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정착과 빈곤 추방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오는 11월 2일부터 5일까지 아르헨티나의 휴양지 마르 델 쁠라따에서 개최되는 미주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미주대륙의 국가대표들이 아르헨티나에 모였다.
지난 8일과 9일, 양일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의 유서 깊은 산 마르띤궁에 모인 이들 미주 대륙 34개국 대표들과 12개 국제기구 대표들은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따이아나 외무차관 주재로 자국 정상들의 일정확인과 의제 선정, 공동선언문 초안에 넣을 문구를 놓고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였다.
미국은 워싱턴에서 온 대표 외에 아르헨 주재 미 대사까지 참석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이번에 중남미 대륙과의 자유무역을 관철시켜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으나 중남미측 대표들은 북미와 중남미 간의 높은 상업장벽과 농업보조금의 불공정, 반덤핑 문제 등을 들어 미국의 통상압력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이번 미주정상회담의 개최국인 아르헨티나는 빈곤퇴치와 외환위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를 이번 정상회담의 주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 남미국가 대표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워싱턴은 우선적으로 중남미의 빈곤퇴치와 고용 창출을 위해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국경 개방을 고려하고 있으며 지역경제발전에 적극 협력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제4차 미주정상회담은 미국측이 자국 정상의 테러방지 차원에서 지나친 경호와 육ㆍ해ㆍ공군 파견을 주장하는 바람에 아르헨 정계와 시민단체, 현지주민들이'주권침해'라고 반발하며 부시 대통령의 아르헨티나 방문을 반대하고 나서는 바람에 진통을 겪고 있다.
정상회담장인 마르 델 쁠라따 항구의 주민들은 미국의 경호팀 선발대와 아르헨 군경합동으로 벌이는 주민신원확인 및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한 예비검색과정에서 주민들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으며 평화스럽게 살아가던 주민 전체를 가상테러리스트로 규정되는 바람에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불평을 털어놓고 있다.
현지 주민대표들은 "미 기관요원들이 마치 이 땅의 주인이나 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우리는 외국인이 된 기분"이라며" 우리는 부시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로 오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회담장 주변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우리가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부시 대통령이 이곳에 머무는 동안 대규모 테러 공격이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 때문에 벌써부터 밤잠을 설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정상회담이 열리는 호텔주변 상가 주민들은 "우리는 마치 군경들로 둘러싸인 거대한 감옥 속에서 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며 "금년 장사는 물 건너갔다"고 불만의 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아르헨티나의 산 마르띤 철도위원회(CFGS)라는 한 시민단체는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미군과 부시 대통령이 아르헨 땅을 밟지 않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부시 가문은 아르헨티나에 막대한 지역을 소유하고 있으며 산 후안 주 소재 금광은 부시 가문의 소유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공개하면서 미국의 다국적기업들과 부시 가문의 아르헨티나 내 석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의 독점행위를 문제삼고 나섰다.
또한 부시 대통령을 경호한다는 목적으로 아르헨 땅에 들어서는 미군은 2차대전 당시 2개의 원자폭탄을 일본 시내에 떨어뜨려 무고한 시민들을 살상했으며 베트남과 한국전에서는 세균폭탄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또 미군이 자국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전쟁을 벌이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포로학대(관타나모)를 일삼았다며 이들이 남미 정상들이 모이는 평화적이고 조용한 도시를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CSGF는 이어 "평화적인 회담장에서 한 사람을 경호하기 위해 대규모 미군이 아르헨티나에 들어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미군의 아르헨 입국과 부시 대통령의 방문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이와 같은 반(反)부시 정서는 정치권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일부 국회의원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을 상대로 부시의 아르헨티나 방문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중남미 전체에 퍼지고 있는 반부시 정서를 잠재우기 위해 미국 정부가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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