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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누가 재판받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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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누가 재판받게 되는 걸까?"

김민웅의 세상읽기 <140>

1946년 뉘른렌베르크 재판은 2차대전을 마무리하면서 미국이 기소자가 되어 전범처리를 했던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독일 나치스 지도부는 학살과 생체실험, 그리고 전투과정의 범죄 등에 대한 심판을 받았습니다. 인류에게 대재앙을 가져왔던 침략전쟁을 주도한 이들 독일의 나치스 세력은 이로써 역사의 무대에서 최종 사형 선고를 받았던 셈이었습니다.

이 뉘른베르크 법정에서 괴링이 했던 자기변호는 유명합니다. 괴링은 독일을 나치스의 경찰국가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인물로서, 그는 자신이 전범이 아니라면서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히틀러에게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은 그 명령에 복종한 죄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은 마치 나치스 체제의 어쩔 수 없는 희생자인 것처럼 만들고자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변명은 통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신이 곧 나치스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본의 동경에서도 독일의 뉘른베르크처럼 전후 전범재판이 행해졌었습니다. 그러나 동경재판의 경우에는 이른바 1급 전범에만 그 재판이 국한되었고, 생체실험 문제 등을 비롯하여 핵심적인 전쟁범죄 행위의 극히 일부분만 대상으로 되었기에 전후 일본의 현실은 과거를 극복하는 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날 일본의 극우세력의 존재로부터 시작해서 야스쿠니 신사 문제는 동경재판의 진행과정과 결과에서 비롯된 바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뉘른베르크와 동경 재판은 패전국에 대한 승전국의 심판이라는 점에서 보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패전국 지도부로서는 자신들이 패전에 의해 처단되는 것일 뿐이지 자신들의 행위가 갖는 범죄적 성격 때문에 재판받는 것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이렇게 된 까닭 가운데 하나는, 승전국들이 전쟁과정에서 자신들도 저질렀던 민간인 학살과 금지된 무기사용 등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재판이 대단히 정치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들 전범자들의 반격이 무리한 논리는 아니었습니다. 승전국 미국으로서는 전범처리라는 역사적 대의만이 아니라, 이 재판의 과정을 통해 전후 독일과 일본의 정치구조를 확정지으려는 의도가 보다 강했기 때문에 전쟁범죄의 증거가 명확했어도 정치적 활용가치가 있는 자들은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전후 미국의 주도 아래 재편된 독일과 일본 정치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리하여 가령 독일의 나치스 정보대장 게르하르트는 서독 정보부장으로 임명되어 미국을 위한 대소(對蘇)작전에 동원되었고 일본의 적지 않은 수의 전범들은 미국의 입장을 따르는 일본 보수정치의 맹주들로 복귀하게 됩니다. 재판의 정치적 목표가 분명했던 셈이었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반민특위의 재판과정이 왜곡되어갔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라크의 후세인에 대한 재판 역시 이러한 미국의 정치적 의도와 분리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후세인 재판을 통해서 미국은 이라크 내에 새로운 정치구조를 만들어내고자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재판은 뉘른베르크나 동경 재판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분명하게 하나 있습니다. 후세인 재판의 주도권을 가진 자가 침략세력이라는 사실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후세인의 죄과가 혹여 크다 해도 침략자가 침략당한 정권의 지도자를 재판하는 것은 출발부터 정당성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범으로 재판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 재판에 본질적으로 담겨지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 재판에서 역사의 심판대상이 되는 것이 후세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미국을 포함한 다른 누구일는지 두고 볼 일인 것입니다. 역사란 반드시 현실의 승자에게만 월계관을 씌워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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