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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김윤규 북한관광 사업은 어디로

[해설] 북한 첫 비공식 반응은 "이래서야..."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부회장직을 박탈당하면서 현대의 대북사업이 기로에 놓이게 됐다. 현대의 내부감사 보고서를 검토 중인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은 현대에 직접 지원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할지라도, 정부가 그동안 사실상의 독점권을 부여하며 사업이 위기에 처하면 간접지원까지 아끼지 않았던 그간의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대북사업의 앞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의 문제다.

지난 8월 김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하자 "현대가 신의를 저버렸다"며 9월부터 하루 금강산 관광객 수를 평소의 절반인 600명 선으로 줄이면서 김 전 부회장의 복권을 요청했던 북한이 복권은커녕 해임이라는 '확인사살'을 한 현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핵심 변수라는 것이다.

***"현대 이렇게 나오면 곤란" 비공식 반응 나와**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북한 아태평화위 소속 금강산관광총회사의 방종삼 사장은 4일 <아리랑> 공연 취재차 평양을 방문한 <중앙일보> 기자에게 "현대그룹이 김윤규 부회장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사실을 안다"며 "정동영 장관이 나서서 이종혁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현정은 현대 회장 사이의 회담을 주선해 가닥을 잡아보려 했는데 현대가 이렇게 나오면 점점 곤란해진다"고 말했다는 정도가 현재까지 나온 반응의 전부다.

방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비록 공식적인 북한의 반응은 아니라 할지라도 김윤규 사태를 불쾌하게 보는 북한 당국측 분위기의 일단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아산에서는 금강산 관광 정상화를 비롯해 이종혁 부위원장과 현정은 회장의 만남이 과연 빠른 시일 내에 성사될 수 있을지조차 의아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5일 한국관광공사 및 현대아산과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했던 백두산 관광 문제에 대한 협의를 현대아산을 빼고 관광공사에만 요청해온 것도 현대와의 접촉을 꺼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부회장의 비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북측도 그의 퇴출을 납득하고 변화된 협상창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박탈에서 부회장직 해임으로 한발 더 나아간 현정은 체제를 북한이 선뜻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존심을 중시하는 북한 당국으로서 명분이 약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금전상 손실을 계속 감수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현대와의 협상과 금강산 관광 정상화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식량 지원과 함께 북한 경제의 산소호흡기 노릇을 해온 금강산 관광이 파행적으로 진행될 경우 일차적인 피해는 현대아산이 보지만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수입이 줄어든다. 관광객 1인당 30~70달러씩을 북측에 내는 방식으로 전환된 금강산 관광이 1일 600명으로의 축소운영이 계속될 경우 피해는 결국 북한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강산 관광은 북한이 현대와의 냉각기를 일정 기간 가진 후 적절한 명분을 찾아져 원상태로 회복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여기에는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과 현정은 회장이 북한에 신뢰를 줄 수 있는 가시적인 조치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지난 4일자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김 전 부회장 시절에 합의돼 추진되고 있는 사업의 철저한 이행을 보장해야 하며, 이미 북측에 지불해야 했을 자금에 대한 깨끗한 청산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의 내부감사 보고서를 받아 검토에 들어간 정부도 남북협력기금 유용설이 불거진 만큼 일단은 현대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겠지만 협력기금을 보다 투명하게 집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후 현대-북한간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금강산 관광만큼은 현대의 독점 형태를 유지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6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현대를 빼면 금강산 관광을 할 기업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타지역 관광은 '경쟁체제' 유력**

한편 북한이 금강산 관광 외의 관광사업에 있어서는 현대가 독점하는 체제를 벗어나 다자간 경쟁체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은 이미 지난 8월 롯데관광에 개성관광 사업에 참여할 뜻을 타진했다. 또 개성 부근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서는 현대 대신 국내의 한 중소기업에 사업권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특히 당시 방북한 김기병 롯데관광 사장에게 "개성관광은 공화국 주도로 하겠다"고 밝혀 현대에 모든 걸 일임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백두산 관광 관련 협의를 관광공사에만 요청한 것을 두고 북측이 현대를 배제하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관광공사와 현대아산의 6일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태평화위-관광공사-현대아산의 3각협의 체제를 아태평화위와 관광공사 일 대 일 체제로 바꾸려는 북한의 의도가 읽혀진다. 관광공사를 통해 현대아산을 포함한 남한 내 복수의 관광업자가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얘기다.

6일 재개된 평화항공여행사의 평양 관광사업을 통해서도 북한지역 관광의 다자참여가 타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금강산 외 지역의 관광사업에 다자참여 체제를 도입할 수 있는 것은 현대아산과 아태평화위가 2000년 체결한 '경제협력사업권에 관한 합의서'에 계약 파기시의 재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또 북한지역 관광이 단기적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더라도 관광지 다변화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남한 내 관광업자들의 대북 로비도 일정한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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