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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 좋고 인정 많은 한국인, 국제구호에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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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뚝심 좋고 인정 많은 한국인, 국제구호에 제격"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11/3] - 파키스탄 지진피해 돕고 온 한비야 팀장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한비야 팀장 :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파키스탄 지진 난 것이 10월 8일, 10일까지 상당히 피해가 있었는데, 월드비젼 구호팀이 현지에 간 게 10월 13일. 상당히 빨리 가신 거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빨리 가셨죠?

한비야 팀장 : 사실은 빨리 간 것이 아니구요. 하루 정도 더 빨리 갔으면 좋았을 뻔 했어요. 저희는 사실 재난이 나면 48시간 내에 활동을 하는, 저도 긴급구호요원으로는 48시간 대기조인데요. 이번에는 사람만 간 것이 아니라 의료팀, 왜냐하면 그 현장에서 어떤것들이 필요하다는 물자 리스트가 한 6시간에서 12시간 안에 와요. 그런데 이번에는 사체를 싸는 헝겊이라든지 물이라든지 아니면 사체를 싸는 비닐, 관대신 쓰는..그거 이외에 의료진과 기초의약품이 필요하다는 긴급 물자 리스트가 와서, 우리가 의료팀을 꾸리는데 약간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렇지만 긴급구호팀이니까 빨리 꾸려집니다. 이번에 같이 간 병원이 안양 샘병원이라는 의료진이었구요. 여자의사 두 명, 남자의사 한 분, 간호사 한 분, 그렇게 5명이 꾸려서 72시간내에 출동을 했습니다.

박인규 : 한비야씨 포함해서 5명이 가신거군요?

한비야 팀장 : 아닙니다. 의료진 5명이구요. 우리 직원 3명 그래서 8명..

박인규 : 파키스탄 상황 좀 얘기를 들어보죠. 가신 곳이 중서부 만세라 라는 곳에 가셨는데, 학생 6백명이 수업을 받다가 그대로 묻혀버렸다는 얘기가 있는데..?

한비야 팀장 : 학생 6백명이 아니라 최대 10만명이 죽었다면.. 10만명을 생각해 보세요. 상암경기장에 꽉 차면 몇 명이예요?

박인규 : 6만명인가요?

한비야 팀장 : 그것에 거의 1.5배. 하루 아침에, 한순간에 그렇잖아요. 근데 그 때가 10월 8일, 우리하고 4시간 차이이거든요. 그러니까 수업시간이었대요. 토요일날 9시 정도. 그러니까 건물안에 있었던 아이들은 전부 몰살을 했어요. 현장에 가보면요. 애들이 아예 없어요. 보통 외국인들이 들어가면 아이들이 졸졸 따라 다니잖아요. 우리도 그렇잖아요. 아이들이 없어요. 그 아이들이 몽땅 그 학교건물 안에서 폭삭 죽은 거예요.

박인규 : 그럼 그 묻힌 아이들 중에서는 생존자가 없는 겁니까?

한비야 팀장 : 생존자가 없는게 당연하더라구요. 현장에 가 보니까 1,2층 건물 3,4층 건물이 완전히 거인들이 모래성을 지어 놓고 짓뭉개고 간 것 같았어요. 3,4층이 완전히 빈대떡이 되어 가지고..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겠어요. 아이들, 대도시 뿐만 아니라 산속에는 마을이 거의 95%정도 파괴가 됐어요. 그래서 집이 파괴가 되면 그 여진이 있잖아요. 그 앞에 얼기설기 나무 같은 것들로 텐트를 치기도 하는데, 임시로 하고 사는데 매일매일 여진이 있었어요. 제가 지난 5년간 긴급구호팀장을 하면서 이런저런 하루에 수천개의 시체를 보는 그런 현장에도 다녔지만, 이번처럼 지진이 일어나고 있는 곳에서 지진구호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박인규 : 가셨을 때도 여진이 있었다?

