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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파라과이 주둔'으로 긴장 고조되는 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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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파라과이 주둔'으로 긴장 고조되는 남미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86>

미 해병대 1개 대대 병력(400명)이 남미의 파라과이에 지난 7월부터 오는 2006년 12월까지 18개월 동안 합법적으로 주둔할 것으로 알려져 브라질ㆍ아르헨 양국과 미국 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스페인어권 최대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아르헨티나 일간 <끌라린>은 최근 미국 해병대 병력의 파라과이 주둔은 남미에 전진기지를 마련하기 위한 워싱턴의'숨겨진 일정'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 남부사령부(Southcom)는 지금까지 파라과이 내에서의 군사훈련을 부인해 왔다고 전한 <끌라린>의 특별취재팀은 항공기까지 동원해 파라과이 북부 차코 지역에 있는 미 해병대 기지를 항공촬영해 공개했다.

<끌라린>이 공개한 사진에는 파라과이 주둔 미군이 사용할 것으로 알려진 길이 3800미터, 너비 80미터의 활주로가 포함돼 있는데 이 정도 규모의 활주로면 B-52, C-130 헤라클레스,C-5갤럭시, KC135 등 대형수송기들과 폭격기들의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아르헨티나 정부는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미군의 파라과이 영토 내에서의 활동은 파라과이 자국의 문제로 이를 제약할 아무런 법적인 규약이 없다"고 논평했다.

이에 반해 미군의 파라과이 주둔에 발끈하고 나선 건 브라질 정부다. 브라질의 군사평론가들은 파라과이의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해 자국의 방위권을 포기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파라과이에서의 미군 주둔은 지리학적인 측면에서 남미 국가들에게 아주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면서 남미공동시장 한가운데에 미국의 거대한 항공모함이 진을 치고 있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브라질 군부는 또 미군이 중미의 아루바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에콰도르에 이어 남미인 파라과이까지 진출해 아마존 지역을 둘러싼 벨트를 형성하게 되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프레시안 7월27일자 "브라질 군, 베트남전을 참고하라" 참조)

브라질 정부는 미국과 파라과이 양국이 체결한 군사적 합의는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회원국들이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메르코수르 지역인 남미에 미군 진출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한편 파라과이 국회는 지난 6월 파라과이 영내에서 미군의 활동을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하고 파라과이 주둔 미군은 외교관과 같은 면책특권을 가질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파라과이 야당과 군 일부에서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과이 정부가 이런 파격적인 결정을 한 것은 미 행정부의 매파인 도날드 럼스펠드 국무장관이 지난 8월 중순 파라과이를 전격 방문해 최종 마무리를 지은 조치에 힘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앞서 니까노르 두아르떼 파라과이 대통령은 역사상 처음으로 미 백악관을 공식 방문해 부시, 딕 체니, 럼스펠드 등으로부터 환대를 받기도 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양국이 미군의 남미 진출에 대해 우려의 소리를 높이자 미 국방부는 "이 지역에 미군 기지를 설치할 의도는 없으며 군 훈련의 일환일 뿐"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군사기지 설치'가 됐건, 아니면 '군 훈련의 일환'이 됐건, 미국이 주둔할 파라과이의 차코 지역은 볼리비아 국경과 200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오염되지 않은 수자원을 보유한 지역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남미 국가들은 미군의 남미 진출을 의심에 찬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 지역은 아르헨-브라질-파라과이가 관리하는 공동경비구역에 인접하고 있으며 이 지역이 중동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라는 지적을 받아오기는 했다.

테러리스트 색출과 마약밀매 단속을 위한 훈련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미군의 남미 진출을 놓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향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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