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렬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27일(현지시간) "지금 북한과 미국은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이며 양국 간에는 엄청난 불신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자발적인 핵무기 폐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성렬, 15개월만에 워싱턴 방문**
워싱턴을 방문중인 한 차석대사는 이날 오전 워싱턴 미 하원 건물에서 열린 한미연구소(ICAS) 주최 심포지엄에 참석, '한반도 평화로의 길'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자발적으로 신고하길 요구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차석대사는 "우리의 핵억지력은 공격적인 게 아니라 북한의 주권과 생존권 보호를 위한 방어적 개념이며 따라서 미국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핵억지력을 포기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차원에서 우리는 상호 동시행동 원칙에 따를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한 차석대사는 또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하는 순간 북한은 곧바로 NPT에 복귀하고 IAEA 핵안전협정(세이프가드)에 서명하는 한편 핵억지력 해체에 돌입할 것"이라며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북한은 단 한개의 핵무기도 보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북미관계 진전이 북핵과 인권, 미사일, 재래식 무기 등 '모든 현안들'이 해결돼야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이것은 실현가능성이 없는 '불합리한 이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美, 한성렬 발언 일축**
최근 있었던 미 재무부의 대북 자산동결 조치와 관련, 한 차석대사는 "미국의 이런 노골적인 행동은 북한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북한의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의도에서 야기된 것"이라며 "미국이 '우회적 방법으로'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앞으로 열릴 제5차 6자회담에서 핵무기를 먼저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사전 압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북한으로서는 과연 미국이 지난번 2단계 북핵 제4차 6자회담의 공동성명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자위 조치들을 취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미국의 방해만 없었다면 남북관계는 훨씬 진전됐을 것이며, 북일관계 정상화도 실현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한 차석대사의 '경수로를 제공 순간 핵 억지력 해체' 발언을 일축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북핵 6자회담에서 타결된 공동성명을 언급하며 "북한 대표도 다른 5개국 대표들과 그 자리에 있었으며, 자신들이 합의한 내용을 안다"고 강조했다.
매코맥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 차석 대사의 발언에 관한 질문에 그 발언 내용을 아직 보지 못했다면서도 "당시 모든 대표단은 원칙선언에 합의했고,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다시 열기로 합의했으며, (차기 회담에서) 북한 핵프로그램 문제를 다룬다는 데 합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성렬-탈북자동지회장 설전·욕설**
한편 한 차석대사는 이날 같은 미 하원 건물에서 열린 탈북자 청문회에 참석한 탈북자의 지지자들과 조우해 욕설과 설전을 벌이는 소란을 벌였다.
한 차석대사는 미 의원 7명과 함께 레이번빌딩 2168호 골드룸에서 오찬을 하고 있었으며 탈북자 청문회는 맞은 편 국제관계위원회 회의실(2172호)에서 열렸다.
국제관계위 청문회는 한 차석대사가 골드룸을 나오기 전인 오후 1시 30분경 시작돼 한 대사와 청문회 참석 탈북자들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이날 청문회를 지켜보기 위해 의회에 나온 탈북자 지지자들이 갑자기 오찬장에 들어가 기습 시위를 벌였다.
탈북자동지회 회장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국장 등 시위대는 한 대사와 의원들의 오찬 직후 오찬장이 취재진에 공개되자 이들 틈에 끼어 안으로 들어가 "한성렬, 한반도 평화의 길은 김정일 타도! 이다"라고 적힌 표지판을 들고 거세게 항의했다.
커트 웰던 의원 등이 기자들에게 이날의 만남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취재진을 피해 방 한쪽 구석으로 이동해 있던 한 대사는 공교롭게도 시위자들과 마주쳤고, 급기야 얼굴을 붉히며 설전을 주고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 국장은 "한반도 평화의 길은 김정일 정권을 타도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에 한대사는 험한 표정으로 "너 이xx, 죽을래?"라며 맞받았다. 한 대사와 함께 있던 북한 유엔대표부 박부웅 참사관도 시위자들의 구호를 보고 격앙된 표정으로 경위들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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