한비야 팀장 : 여진 정도가 아니구요. 저희들은 산속으로 들어갔거든요. 왜냐하면 도시에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온 의료진들도 많았고, 도시니까 길도 있고, 파키스탄이라는 나라에서 군부가 아주 조직적으로 잘 되어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죠. 길이 막혀있지만 않으면..사실은 산 속이 문제였어요. 산 속에는 산사태가 나서 길이 무너졌어요. 그래서 저희들은 파키스탄의 공병들의 도움을 받아서 공병들이 뚫어 놓으면 그 만큼 가서 진료를 하고 길을 만들면서 진료를 했는데요. 산속이 더 문제예요. 산 속에서는 일단 의료진들의 손이 닿지 않을 뿐더러, 거기가 지금 굉장히 추운데요.

박인규 : 파키스탄 산 속이면 해발도 상당히 높은 곳인데?

한비야 팀장 : 우리가 간 곳이 해발 2천미터. 우리 백두산만큼 높은 거잖아요.(웃음) 그러니까 지진도 금방 감지가 될 뿐 아니라 조그만 여진이 나면은, 아슬아슬 붙어 있던 집들도 무너지고 앞에 있는 산이 눈 앞에서 없어져요.

박인규 : 산이 다 없어지는거예요?

한비야 팀장 : 길을 뚫어 놓은 것이 또 길이 없어지고, 그럼 우리는 다음 마을까지 걸어서 가고, 어느날은 새벽에 일어나..아니 일어나지도 않았어요. 굉장히 춥거든요. 밑에서 냉기가 얼마나 올라오는지..우리가 두꺼운 군용담요를 깔고 자도 냉기 때문에 잠을 못자요.

박인규 : 텐트 치고 주무신거예요?

한비야 팀장 : 그렇죠. 텐트 안에서..그 병영안에서..

박인규 : 저는 궁금한 것이 워낙 사망자가 많다고 하는데, 구호 활동을 하면 사망자 처리가 주가 되는 겁니까? 아니면 살아 계신 분들이?

한비야 팀장 : 좋은 질문이신데요. 긴급구호에는 단계가 있어요. 첫번째 일주일은 수색하는 구조가 가장 중요하구요. 산 사람은 찾아내고, 죽은 사체는 인양을 해서 제대로 처리를 하고, 지금처럼 겨울이 오면 그래도 좀 다행이지만, 여름이 되면 그 사체가 썩어서 전염병이 돌잖아요. 그와 동시에 아무 것도 없이 나온 피난민들을 돌봐야 하는데, 당장 사람들은 하루라도 물을 안 먹으면 안되잖아요. 물, 식량, 피난처..생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병행이 되는 거구요. 급하게 되어야 하는 것이 의료팀, 부상자를 치료하고 후송하고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데 저희는 이번에 의료팀이 간 거죠. 매일매일 산이 무너지고 집이 무너지고 매일매일 산골짜기를 울리는.. "잘랄라"가 지진이라는 말이래요. "잘랄라~~" 이래요. 산속에서 메아리를 쳐요. 그 소리가 얼마나 가슴을 파고 드는지..그러면 그 다음 순간 산이 우르르 무너지고요. 갑자기 서 있으면 놀이기구 시동걸 때 흔들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흔들해요. 그러면 저는 같이 갔던 사람들에게.."당장 여권 챙겨 넣으세요.."라고 해요.

박인규 : 그럼 그게 철수?

한비야 팀장 : 철수가 아니예요. 산사태가 나서 길이 없는데…

박인규 : 아..신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비야 팀장 : 그렇죠. 만약에 최악의 상태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이 여권이기 때문에..

박인규 : 우리 한국팀이 8분이 가셨다고 그러셨는데 그럼 한국팀만 단독으로 움직인 겁니까? 아니면 다른나라와 함께 움직이신겁니까?

