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탈락에 불복한 홍사덕 전 원내총무의 무소속 출마로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렸다. 지도부가 적전분열을 경계하며 홍 후보를 향해 "해당행위자"라고 맹비난 하는가 하면, 홍 후보의 40년 지기인 김덕룡 전 원내대표도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공식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며 광주 지역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자임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는 정진섭 오직 하나" **
박근혜 대표는 12일 광주 정진섭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한나라당 후보는 오직 한 명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당선 후 복당하겠다"는 홍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도 "어찌 한 정당이 두 명의 후보를 내세울 수 있겠느냐"며 일축했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97년도 대선에서도 당시 이인제 후보가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이 패배했다"며 "경선 불복은 나라와 당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김 총장은 "서약서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탈당해 출마하는 사람은 민주시민의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라며 홍 후보에게 극언에 가까운 말들을 퍼부었다.
한나라당은 홍 후보가 박혁규 전 의원의 예전 사무실과 집기를 물려받아 선거 캠프로 쓰면서 박 전 의원의 지원을 은연중에 과시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옥 중에 있는 박 전 의원 대신 부인을 개소식에 참석시켰다.
홍 후보를 도왔다는 이유로 출당 조치된 시 의원 2명을 제외한 한나라당 소속 광주시의원 6명까지 총출동한 이날 개소식만 보아서는 한나라당이 상정한 맞상대는 열린우리당 이종상 후보가 아니라 무소속 홍 후보임이 자명했다.
***김덕룡 "홍사덕 같은 거물은 서울에서 당선돼야"**
이에 앞서서는 홍 후보의 '40년 지기'인 김덕룡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우선 "40년 친구로 평소 서로 격의 없이 부르고 인품과 학식을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이"인 홍 후보가 공천에서 탈락한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홍 전 총무가 바라던 공천을 "선거 때 한 캠프에서 중요한 일을 해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사이"인 정 후보가 받아내는 과정에서 "처지가 원망스럽고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심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김 의원과 홍 후보는 서울대 문리대 동문으로 6·3 한일협정 반대 데모를 함께 한 사이다. 2000년 16대 총선 당시 홍 후보의 한나라당 입당을 도운 것도 김 의원이었고, 그 뒤 국회부의장에까지 오른 홍 후보는 공개석상에서 "60년대 학번 중 대통령이 나온다면 김덕룡이 제1번"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하는 등 두 사람은 각별한 친분을 과시해 온 사이였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날 "앞뒤 못 가리고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정권을 심판하는 차원에서도 적전분열로 표를 갈라서 어부지리를 줄 수 없다"며 정 후보에게 힘을 보탰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 의원은 "개인적 관계 보다는 이기는 것이 중요한 만큼 기회가 오면 유세 연설도 하고 당원들을 만나서 적극적으로 호소도 하겠다"며 적극 지원사격을 다짐했다.
김 의원은 '공천불복과 탈당'이란 홍 후보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서는 "운영위가 다음 기회에 홍 후보를 배려하자는 부대조건을 달아 정진섭 후보의 공천을 정했다고 하니 (홍 후보가) 당의 뜻을 받아주는 게 좋지 않았나 싶다"며 우회적으로나마 유감을 표했다.
김 의원은 "계속 통화를 시도했으나 홍 후보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연락이 된다면 공천에 탈락한 것은 홍 후보 같은 거물은 광주보다는 여론의 집합지라 할 수 있는 서울에서 당선돼 떳떳하고 당당하게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 하늘의 뜻이란 얘기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홍 후보와의 개인적 관계에 대해서는 "홍 후보도 정치를 그렇게 했는데 나의 이런 고충을 헤아리고 있다고 본다"며 "그 정도는 초탈했을 것으로 보고 이런 일로 우리 우정이 변하거나 정적으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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