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보나뻬띠의 파티쉐 삼순이. 보나뻬띠는 뭐고 파티쉐는 뭘까. '보나뻬띠'는 '맛있다'는 뜻의 '봉(Bon)'과 '식욕'이란 뜻의 '아뻬티(Appetit)'가 결합된 말이다. 직역하면 '좋은 식욕'인데, 아침인사로 '좋은 아침'이라고 하듯이 식사 전에 '맛있게 드세요'란 뜻으로 하는 인사말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보나뻬띠 레스토랑은 우리말로 하면 '맛나라 식당'정도 되겠다. 그러고 보니 좀 촌스러운 이름이다.
레스토랑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우리말 속의 프랑스어다. 레스토랑은 처음 프랑스에서 생겼고, 프랑스는 레스토랑의 발전뿐 아니라 세계 식문화 발달에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최초의 레스토랑 경영자는 1765년 파리에서 수프 판매점을 했던 A. 블랑자로 알려져 있다. 블랑자는 강장제와 수프, 묽은 육수 등을 판매하면서 '레스토랑'이라는 간판을 달았는데 그 간판 이름에서 레스토랑이란 단어가 유래되었다고 한다. 레스토랑은 프랑스어 동사'레스토레(restaurer)'에서 나온 말인데, 이는 '원기를 회복하다', '복구시키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강장식품처럼 영양이 풍부한 음식과 휴식을 통해 체력과 건강을 회복하는 곳'이란 의미로 '레스토랑'이란 말이 처음 사용되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레스토랑은 그 나라 식문화를 집약적으로 볼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우리말로는 식당일 텐데, 식당이란 용어는 조선시대 초기 성균관 내에 있던 유생들을 위한 단체급식처를 식당이라 부른 데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흔히 식당이라 하면 대중음식점을 생각하고 레스토랑이라고 하면 고급양식집을 떠올리는데, 그것은 레스토랑이라는 단어가 갖는 묘한 뉘앙스(nuance) 때문일 것이다.
각설하고, 드라마에서 우리의 삼순이는 레스토랑 보나뻬띠의 파티쉐로 나온다. 파티쉐란 말은 잘못 사용되었다. 왜냐하면 프랑스어에서는 모든 명사가 남성형과 여성형으로 구별되는데, 파티쉐는 남성형이기 때문이다. 삼순이가 여자인 이상 파티쉐(이것도 경음으로 '빠띠시에 pâtissier'라고 하는 것이 맞다)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삼순이는 '빠띠시에르(pâtissière 여자제과사)'다.
여기에서 빠띠시에나 빠띠시에르는 제과사이다. 제과사는 '과자나 케익(프랑스어로는 가또 gâteau라고 한다)을 만드는 사람'이다. 프랑스는 요리가 발달한 나라이니만큼 요리의 분야별로 분화와 전문화도 잘 이뤄져 있다. 일단 요리와 빵은 다르다. 유명 레스토랑에는 요리사도 있지만 제과사와 제빵사도 같이 일하는 것이 보통이다.
요리사는 뀌지니에(cuisinier)라고 부르고, 요리사 중 긴 원통형 모자(토크 toque라고 부른다)를 쓴 조리장은 쉐프(chef)라고 부른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제과사, 즉 빠띠시에는 제빵사와 다르다는 것이다. 빵을 만드는 제빵사는'불랑제(boulanger)'라고 부른다. 불랑제와 빠띠시에는 뭐가 다른가. 사실 그 경계가 모호하다.
바게뜨(baguette)나 크롸쌍(croissant)은 제빵 영역이고 삼순이가 제일 좋아한다는 마들렌느(madelaine)나 치즈케익은 제과 영역이다. 제빵과 제과의 차이는 발효이다. 발효가 된 것은 빵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케익에 해당한다. 불랑제와 빠띠시에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보기에는 다 빵이지만 분명 제과와 제빵은 영역이 다르다. 르 꼬르동 블루를 나온 '빠띠시에'라고 해도 모든 빵을 다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요컨대 빠띠시에르 삼순이는 제과사이므로 삼순이에게 바게뜨나 크롸쌍을 부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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