한비야 팀장 : 저희는 월드비전은 국제에 사무실이 있구요. 월드비전은 1950년 우리나라에서 생긴 단체이거든요. 긴급구호팀으로. 지금은 50년이 지나서 전세계에 1백여개의 사무실이 있구요. 월드비전 파키스탄이 있어요. 우리가 만세라에 간 이유도 물론 그 곳에 지진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이기도 하고, 월드비전 한국이 거기에 일년전부터 의료지원을 하고 있었어요. 인연이 있는 지역인데, 반드시 긴급구호팀이 가야 할 곳이 된 거죠. 그래서 우리는 원래 가지고 있었던 인프라를 원래 알고 있었던 사람들, 지역주민, 군부, 의사, 원래 있었던 자원봉사자들과 다 같이 가는 거죠. 우리나라에서 가서 핵심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8명이지만, 월드비전 파키스탄이 있고 많은 지원자들과 함께..

박인규 : 현지에 의료인력, 구호인력, 군병력 다 합쳐가지고 하셨군요?

한비야 팀장 : 그렇죠. 우리가 길을 뚫고 갈려면 공병이 있어야죠. 짐을 지고 갈려면 산골마을까지 걸어가는데 등짐을 질 군인이 있어야죠.

박인규 : 저는 10월 13일에 가셔서 활동을 하셨는데, 5분이 1500명을 구호를 해 주셨다고 하셔서..여러분이 같이 해서 하셨군요?

한비야 팀장 : 그렇죠, 환자는 의사가 보는거죠. 접수를 하고 약을 나눠주고, 통역을 하고 그런 일들은자원봉사자들 특히 군인 자원봉사자들 많이 해 주셨어요.

박인규 : 1500명 진료를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연 같은 것이 있으세요?

한비야 팀장 : 갈비뼈가 두 쪽이 함몰이 되어 가지고 내장을 누르고 있는 사람, 아이인데 일주일 내내 경기를 하면서 피 설사를 하는 아이, 그런 아이들은 사실 우리가 그 날 들어가지 않았으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거라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맨 처음 가는 의료진이니까..그리고 다행히 파키스탄 군부와 아주 긴밀하게 일을 했기 때문에 헬기를 빌렸어요. 아주 중요한 환자들은 헬기를 띄워서 후송병원으로 이동을 하는 그런 것들..

박인규 : 말씀하시는 걸 보면 파키스탄 군이라는 조직이 상당히 큰가봐요?

한비야 팀장 : 파키스탄에서 가장 거의 유일한 시스템과 물자와 명령체계를 가지고 있는 곳이 군부라고 하는데요. 제가 이번에 보면서 물론 나라에 대재앙이 생기면 어떤 나라 군인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이렇게 뜨거운 마음으로 하는 군부는 처음이에요.

박인규 : 국제문제라서 파키스탄 군부가 군부독재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활동을?

한비야 팀장 : 구호활동에 강력한 시스템이 사람들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더라구요.

박인규 : 현지에서 한국 의료진 활동에 대해서 평가가 어땠어요?

한비야 팀장 : 제가 정말 놀랐어요. 저희들이 산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위성전화 하나밖에 없었어요.우리는 우리의 할 바를 하고 있는건데, 소문이 어찌나 무성하게 났는지요. 한국의료진은 마술손이다. 매직핸드..왜냐하면은요 그 곳 군의관들이나 독일에서 온 진료단이 다른 마을에서 진료를 하고 있었거든요. 거기에서 치료를 못한 그런 사람들이.. 특히 정맥 같은 것을 못 찾고, 혹은 링켈을 맞아야 하는데..그런 사람들은 우리 간호사들이 다 놔줬어요..그것도 한번에 다 찾아서..

박인규 : 한국사람들이 손재주가 강하죠..

