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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론'에 한나라당 뒤늦게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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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론'에 한나라당 뒤늦게 '꿈틀'

맹형규-손학규-소장파 '적극대응', 지도부-영남 '무시' 일관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론'에 대한 한나라당의 '메아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이 28일 '반노 빅텐트 정치연합론'을 주장하며 공세적 맞대응을 종용했고, 대권주자로 꼽히는 손학규 경기지사도 "한나라당도 집권하려면 '영남당'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역구도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그동안 연정론에 대해 '무시 전략'으로 일관해 온 한나라당에 등장한 새로운 기류다.

***맹형규 연정론에 '맞대응' 주문 **

손 지사는 이날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을 통해 "각 정당 내부에서 지역주의를 넘어설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이고 국민통합을 추구하는 세력으로 주도세력을 교체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지사는 "어느 당이건 미래지향적이고 실사구시적인 국민통합 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다음에 반드시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며 "한나라당도 집권하려면 영남당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당 내에선 맹형규 의장이 작심한 듯 연정론에 대한 공세적 맞대응을 주문하며 '빅텐트 정권연합론'을 제안했다. 그는 당의 노선 재정립, 지역 편중성 해소 등을 거론하며 DJ와의 연대, 대북-대미 노선의 전향적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앞서 제3정조위원장인 이종구 의원은 "한나라당은 연정론에 대해 무작정 '위헌이다. 말도 안된다'고 하지 말고 노 대통령 발언 뒤에 숨은 뜻을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고, 당내에서 전략적 마인드를 인정받는 박형준 의원도 그동안 선거구제 개편 등에 대한 적극적 검토를 주문해 왔다.

영남 의원들 사이에서도 '맞대응'에 동조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경북도당 위원장인 권오을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시대가 안고 있는 갈등요소가 지역구도라면 한나라당도 이를 피해의식에 피해가기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타개책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부산 출신 권철현 의원도 "연정론에 대해 언제까지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식으로만 버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연정의 숨은 뜻을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의도' 의심하면서도 '더 이상 정국 주도권 뺏길 수 없어'**

이들의 발언이 노 대통령과 여권의 연정 제안을 수용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들 모두는 노무현식 연정론에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인식을 전제로 삼고 있고, 실현 가능성도 지극히 낮게 보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의 극복과 선거구제 개편 문제의 이니셔티브를 노 대통령과 여당에 내줄 경우, 여권의 의도에 휘말려들어 궁극적으로는 집권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일차적으로 당에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는 형태로 나타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다만 이들 사이에서도 대안은 제각각이다. 박형준 의원과 일부 소장파들은 선거제도 및 개헌 논의에 대한 '제도적 접근'에 방점을 찍고 있다.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제도적 대안에 한나라당이 준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다분히 원론적 측면이 강하다.

반면 손 지사는 "지역주의 정치는 헌법이나 선거구 제도를 바꾼다고 타파되는 것이 아니다"며 노 대통령과 여권의 선거구제 개편 요구와 선을 그었다. 손 지사의 주장은 오히려 당 내 주류를 형성하는 영남권 보수파에 대한 정치적 견제의 의미가 강하다.

맹 의장은 한나라당이 중심이 되어 DJ와 민주당을 포섭하는 '빅 텐트 정치연합'으로 지역주의 극복의 주도권을 잡자는 집권 전략적 측면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연정론을 여야간 대선 경쟁의 신호탄으로 보고 '반(反) 노무현' 진영을 결집시킬 수 있도록 한나라당의 노선 및 정체성 변화를 촉구한 대목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에 권오을 의원은 "사람을 중심으로 찬반을 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지역구도가 어차피 영호남 간의 지역구도이니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정책연합은 깊이 고려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정치연합' 자체에는 공감을 표했다. '영남당 색채'를 벗기 위한 방책으로 민주당과의 적극 협력을 검토하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도부 "무시" 일관하지만 논란은 이미 촉발**

연정 정면대응론이 당내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모아진 공식 입장은 아니다. 맹 의장의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이 곧바로 '개인 의견'이라고 못 박고 나선 것은 파문 확산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당내 대권 주자와 함께 정책담당자 및 전략가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발언이 분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어떤 식으로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0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의원 연찬회에선 지역구도 타파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는 의원들과 이에 대한 영남권 보수중진들의 반발이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강두 의원은 지도부 회의에서 "연정론에 말려들면 한나라당도 국민들의 경제고통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경고음을 냈고, 김용갑, 김기춘 의원 등 지역 대표 중진들도 당내에 연정론 불길이 붙는 것을 경계하며 주시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연정 정면대응론이 노 대통령의 '수읽기'에 말려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과거 노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의 경솔한 대응이 '탄핵'이라는 무리수로 이어진 전례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도부는 일관되게 '연정무시' 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다. 당 일각에서 연정에 대한 반응 기류가 나타나자 박근혜 대표는 즉각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얘기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박 대표는 "국민들이 불황으로 아우성인 시점에 정치권이 정치게임에만 몰두한다면 국민들에게 버림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연정반대'에 선을 분명히 그었고, 강재섭 원내대표도 "우리는 애초부터 끝까지 연정에 응할 생각이 없다"며 "쟁점화조차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단호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당내서 논란이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가 연정론 소용돌이에 한나라당이 본격적으로 휘말려들었음을 의미한다. 정면 대응이냐, 아니면 무시전략 고수냐는 양 갈래 길에 선 한나라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연정론은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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