다 달성하지도 못했다"며 "그러니 주둔이 더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장관은 또 "파병은 국가가 많은 정보를 갖고 국제적 관계를 판단해서 내린 결정인데 소수 의견이 자꾸 나오니 장병들의 심리적 안정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이 된다"며 "국익을 위해 멀리 가 있는 자이툰 부대의 사기와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라도 추가적 토의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철군 논의 자제를 요청해, 일부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박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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