한비야 팀장 : 그런 것들이 소문이 나서요. 한국사람들은 매직핸드다. 그리고 우리가 이동진료를 하잖아요.그럼 벌써..두 세시가 넘었는데..오늘 어떻게 이동진료 텐트를 치겠느냐? 우리 한국사람들은 재빠르다..그러면서 다다닥 치잖아요. 직원이 와서 깜짝 놀라요. 아까 밑에서 보던 팀이 너네 팀이냐? 조금 전에 봤던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이다. 어떻게 된 거냐? 우리가 재빠르다..그런 소문이 무성하게 났는데, 결정적으로는 원래 산에 길이 있어서 우리가 산골 마을로 들어 가려고 했는데 길이 지진이 나서 무너졌어요. 그래서 거기 군부에서 가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자..우리가 이미 가기로 하고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얼마나 걸으면 되냐? 한시간 반쯤 걸으면 되겠대요. 그래서 공병만 앞세워 달라..다리가 무너지면 다리 조금 놓아 주고, 길만 치워주면 가겠다. 그 간 것이 소문이 났어요. 그래서 그 동네에 사단장이라고 별 셋짜리가 완전히 감격을 해 가지고..자기나라 대통령 브리핑을 할 때 만세라 최대 피해지역이니까..우리 의료진 얘기를 막 했대요. 대통령이 우리 자바 캠프..우리가 있었던 캠프에 온다고 했었어요. 그러다가 결국은 시간이 맞지 않아서 오지는 못했지만..어쨌든 국위선양을 아주 톡톡히하고 왔습니다.

박인규 : 한국사람이 원래가 선조가 유목민이랍니다. 아주 기동성이 강한..그거 때문인 거 같아요.

한비야 팀장 : 정말 이번엔 재빠르거든요. 허허벌판에 갑자기 30분만 있으면 비디오 빨리 돌아가는 것처럼 병동이 쳐져서 외과 병동, 한의과 병동, 약국, 접수 딱 해서 딱 준비가 되어 있는거예요.

박인규 : 굉장히 큰 활약을 하고 오셨는데, 사실 열이틀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거든요. 겨울 되면 참 어려울 거 같은데? 특별한 구호활동 계획은 있으셨어요?

한비야 팀장 : 그럼요. 10만명이나 이재민 났는데 저희들이 치료한 사람은 1550명. 정말 미비한거죠. 그리고 아직도 산속에 환자들이 많은데 우리가 열흘만 하고 오게 돼서 가슴이 아파요. 정말 다른 의료진들, 우리나라에서 보내는 의료진들, 혹은 각국에서 오는 의료진들이 대도시나 언론이나 그런 곳에서 많이 모여서 홍보나 모금이 되는 것도 중요하죠. 그러나 인도적 구호단체라는 점을 살려서 산 속에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곳에 많이 다녀줬으면 좋겠구요. 물론 산 속에 가서 보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겨울나기예요. 겨울이 오면 애써 살려 놓은 사람들이 얼어 죽어요. 일단 겨울은 지나야 하잖아요. 집을 지어주는 것두 물로 중요한데, 일단 이 사람들이 겨울을 날려면 텐트와 담요가 필요해요. 담요 한 장에 사람들이 죽고 살아요. 담요 밑 바닥에 비닐 하나 깔려 있어요. 그럼 냉기가 올라와서 애들이 폐렴에 걸리고 저체온증에 죽어요. 담요 한 장에 3천원이에요. 이미 저희는 담요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거든요. 월드비전으로.. 물론 아시는 단체들이 많이 있으시겠지만, 아시는 단체가 있으시면 보내시고, 모르는 단체가 있으시면, 우리를 만나셨다면 월드비전으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박인규 : 혹시 전화번호를..?

한비야 팀장 : 네에..그럴께요. 월드비전 홈페이지에 들어오시면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구요. www.worldvision.or.kr 그리고 전화번호는 서울 전화구요. 02-784-2004

박인규 : 여기는 천사가 두 분이군요. (웃음)

한비야 팀장 : 네..이 천사..(웃음) 바로 당신이 천사, 이 천사입니다.

박인규 : 혹시 파키스탄 재난을 도와주시고자 하는 분은 이쪽으로 전화를 거시면 될 거 같습니다.

