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는 미인들이 참 많구나."
국정감사 첫날인 22일, 재정경제위의 감사를 취재하기 위해 국세청 본청을 들어서던 기자들은 내심 탄성을 올렸다. 엘리베이터를 타러 들어가는 로비 초입에 공무원들이라고 하기엔 왠지 조금 분위기가 달라 보이는 늘씬한 미인들이 안내를 서고 있었던 것.
이들의 범상치 않은 용모에 함께 놀라던 기자는 "국감을 위해 하루만 고용한 용역업체 도우미들"이란 국세청 측의 설명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로비에서 5층 회의실까지 가는 길에 이들의 안내가 왜 필요하냐"는 기자의 반문에, 안내를 하던 직원들은 하나같이 "그냥, 뭐 보기 좋으니깐…"이라며 말문을 흐렸다.
한번 더 확인하기 위해 공보 관계자에게 물었지만, 그 역시 "우리도 2년째 하고 있고 이미 다른 부처에서도 다 하고 있는 일"이라며 오히려 당당하기까지 했다. "국세청에는 마땅한 여직원이 없다"는 것이 용역까지 동원한 데 대한 설명이었다.
'감사 하시는 의원님'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피감기관의 불필요한 '대접'은 하루 이틀 된 일도, 국세청만의 일도 아니다. 국감 하루를 위해 화장실에 비치되는 '의원님용 칫솔'은 관행이 된 지 오래고, 작년 경찰청 국감에서는 여경들이 성장을 하고 안내를 섰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호의적인 기사'를 위해 기자 대접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부처별로 기자실에는 간식이 끊이지 않았고, 특히 이날 감사를 받았던 국방부의 기자실에서는 한사코 싫다는 기자들의 손사래를 뿌리 치고 이곳에 배치된 사병들이 직접 차를 타주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피감기관 입장에서는 '정성껏 대접했는데 웬 트집이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백보를 양보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세금으로 인심 쓰는 피감기관의 '선의'를 인정한다고 해도, 정작 자료제출이란 본분은 등한시한 채 베푸는 '덤'에 국민들도 관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올 국감은 유난히 '자료 기근'이라며 여야 할 것 없이 모든 의원들이 아우성이고, 야당의 한 의원은 피감기관에 요청한 자료의 20%도 제출받지 못했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이에 재경위원인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국회가 정책국회로 바뀌고 있는데 오히려 피감기관들은 서비스로 어떻게 국회를 달래보고자 구태를 재연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아쉽다"며 쓴 입맛을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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