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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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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207>

송백(松柏)은 겨울에 더 푸르다

30대의 한창 힘에 넘치는 젊은 사람들을 만나면 대개 다음과 같은 생각에 젖어있다.

먼저는 이른바 잘 나가는 계층으로서, 그들의 생각은 40대 초반까지는 노후 대비를 끝내고 그 다음에는 한가롭고 넉넉하게 살려고 한다. 또 하나의 생각은 그렇지 못한 층으로서, 어떻게 해서든 성공 대열에 끼어들겠다는 결심이다.

당연한 생각들이지만, 삶이란 그리 녹녹하지가 않은 것이 문제다. 사실 산다는 것은 몸 건강하고 자식 잘 크고, 밥술을 뜨고 살면 족한 것이다. 나아가서 사치를 부린다면 취미가 하나 있어 여가를 즐겁게 보낼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매스컴은 우리를 그렇게 놓아두질 않는다. 이런 저런 성공신화, 30대에 나스닥에 상장하여 대박이 난 벤처 사업가, 소년에 성공하여 해마다 우아하게 수억 달러를 기부하는 빌 게이츠와 같은 억만 장자들, 성공을 위해 30대에 알아두어야 할 백 가지 지식, 못 생겼지만 재벌 집 외동아들과 결혼에 성공하는 드라마까지 끊임없이 우리를 부추겨댄다.

그런데 그런 것들에 속으면 삶에 멍이 든다. 오늘은 과연 인생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좀 더 깊은 생각을 가져다주는 하나의 사례를 들고자 한다.

먼저 사주를 보기로 한다.

연 신묘(辛卯)
월 경자(庚子)
일 갑자(甲子)
시 정묘(丁卯)

1891년생의 남자였다. 척 보아도, 무척 소심한 성격에 박복한 운명임을 알 수 있다. 동짓달에 난 갑목(甲木)인 데, 연과 월에 경금과 신금이 있어 한기(寒氣)를 더하니 부모 인연이 박하다. 시간(時干)의 정화(丁火)가 용신(用神)인 데, 지지(地支) 구성이 모두 습하여 두 개의 묘목(卯木)이 있어도 아무런 구실을 하지 못한다.

이 사람은 영국 사람이다. 그의 부친은 은행 말단 직원이었다. 남아프리카에 가서 근무하면 진급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그곳으로 갔다가 한 여인을 만나 결혼했고 그로부터 2년 뒤에 이 사람이 태어나게 된다.

이어서 남동생이 태어났지만, 그의 부친은 그가 세상에 나온 지 4년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두 형제는 졸지에 애비 없는 자식이 된 것이다.

영국으로 돌아와 철도 연변의 쓰러져가는 집에 살면서 학교를 다니게 된다.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어머니가 그의 나이 열 세 살 나던 해부터 당뇨병으로 고생하기 시작하더니 그 해 겨울 결국 세상을 뜨고 만다. 두 형제는 이제 완전 고아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어린 형제를 돌 본 것은 신부님이었지만,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 친척집에서 두 형제는 눈칫밥을 먹으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이 찬밥 신세의 남자아이는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익히는 데 있어 비상한 재능을 보였다. 그 바람에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기숙사에서 살 수 있었다. 사주 용신이 정화(丁火)이니 언어에 재능을 보인 것이다. 언어는 음양 오행상 정화(丁火)이기 때문이다.

그는 스무 한 살 나던 해 옥스퍼드의 어느 컬리지로 진학하여 고전문학과 고대 영어, 고 독일어, 웨일 어와 핀어를 공부하게 되었다. 어렵게 학업을 이어가던 중 세계 제1차 대전이 발발했고, 그 역시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영국에서 대기하다가 이전부터 좋아지내던 아가씨와 결혼식을 마치고 프랑스 전선으로 투입되었다.

프랑스 솜므 근처의 전선에 배치되었던 그는 참호열(trench fever)라는 심한 질병에 걸려 고생하게 되었다. 영국으로 후송되어 겨우 병은 나았지만, 병은 몇 년이 지나 다시 재발하는 등 두고두고 그를 괴롭힌다. 또 친한 학우들이 전쟁에서 거의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몹시도 가슴 아파한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사전을 출판하는 회사에 근무하다가 서른 네 살부터는 모교에서 교수직을 얻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학자로서 그는 평범했고, 사생활도 대단히 평범 단순했다.

그의 취미는 언어를 익히고 또 나름으로 자신이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일이었다. 한편 그는 고대신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논문도 썼다. 그러다가 38세가 되던 해부터 중세 신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다. 조실부모한 처지라 그는 자녀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보였는데,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때면 직접 지어낸 이야기들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 이야기들이 모아지고 다듬어지면서 소설이 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용기를 얻어 40대 중반에는 한 권의 소설을 출판했는데 제법 반응이 있었다. 그 해가 1937 년 정축(丁丑)년이었기에 용신 정화(丁火)가 힘을 보태준 것이라 하겠다.