한비야 팀장 : 겨울만 나게 도와주세요. 담요가 필요합니다.

박인규 : 말씀을 나눠보니까, 말씀도 빠르시고 워낙 활기차게 하셔서 저도 기운이 나는 거 같습니다.(웃음)

한비야 팀장 : (웃음) 정신이 없으시죠? (웃음)

박인규 : 원래 한비야씨는 국제홍보전문가로 하시다가, 오지탐험가를 하시다가 지금은 긴급구호활동가가 되셨어요? 말하자면 상당히 많은 경험을 하신 건데 직업이랄까? 바꾸신 이유가 있습니까?

한비야 팀장 : 그게 있잖아요. 그게 꼭 변신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데 사실은 변신이 아니라 한 줄로 쭉 이어진 것 같아요. 국제홍보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면 지금처럼 이렇게 파키스탄 지진이나 이런 국제분쟁 지역의 이야기를 이렇게 상세하게 잘 전할 수 있을까? 제가 3년동안 배운 것이 잘 전하는 일이잖아요. 사람들을 설득하고, 글쓰고, 말하고 모두 지금일에 포함되는 것 같구요. 오지여행을 하지 않았으면 긴급구호일은 만나지도 못했을 거예요. 저는 전세계에 굶어 죽고 있는..책으로는 보죠. 신문으로는 보지만 직접 사람들 굶어 죽어가는 것을 처음 봤어요. 여행다니면서..

박인규 : 어디서 보신거예요?

한비야 팀장 : 아프리카에서 봤는데요. 사람 굶어 죽는거 보셨어요?

박인규 : 못봤죠..

한비야 팀장 : 저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굶어 죽는 것이 제일 불쌍해요. 어떻게 사람이 굶어 죽을 수가 있어요?

박인규 : 선진국에서는 너무 많이 먹어서 살 뺀다고 난리인데?

한비야 팀장 : 그것 뿐 아니고요. 전 세계에는 60억 인구를 모두 뚱뚱하게도 만들 수 있는 식량이 충분히 있어요. 충분히 있는데 한곳에서는 아이들이.. 한 번도 배부르게 먹지 못한 아이들이 굶어 죽고 있잖아요. 굶어 죽는 이 아이가 있는 동네에서 한 시간만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은요. 창고에 밀가루가 가득 차 있어요. 그러니까 이것은 식량이 없어서가 아니구요. 그건 배분의 문제이고 모든 사람들을 굶어 죽지 않게 하겠다는 지도부나 우리의 각각의 사람들의 의지라고 생각해요.

박인규 : 정치문제이기도 하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한비야 팀장 : 여행을 다니면서도 제가 여행객이라는 본분을 잊고 계속해서 그런 곳에 관심이 가더라구요.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힘이 없어 보이지만 이 힘을 나는 정말 이 기회의 불평등..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굶어 죽는 아이들..아이들이 설사로 죽잖아요? 그런데 그 걸 살릴 수 있었데요. 링겔 한 병이면 산대요. 800원. 그러니 제 주머니에 8천원이 들었으면 10명을 살리는 거고 8만원이 있으면 1백명을 살리는 거고, 이거 정말 내가 힘이 없지만 잘 쓰면 힘이 될 수도 있겠다..그런 생각을 이 여행을 하면서 계속 생각을 했어요.

박인규 : 저희 프로그램에 남북 어린이어깨동무라고 북한 일을 돕는 분이 나왔는데, 그 분 말씀이 북한 어린이들이 죽는 주 원인이 설사하고 폐렴이라고 하더라구요.

한비야 팀장 : 그러니까요. 사람이 어떻게 500원, 천원으로 고칠 수 있는 병으로 죽느냔 말이에요..?

박인규 : 이른바 정식 구호활동전문가가 되신 건 언제 입니까?

한비야 팀장 : 2001년 10월.

박인규 : 그러시다가..여행만 할 게 아니라 긴급구호활동도 하자 라고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어요?

