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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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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10>

60, 세상을 규율하는 숫자 (2)

앞서 얘기했듯이 10박자나 12박자, 15박자, 20 박자, 그리고 60박자도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긴 호흡의 리듬을 잘 감지하지 못한다. 인간의 시야가 대단히 좋을 것 같지만 실은 5년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앞의 글에서 예를 들었듯이 노무현 대통령이 1996년에 우리나라 정치 1번지라 불려지던 종로구에서 출마한 것이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6년이 지나 대통령에 당선되는 밑바탕이 되리라고는 본인은 물론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6에 가서 가장 극적인 대조(contrast)를 이루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앞서 5년이 인간 시야의 한계라고 했는데, 잊어버린 직후에 일어나는 변화이기 때문에 더욱 극적인 것이다. 또 하나는 기본 순환 주기인 12의 절반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를 두고 충(衝)이라 부른다고 그간의 글을 통해 여러 번 얘기한 바가 있다.

충이란 천문학 용어로서 opposition이라고 하며, 궤도상의 정반대되는 위치에 있을 때를 일컫는다. 따라서 6년만에 나타나는 대조, 즉 충은 세상 변화의 가장 작은 주기인 12년의 절반 지점에 운이 도달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는 일년 순환으로 치면 봄과 가을의 대조, 여름과 겨울의 대조와 같은 것이다. 세상 만물은 상승하는 것이든 뻗어가는 것이든 아니면 그 반대로 하락하는 것이든 수축하는 것이든 여섯 박자를 지니면 언제나 그 반대되는 흐름을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충(衝)인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도 6년이면 시들해지며, 욱일승천의 기세로 솟구치는 경제도 6년이면 일단 진정기미를 보이기 마련인 것이다.

요즘에는 중국 경제가 여전히 중심 이슈가 되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이면 일본을 앞지르고 또 몇 년만 지나면 미국 경제규모에 버금갈 것이라는 자극적인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냥 웃어넘길 뿐이다.

중국이 어떻게 될는지는 우리의 사례를 보면 그 답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산업화가 1986년 병인(丙寅)년에 극적인 전개를 보였고, 그것이 1992년 임신(壬申)년에 가서 그에 따른 조정국면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를 두고 '한국병'에 걸렸다고 진단한 우리 경제는 김영삼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강력한 대응에 나섰던 것이 잠시 효험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다가 그만 1998년 무인(戊寅)년에 IMF 쇼크를 맞이했던 것이다.

그 이후 우리는 오늘날까지 여전히 어떤 해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그리하여 1998년으로부터 다시 6년이 지난 2004년 갑신(甲申)년에 와서 정부는 각종 개혁을 얘기하고 한편 각종 로드맵들을 만들고 있는데 이 역시 해법을 찾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그리고 그 참다운 해법은 어떤 사상이나 방식에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에게 결여된 그 무엇인가가 알게 모르게 채워지는 가운데 저절로 성숙되어 나오는 것이지, 몇 장의 로드맵 속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 말은 결코 현 정부의 노력을 폄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세상일이 그렇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일 뿐이다.

아마도 참다운 해법 또는 길은 긴 긴 시간이 지나야 얻어질 것이고 필자 추산으로는 2016년 병신(丙申)의 해가 되어야만 우리 국민들 사이에 의견일치가 이루어지면서 일치된 노력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견일치가 이루어지려면 상황이 대단히 어려워야 하는 법이니 그 때가 어떻다는 것이 능히 상상이 갈 것이다. 편하거나 좋으면 생각은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리는 법이다.

중국 역시 2000년 경진(庚辰)년부터 현저한 상승세를 보였기에 일단 내년 2006년 병술(丙戌)년에 가면 경기조절에 본격 진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있기에 다시 반짝 경기를 이어가겠지만 2006년으로부터 6년이 지난 2012년 임진(壬辰)년에 달하면 중국 경제 역시 요란한 굉음과 함께 붕괴국면을 맞이할 것이 틀림없고 또 기정사실이다.

이 모두 계산은 여섯 박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만 우리의 경우 1986-1992-1998-2004, 이런 식으로 여섯 박자가 주어져 있지만, 중국의 경우 2000-2006-2012-2018, 이런 식으로 박자가 주어져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경제연구소와 정책기관들이 예측보고서를 수없이 작성해내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여섯 박자를 통한 추산(推算)이 천배 만배 정확함을 알게 된다면 다소 맥이 빠지는 일이지만 세상이 움직여가는 리듬을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음을 어쩌랴.

