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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수많은 진호와 '말아톤'이 있는데…"

<르포> "장애학생들이 제대로 된 특수교육만 받는다면..."

최근 체코 리베레츠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은.동메달을 동시에 목에 건 김진호(19·부산체고 2년) 군과 어머니 유현경(45) 씨는 흡사 영화 '말아톤'을 연상시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어머니 유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호의 장애를 처음 알게 된 3살부터 8살까지 '특수교육'에 목매고 특수교육기관들을 전전했지만 결국 '못 가르치겠다'는 얘기만 들었다"면서 본인이 직접 특수교육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밝혔다. 진호의 아버지는 그 자신이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진호에게 드는 비용 때문에 파산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런 가족 전체의 경험은 '오늘날의 진호'가 있었기에 '영광의 상처'가 된 것이지, 아직도 제대로 된 특수교육과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수많은 장애학생과 그 가족들에겐 현재진행형의 '애끓는 아픔'일 뿐이다.

특수교육의 실태를 한번 보자.

***지난해 도입된 특수교육보조원 제도, 벌써 '부실운영' 우려**

사실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목마른 요구가 이어지면서 특수교육은 적어도 양적으론 팽창해 왔다.

1971년 1개 학급으로 출발한 특수학급은 1990년 3000여 개, 2005년 4697개로 증가했고, 재정적 지원도 1995년 2240억 원(1.8%)에서 2005년 8220억 원(3.0%)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장애인교육권연대는 편의시설 확충, 무상교육 등의 장애학생들의 기본 요구를 수용하려면 특수교육 예산이 적어도 6%(1조2000억 원)는 돼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1977년 만들어진 특수교육진흥법이 지자체와 교육청의 특수교육 지원 의무를 규정하고는 있지만 강제 규정이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적으로 드러난 예가 지난해 장애인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특수교육보조원 제도다. 특수교육보조원은 대상 학생들의 용변 및 식사 지도, 건강보호 및 안정생활 지원, 학습자료 및 학용품 준비, 이동보조 및 부적응행동 관리, 교실과 운동장에서의 학생활동 보조 등의 업무를 맡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섬세한 배려가 필요한 특수교육의 성패를 좌우할 사람들이다. 전국적으로 2091명, 쓰이는 예산만 2004년 130억 원, 올해 191억6000만 원 등으로 적지 않은 돈(여기에 시.도교육청, 지자체 자체 지원 보조원 358명을 합하면 소요 예산은 더 늘어난다)이 들어가고 있지만, 체계 없는 관리와 열악한 처우로 벌써부터 부실 운영이 우려되는 상태다.

국회 교육위 소속 구논회 의원(열린우리당)이 최근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특수교육보조원은 교무.전산 보조원 등과 달리 학교회계직원 관리지침에 포함되지 않아 법정 연간 근로계약일수(275일)를 못 채우는 경우가 절반에 가까웠으며, 이들의 연평균 임금도 861만~1183만 원에 불과했다. 신분 또한 제도 시행 2년째임에도 기능직 하나 없이 대체로 계약직(46.4%) 또는 일용직(40.3%)에 머물고 있으며, 지자체나 후견기관의 지원을 받아 근무하는 인원도 13.4%나 됐다.

이들 중 5%(46명)가 교무실과 행정실 등에 배치돼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일부는 양호실 사무보조원 등의 역할을 강요받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학교 배치에 앞서 업무연수를 받은 비율은 22.5%에 그쳤고, 나머지는 업무 배치 후 몇 개월 또는 1년이 지나서야 연수를 받았다.

***상근인력 없는 특수교육지원센터, 공무원으로 가득찬 특수교육운영위**

특수교육진흥법상 전국 교육청에 설치하도록 돼 있는 시·도 및 시·군·구별 특수교육운영위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정부 정책과 연결할 '모세혈관'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원 중에 공무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의사, 심리치료사, 대학교원 등 전문가는 물론이고 직접 당사자인 장애학생부모나 특수교육 담당교사조차 운영위원에서 배제되거나 소수만 참여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교육부가 2001년부터 특수교육 전반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전국에 설치한 186개 특수교육지원센터 중 상근인력을 둔 곳이 27개에 불과한 것도 문제다. 나머지는 1년 예산이 200만~300만 원에 그치거나, 충북 옥천, 영동, 음성, 괴산과 같이 아예 한푼도 없는 곳도 있다. 행정적인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학부모들의 푸념이 나올만도 하다.

***"특수교육이 활성화되면 제2, 제3의 진호 계속 나올 텐데…"**

경북 포항에서 92년부터 특수교육 교편을 잡아 온 정재우(38) 교사는 "언론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김진호군의 경우는 사실 극소수이고 장애학생의 80%가 교육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면서 "장애는 결코 극복의 대상이 아니다. 많은 장애학생들도 특수교육만 제대로 받아 잠재력이 발휘된다면 얼마든지 제2, 제3의 진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사는 특수교육 교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학급당 학생 수의 급증'과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을 꼽았다. 그는 "특수학교가 전국적으로 140여 개, 특수학급은 4000여 개 있지만 예전엔 집에 방치되던 중증 장애인이 점차 교육받기 위해 학교로 나오는 추세"라며 "이로 인해 학급당 학생수가 급증하는데, 교육 인프라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 이들에 대한 교육은 늘 '보육'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국가인권위의 '성교육 의무화 권고'를 교육부가 받아들여 일선 현장에 공문을 내린 것처럼 '장애이해 교육'도 의무적으로 실시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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