한비야 팀장 : 얘기를 하려면 긴데..어쨌든 제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라던가, 재능, 혹은 이 마음을 돈 버는 곳이나 기분 좋은 곳에, 즐거운 일에만 쓰는 것은 조금 아깝다. 너무 조금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무슨 일이 없을까? 살폈어요. 그럴때 아프카니스탄에서 어떤 난민 아이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 아이들하고 하루종일 놀아주면서 결심을 했어요. 내가 끝나고 나서 이 일을 해야 하는구나. 이 일을 하면 정말 내 능력의 최대치가 나오겠구나..그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이니까..끝까지 포기하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박인규 : 그래서 월드비전에 들어가신 겁니까?

한비야 팀장 : 2001년 10월에 들어갔는데 첫번째 파견국이 아프카니스탄이었어요. 거기서 결심을 하게 됐는데..

박인규 : 월드비전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를 해 주시죠?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한비야 팀장 : 저도 월드비전에서 전화가 왔을 때는요. 제가 여행이 끝나서 국제기구에서 이런 난민을 위해서 일을 하고 싶다. 그런 인터뷰를 했어요. 지금처럼..그랬더니 어느날 전화가 왔어요. 월드비전의 회장님이시라구요. 저는 사실 안경가게인줄 알았어요. 월드비전이라고 해서..(웃음)왜 안경가게 아저씨가 전화를 했나? 알고보니까..이렇게 무식한 사람이 있어요?(웃음) 우리나라에서 1950년에 우리나라 전쟁때, 우리나라 미망인과 고아를 위해서 우리나라에서 생긴 긴급구호팀이었더라구요.

박인규 : 그거 혹시 문선명씨가 만든 게 아닙니까?

한비야 팀장 : 아닙니다. 한경직 목사님이 하신 거구요. 문선명씨하고는 선명이라는 이름이 같아서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해요. 우리는 전 이름이 한국 선명회였어요. 1950년부터 열심히 돈을 받다가 1990년까지 돈을 받았어요. 그런데 88올림픽 할때도 돈을 받았어요.

박인규 : 받았다는 건..외국에서 받았다는 거죠?

한비야 팀장 : 원조를 받은거죠. 다른나라에서..지원을 받다가 이제는 1991년에 완전히 외조를 끊고 우리가 돈을 모아서 도와주는 나라가 된거죠. 전세계의 최대 기독단체로 성장을 했습니다.

박인규 : 원래 기독교이십니까?

한비야 팀장 : 저는 천주교신자입니다.

박인규 : 제가 듣기로는 "비야"라는 명이 세례명이라고..?

한비야 팀장 : 아주 오래전부터 쓰기 때문에 날"비"에 들"야"..라는 한문도 씁니다.

박인규 : 들판을 날겠다? 한마리 새이시네요?(웃음)

한비야 팀장 : (웃음)

박인규 : 이번에 책을 내셨던데 지도따라 다니는 것도 모자라서, 지도 밖으로 뚫고 나가라? 어떤 내용입니까?(웃음)

한비야 팀장 : (웃음) 어떤 내용이냐면, 지난 2001년 10월부터 온갖 긴급구호 현장을 다니면서.. 전쟁, 내전이나 천재지변 등이 일어나는 아프카니스탄, 남부아프리카, 이라크전쟁, 북한... 이번에 북한에 다녀오면서 북한의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5년 동안 저의 활동보고서이자, 제 삶의 보고서입니다.

박인규 : 긴급구호 활동보고서..?

한비야 팀장 : 지도밖으로 행군하라..이 뜻은요. 그 틀안에서 자기의 그 틀을 남들이 할 수 없다면 가능성의 한계를 벗어나보자. 그런 얘기였어요. 태국의 코끼리쇼할때요. 아기코끼리를 데려와서 쇠밧줄로 묶어 놓는대요.

박인규 : 왜 그렇죠?