사실 여섯 박자는 열 두 걸음으로 이루어지는 기본 순환주기의 절반에 해당하기에 그 대조가 강렬한 것이다. 이렇듯이 세상이 변화해가는 방식은 음악의 구성방식과 대단히 유사한 면이 있으며 어쩌면 그 본질에 있어 동일한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세상이 변화해가는 것을 음양오행이라는 생각의 틀을 통해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친숙한 것 가운데 이와 가장 유사한 것은 음악일 것이다.

음(音)이란 그 하나로서 아무런 의미나 감정을 담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 음이 두 개만 모이면 그 때부터 음악의 영역에 들어서는데 음악에서는 이를 동기(모티프, motif)라 한다. 두 개 이상의 연속된 음은 바로 음악의 시작인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박자가 완결되면 마디로 끊어주며, 대개의 경우 2개의 동기로서 4개의 마디를 이룬다. 이를 작은악절(樂節)이라 하고, 작은 악절 두 개가 이어져서 큰 악절을 이루는데 이 8마디로서 이미 음악은 완결성을 보인다.

그리고 그것을 약간 변형하여 감정을 고조시키는 방식이 보통 16마디로 된 대중가요인 것이다.

필자는 이런 음악의 양식에 대해 두 개의 동기가 바로 음양이고 그것으로 이루어진 4마디가 한 계절이며, 16마디는 춘하추동의 일년 순환을 이루는 방식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노래가 어떤 식으로 이어지느냐를 잘 예측하거나 또는 음들을 가지고 좋은 노래를 엮어낼 수 있는 사람은 사물의 변화 양상에 대해 예민한 통찰력을 지닌 사람이며, 나아가서 미래의 변화도 다른 이보다 훨씬 잘 예측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리듬감과 테마의 변형, 이것이 음악이며 사물의 변화 방식도 그와 같기 때문이다.

다시 60이라는 수로 돌아가 보자.

60이란 수는 많은 신기한 구석을 지녔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잊어버리게 허거나 망각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개인적 경험이나 사회, 국가적 경험 또는 지혜도 60년이 지나면 아무리 뼈아프게 배운 것이라도 잊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사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감정이나 통찰도 60일, 두 달이 지나면 이미 우리 몸 속에서는 남아있지가 않게 된다.

가령, 당신이 누군가에게 엄청 찍혔거나 증오를 받게 되었다고 하자. 두 달만 지나면 대개의 것들은 용서되거나 잊어버리거나 풀어져버리기에 그 때 가서 다시 용서를 구하거나 오해를 풀면 별 문제가 되질 않는다. 따라서 60 일, 즉 두 달이 지나도 용서받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치명적인 실수를 한 셈이 된다.

그렇듯이 길게는 60년, 그리고 그것의 두 배인 120년이 지나면 제 아무리 비싸게 배운 역사의 교훈도 모조리 망각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60년이 두 번 거듭되면 음과 양이 모두 채워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최근 우리는 나름대로 미흡하나마 친일 인사 정리를 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정확하게 60년만의 일이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60년이 지나면 그 기록들도 빛이 바래고 그 누구도 찾는 이 없는 자료로 남아 어느 도서관의 후미진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군가 사업과 경영에 대해 수많은 도전과 시련, 고초를 통해 그 요체를 알아냈다고 하자. 하지만 그 경험과 지혜는 사실 전수되지 않는 법이다. 후손이나 후학에게 열심히 그 핵심을 얘기해주어도 뒷사람들은 그 말을 무시하기 마련인 것이다.

기껏 한다는 말이'선생님의 그 경험과 지혜는 당시의 환경에서나 맞는 것이지 오늘날 세상이 변했다'는 식으로 가볍게 넘겨버린다.

늘 변하는 것이 세상이지만, 인간사의 진실과 지혜는 인류가 존재한 이래 변함이 없건만, 새 사람들은 역사와 경험으로부터 배우려들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은 또 반복되고 되풀이되는 것이다.

이제 정리하기로 하자.

우리가 80년의 생을 산다면 그것은 마치 1년이 16마디로 된 음악이듯이 1280마디로 된 노래를 부르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긴 노래는 새로운 음과 모티프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실은 그 속에 같은 모티프들이 조금씩 변해가면서 이어져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60이라는 수, 그 속에 존재하는 박자에 대한 감각만 살려낼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이 어디서 어디로 흘러가고 변해가는 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생과 사물, 국가와 사회는 제 나름의 박자와 리듬을 통해 변해가는 것이고, 그것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생각의 틀이 바로 음양오행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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