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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자금 횡령 논란, 소망교회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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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 자금 횡령 논란, 소망교회 가보니…

[현장] 담임목사 vs 원로목사, 뿌리 깊은 갈등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의 김 모 담임목사와 일부 장로들이 교회 자금을 조직적으로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망교회는 지난해 말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로 활동했고,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교회다.

최근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소망교회 일부 신도들은 "2004년 교회 제2교육관 부지를 54억 원에 사들인 뒤 담당 구청에는 30억 원에 계약한 것으로 신고했다"며 김 목사를 횡령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김 목사가 땅을 판 사람과 짜고 차액 24억 원을 횡령했다는 것이 고소인들의 주장이다.

고소인들은 또 2008년 선교관과 제1교육관을 리모델링할 때 김 목사 측 인사인 교회건축위원회 장로가 일방적으로 선정한 업체에 적정공사가격의 2배가 넘는 약 48억 원을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김 목사가 소망교회에 기증된 13억 원 상당의 제주도 임야 3900㎡를 지난해 4월 합당한 합의과정 없이 싼 값에 팔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소망교회 측은 제2교육관 부지매입과 관련해서는 "땅을 파는 사람이 세금을 덜 낼 수 있도록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추징금을 물고 해결될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리모델링 공사대금은 적정 가격을 따랐으며, 제주 임야 매각은 절차상의 문제는 일부 있으나 추후 담당 장로가 사과했고, 당회 의결을 거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당회란 교회 안에서 의회 역할을 하는 기구다.

▲ 소망교회 본관 전경 ⓒ프레시안(서어리)

담임목사냐, 원로목사냐…2003년 이후 시작된 계파 갈등

김 목사의 횡령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신도들은 이 교회의 곽 모 원로목사 측 장로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곽 모 원로목사는 김 목사가 담임목사를 맡기 전까지 소망교회의 담임 목사를 지냈다. 13일 소망교회에서 만난 신도들은 "김 목사가 2003년 담임목사에 오른 이후 김 목사와 곽 목사 간 계파 갈등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20년이 넘게 이 교회를 다녔다는 신도 A 씨는 김 목사 편을 들었다. 그는 "김 목사가 담임목사가 된 후, 교회가 원로 목사를 재정적으로 후원해오던 그간의 관행을 거부했다"며 "김 목사의 개혁적 행보에 반발한 곽 목사 측 사람들이 김 목사를 향해 근거 없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2교육관 횡령에 대해서는 "회계를 담당하는 장로가 2년마다 한 번씩 교체되는데 담임목사가 부지매입에 어떻게 관여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신도 B 씨는 "김 목사는 신도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헌금에도 일일이 영수증 처리를 해 줄 정도로 깨끗한 사람"이라며 김 목사의 횡령혐의를 믿지 않았다.

반면 신도 C씨는 "김 목사가 교회의 모든 인사권과 재정권을 홀로 가지려고 하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며 "김 목사가 당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남몰래 쓰는 돈이 있고, 교회 건물을 건립하거나 리모델링 할 때는 그 과정을 당회를 거치지 않고 혼자 결정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C씨는 이어 "김 목사 쪽 사람들은 김 목사의 이 같은 전횡을 두고 CEO가 돈도 마음대로 못 쓰느냐고 공개적으로 얘기하기도 한다"며 "많은 장로가 교회가 이렇게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내봤지만, 김 목사는 설교자리에서 교회가 싫으면 나가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고 말했다.

끝 없는 고소고발전, 신도들은 한숨만

사실 소망교회 내부의 고소·고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이후 김 목사와 곽 목사 측이 주고받은 고소·고발은 살인미수·폭행·명예훼손 등 10건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한국 교회사 최초로 전직 부목사가 담당 목사를 폭행해 징역형을 받는 사건도 일어났다.

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고소고발전을 지켜보는 신도들은 계파를 가리지 않고 답답한 마음을 호소했다. A 씨는 "곽 목사를 따르던 신도들은 교회를 떠나거나 지하 예배당에서 따로 예배한다"고 말했다. C 씨는 "마음이 안 좋다. 목사들끼리 싸워서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교회 측 공식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처를 방문했으나, 안내데스크 직원은 "담당자들이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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