한비야 팀장 : 못 도망가게…그럼 이 코끼리가 나는 못 도망가는구나..이 코끼리가 큰 코끼리가 되도 못 도망간대요. 헝겊으로 묶어놔도 못 도망간대요. 혹시 자기 발목을 붙들고 있는 이 쇠밧줄이..쇠밧줄인지, 헝겊밧줄인지 한 번씩 점검을 해 보자라는..

박인규 : 마음껏 세상을 펼쳐봐라..? 제가 이런 질문을 하면 안되겠지만 여자분이 그렇게 다녀도 되는 거예요? 위험하지 않으십니까?

한비야 팀장 : 여자, 남자를 왜 따지시나요? 갑자기?

박인규 :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한비야 팀장 : 체력적이요?

박인규 : 우리나라에서는 여자가 조신하게 집에서 현모양처로…?

한비야 팀장 : 세상이 바뀌었는데요.(웃음) 큰 쇠문이요? 집채만한 쇠문이 힘으로 열리나요? 열쇠로 열리는 거잖아요. 지금은 이런 긴급구호도 힘으로 하는게 아니에요. 마음으로 하는거구요. 감동으로 하는거에요.

박인규 : 알겠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93개국을 다니셨다고 하셨는데, 전세계의 절반을 다니셨는데, 우리나라에만 있다가 그렇게 많은 나라들을 다니면 느끼는게 많다.. 주로 어떤 것을 느끼셨습니까?

한비야 팀장 :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멋있다고 느껴요. 일단 뚝심, 하면 한다. 우리 의료팀들도요. 한국사람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못해요. 그리고 한 번 결정하면 하는 거예요. 그리고 두번째는 고품질 인정, 다른 사람들도 다 인정이라는 것이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품질이예요. 하이퀄리티..그러면 왜 우리 나라 사람들이 밖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데 인색하고 그런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요.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이야기를 제대로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 도와줄 사람들이 아니에요. 마음안에 숯불하나씩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바람을 불어 일으키느냐에 따라서 불을 확..지필 수도 있고 고스란히 사그라들 수도 있고..저는 대한민국의 사람의 유전자와 그런 기질을 가지고 있어서 너무 긴급구호 일을 하기에 좋아요. 딱 맞는 거 같아요.

박인규 : 그러니까 외국에서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만 한다면 과감함과 고품질의 인정으로..할텐데..모르니까..

한비야 팀장 : 그래서 저 같은 사람들이 말을 빨리 하면서 많이 알려주고..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라는 말을 좋아하잖아요. 우리 사회, 집, 학교, 직장 우리나라까지는 참 잘 되어 있는데 그것을 조금만 고쳐서 우리 아시아 우리 세계 전 세계가 얼마나 커요? 커봐야 지구본 아니겠어요? 그 지구본을 치는데 1초도 안되는 그런 좁은 곳에서 사니까 60억 모두를 형제자매로.. 세계시민으로의 자질을 확신합니다.

박인규 : 마지막으로, 작년인가요? 한국여성지도자상 젊은 지도자상을 받으시면서 한국의 딸. 아시아의 딸을 넘어 세계의 딸이 되겠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긴급구호활동 외에 다른 계획이 있으십니까?

한비야 팀장 : 긴급구호는 저에게 아주 큰 산이라서, 삼등선정도 온 거 같애요. 아직도 멀었구요. 조금은 힘들어요. 그런데 지금은 긴급구호에 만신창이를 만들어 놓은 것에 뒤치닥거리를 하는 거잖아요. 복도에 물이 넘쳤는데 알고 보니까 저 쪽에 수도꼭지가 열려 있어요.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 더 근본적이고 훨씬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어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수도꼭지 잠그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박인규 :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구요.

한비야 팀장 : 그렇습니다. (웃음)

박인규 : 앞으로 한국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탐험가? 긴급구호활동가? 그런 일들을 해주시기 부탁드리겠니다.

한비야 팀장 : 네에..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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