그 이후 그는 길고 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마침내 예순이 넘은 나이에 가서 세 권의 책으로 출판하게 된다. 1954년 갑오(甲午)년에 두 권이 나오고 이듬 해 을미(乙未)년에 또 한권이 세상에 선을 보였다.

이제 이 사람의 이름과 소설 제명을 밝힐 때가 된 것 같다.

남자의 이름은 J.R.R. 톨킨이고 책제명은 '반지의 제왕'이다.

이 책으로 그는 일약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책은 불후의 고전으로 매김 받게 되었다.

그 이후 1959년 은퇴한 뒤, 시골로 이사하여 조용히 여생을 보내던 그는 아내가 세상을 뜬 지 2년 뒤인 1973년 계축(癸丑)년 9월에 여든 둘의 나이로 아내를 따라 세상을 하직했다.

일찍이 부모를 잃고 힘겹게 세상을 살아오던 톨킨이 노년에 가서 대성공을 거둔 사연을 사주와 대운을 놓고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

겨울 동짓달에 태어난 갑목(甲木)인 그에게 10년마다 맞이하는 대운은 기해(己亥), 무술(戊戌), 정유(丁酉), 병신(丙申), 을미(乙未)로 이어지면서 60세 나던 해에 갑오(甲午)대운을 맞이한다.

이미 50세부터 을미(乙未)운의 미토(未土)가 와서 한습한 사주의 기운을 제거한 그에게 있어 갑오(甲午)운은 더 없이 좋은 운이 아닐 수 없다. 따뜻한 날들이 돌아온 셈이다.

더하여 그가 '반지의 제왕'을 출판한 것 역시 1954년 갑오(甲午)년이었다. 필자는 늘 자신의 일간(日干)과 같은 해에 무슨 일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데, 톨킨 역시 갑(甲)의 해에 책을 출판했고, 이로서 용신 정화(丁火)가 일거에 힘을 얻어 그간의 축적된 재능이 일시에 발휘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80 세부터 맞은 임진(壬辰)대운의 계축(癸丑)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는 용신 정화(丁火)를 계수(癸水)가 와서 극하니 생명의 탄력이 멈춘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톨킨의 인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나서 반지의 제왕을 읽어나가면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장면들이 더욱 많아진다.

소설의 주인공 프로도 역시 어려서 부모를 잃은 것으로 등장한다. 바로 그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반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를 키워준 '빌보'는 정신적인 아버지인 프란시스 신부에 해당되고, 넓은 지혜와 용기를 지닌 마법사 갠달프는 인생의 신고를 헤쳐 나온 노년의 톨킨 자신일 것이다.

소설은 따라서 톨킨 자신의 인생행로이기도 하다. 어려운 임무를 맡아 머나 먼 모르도르의 불타는 화산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는 프로도가 보여준 불굴의 의지는 바로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라 할 것이다.

또 소설은 전편을 통해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악한 골룸에 대해서도 톨킨은 너그러운 눈을 잃지 않는다. 세상에 마땅히 죽어야 할 존재는 없다고 갠달프의 입을 빌어 일러준다. 이는 톨킨의 삶과 세상에 대한 너그러움과 용서의 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빛난다고 해서 모두 금은 아니며, '모든 방랑자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라고 '빌보'의 입을 통해 톨킨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용기를 전하고 있다.

삶은 화려하고 잘 나가는 어느 누구와는 달리 참으로 팍팍하고 힘겨운 발걸음으로 점철될 수도 있다. 성공신화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잘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잃지만 않으면 이처럼 예순이 넘어서도 명실 공히 성공이라 부를 수 있는 경지를 펼칠 수도 있다는 것을 톨킨의 인생을 통해 알아보았다. .

사람들은 이런 일이 있으면 흔히들'인생 대역전'또는'대박이 터졌네'와 같은 말들을 하지만, 삶이란 그런 경박한 흥행사업도 승부도 아니기에 옳은 표현은 아니라 할 것이다. 인생이란 그것들을 넘어서는 진지하고 숭고한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모든 꽃과 풀들이 시든 추운 겨울에 가서 그 푸름을 더한다는 옛말이 있다. 실로 힘과 용기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말이라 하겠다.

여담이지만, 북쪽의 숙정문이 개방된다고 한다. 청계천에 다시 맑은 물이 흐르는 것과 함께 또 하나의 수기(水氣)가 통하게 된다는 뜻이니 일관된 흐름이라 하겠다. 장차 서울의 운기(運氣)가 맑아지고 차분해질 시기가 이제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음을 말해준다. 모두가 강남 땅값에 눈을 팔고 있는 이 시점에 세상은 북쪽에서 새로운 반전을 준비해가고 있다.

(알리는 말씀; 음양오행과 명리학 클라스 기초 과정을 시작합니다. 이번이 드디어 제 11기가 되며, 9월 24일 토요일부터 입니다. 장소는 아직 미정이지만 강남지역이며, 오후 4시부터 4시간 동안 연속 강의입니다. 주 1회로서 3개월간 진행됩니다.

이 방면에 기초가 없다면 더욱 좋습니다. 공연히 시중의 변변치 못한 책으로 익힌 것은 공부에 방해가 되니 말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메일이나 전화를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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