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그렇다. 취재하는 기자도 지겨웠다. 2일 오전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결국 인터넷 칼럼의 '통일 전쟁' 발언이 '북한 선전 동조 및 관련 표현물 제작'으로 국보법 7조 찬양, 고무 조항에 해당하는지 조사받기 위해 경찰에 출석했다.
강 교수가 조사받는 동안 서울경찰청 옥인동 보안분실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던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는 "사실상 사문화된 '국가보안법'이라는 녹슨 칼이 여전히 안간 힘을 쓰며 휘둘러지고 있다는 사실에 착잡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 교수는 지난달 27일 한 인터넷 언론 칼럼에서 "6.25 전쟁은 후삼국시대 견훤과 궁예, 왕건 등이 삼한을 통일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 것처럼 북한의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고 말했었다.
경찰의 사법처리 움직임에 1일 민가협,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천주교 인권위 등 5명이 서울경찰청 보안과장을 만나 강 교수의 사법처리 방침 철회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답은 "우선 고발이 돌아왔으니 조사를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조 목사는 "당시 보안과장은 단순히 강 교수의 '통일전쟁' 발언뿐 아니라 강 교수의 전체적인 것을 조사할 것"이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강 교수 역시 현대사 전문가 아닌가? '어떤' 전문가가 강 교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날 강 교수의 출두에 앞선 오전 9시 40분경, 옥인동 보안분실 앞에서는 강 교수에 대한 찬반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5개 진보단체는 "강 교수의 학문적 발언에 대한 경찰의 사법처리 방침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당장 조사를 철회하고 국보법을 폐지하라"고 규탄했고, 바로 5m 옆에서는 보수 성향의 자유개척 청년단 10여명이 "공산통일 웬말이냐"며 "경찰은 강정구를 즉각 구속하라"고 핏대를 올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 교수는 "통일전쟁 발언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은 남북이 적대적 관계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길에서 겪는 진통"이라며 "자신의 글을 둘러싼 진통이 소모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평화통일의 길은 멀어질 수 밖에 없다. 경찰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2개 중대 200여명을 배치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평화통일단체들은 오는 4일 '강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명동의 향린교회에서부터 옥인동 보안분실까지 도보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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