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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선언 '유라시아의 빛'

김봉준의 '유라시아 문화기행' <3>

다녀왔습니다. 무사히!
동시베리아 대장정팀 40명, 서시베리아 대장정팀 20여명, 70여명 모두 무사히 이르쿠츠크에 도착해서 알혼섬까지 갔습니다. 서울에서 전세기를 타고 직접 온 한국 유라시아대장정 참여단 100여명과 이르쿠츠크에서 합류해서 알혼섬까지 6시간을 달려가 마지막 문화행사를 치루었습니다. 동북방 샤먼의식과 한국의 굿이 합굿을 했습니다. 아마 동아시아 최초의 범샤먼 합굿입니다. 이 합굿의 의미를 참여자들조차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들이 학교에서 샤먼문화에 대하여 언제 공부를 했었겠습니까. 동북아 샤먼 합굿의 의미는 나중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이름하여 바이칼 천지굿입니다. 천지굿은 몽골 샤먼굿, 한국 해서지방 김매물만신굿, 이애주의 유라시아빛 춤굿, 청년 대동굿, 다음날로 이어져 해맞이 송별굿을 끝으로 모든 공식 일정을 마치고 왔습니다.

오늘(15일), 8.15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날입니다.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성대히 치뤘습니다. 유라시아대장정은 이날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기에 때를 맞춰 어제 8월14일 날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귀국까지가 대장정의 마지막 종착점이기 때문입니다.

***귀국하여 8.15 기념식에 참석**

오늘, 8월15일 광복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달라는 주최 측의 요청으로 유니폼을 입은 채 광화문으로 나갔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유라시아대장정을 프로그램에서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헛걸음질로 돌아왔습니다.

어찌 됐거나 나로서는 평생 처음 참석한 8.15 공식 행사였습니다. 역시 관급 문화행사란 인상을 지울 수 없군요. 아직도 국가주의를 강조합니다. 정부 중심으로 통합과 번영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흐르는군요. 나머지 프로그램은 대중문화와 영합적입니다. 만주벌판을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로 대장정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데 청년의 기상을 소개하는 것은 좋지만 만주벌판을 독립운동을 펼치던 땅, 고구려의 역사가 숨 쉬는 우리의 잃어버린 영토로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영상 멘트에서는 '이제 만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청년들에게 막연하게 실지회복이라도 해야 한다는 듯한 인상을 부채질 합니다. 자전거로 다녔으면 가는 곳마다 만났던 주민들과의 문화교류와 우정을 나누었던 것이 기본 예의일 텐데 원정대같이만 소개하는 것을 보고 의아할 따름입니다. 영상 편집 잘못인지, 행사 기획연출자 문제인지, 아니면 현 정부의 시각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러다가 극우적 북벌론까지 나올까 걱정입니다. 제 요점은 청년의 기상을 올바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주의 애국주의 한계 안에서 감상적으로 풀려는 것은 결코 국가적, 민족적 에너지로 승화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 정신력을 소모적으로 낭비할 겁니다. 서울시가 따로 8.15행사를 시청 앞에서 오후에 펼치는 모양도 물질적 낭비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무대를 활용하면 예산낭비도 줄일 텐데 굳이 따로따로 하는 것부터 안타깝습니다.

동북아시아 대륙에 대한 주최측의 이해와 해석이 걱정스럽습니다. 청년의 애국심을 국가주의에 가두어 사고하는 결과입니다. 위험합니다. 대륙에 대한 이해와 관점을 국가주의 안에서 볼 것이 아닙니다. 대륙은 이미 러시아와 중국에 포섭된 땅입니다. 문화교류사의 관점에서, 호혜정신과 유라시아 문화의 연대 관점에서, 생명과 평화의 관점에서 이해할 날은 언제나 올지요. 그것이 진정한 광복 60주년을 맞이하는 성숙한 문화국민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귀국 일성부터 까탈스럽게 비판부터 하여 미안합니다.

한·러 유라시아대장정은 바이칼 알혼섬에서 '유라시아의 빛'을 선언하였습니다. 여기에 그 선언문을 소개하는 것으로 귀국 후 첫 소식을 알립니다. 이 선언문은 고국을 떠나기 전에 미리 작성한 것으로 우리글과 러시아 글로 번역하여 참석자에게 배포했습니다. 초안은 제가 쓰고 추진위원회 문화전문위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유라시아대장정 추진위원회 고문이신 김지하 시인이 윤문해 주었습니다. 프레시안에 전재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유라시아대장정 기행문을 연재하겠습니다. 현장에서 보내려던 기행문은 인터넷 통신이 어려워 못했습니다. 또 하나 변명을 하자면 졸지에 동시베리아 구간의 단장이 되었습니다. 하바로프스크를 출발하면서부터 단장이 공석이 되어서 제가 단장 임무까지 수행하느라 스케치도 수기도 제대로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면서 많은 상념이 뭉쳐서 구름처럼 떠오릅니다. 대륙, 아무르강과 흥안령 산맥, 초원과 숲, 바이칼 호수, 슬라브 민족과 러시아 국가, 우리민족의 시원, 몽골리안, 고아시아계 소수민족, 고려인, 경제협력, 굿과 샤먼문화, 라마교, 유라시아 문화, 문화교류, 유라시아 대장정이 남긴 의미 등등에 대하여 글과 사진, 그림을 곁들이겠습니다.

그럼 알혼섬 샤먼바위 부르한에서 대장정의 대미를 장식하며 발표한 선언'유라시아의 빛'을 소개하겠습니다.

***선언'유라시아의 빛'**

우리 유라시아대장정 참가자 일동은 서쪽 모스크바와 동쪽 서울에서 멀고 먼 이르쿠츠크까지 달려 왔다. 러시아와 한국에서 온 지식인과 문화예술인들은 "열자! 유라시아의 시대를, 만나자! 바이칼에서."라는 슬로건으로 펼쳤던 최초의 유라시아대장정을 여기 바이칼에서 마무리지으려 한다. 우리는 '유라시아의 빛 2005' 문화행사를 치루면서 바이칼에서 대장정을 함께 했던 그 의미를 되새기며 한 매듭의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고자 한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한 깨달음을 얻는다. 시베리아의 광활함과 바이칼의 저 검은 깊음은 우리에게 인간 중심의 시각을 넘어 모든 사물을 다시 보는 한 시각, 대륙은 물론이고 해양과 함께 나아가 대기권과 함께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근본적 태도가 지금 여기 살아 생동하는 지구와 우주생명 전체에로 활기차게 열리기를 요청한다. 그리고 이 열린 느낌은 지금 바로 여기 내 안에서 생생히 만날 수 있음을 아프게 확인시켜 준다.

목하 우리의 지구는 재해와 전쟁과 오염과 파괴의 대혼돈을 겪어왔다. 시베리아는 문명과 산업화의 칼날 같은 손길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드물게 보존된 처녀지이다. 인간은 위기의 순간마다 어머니인 대지의 품으로 되돌아가 새 힘과 영감과 자양분을 얻어왔듯이 시베리아와 바이칼이 우리가 되돌아가 현대문명의 위기와 혼돈을 치유할 원천적인 땅임을 확인시켜주었다.

우리는 한·러 두 나라간에 존재했던 오랜 단절의 시간과 머나먼 지리적인 거리를 그 옛날 스텝로드를 말 달리던 유목민들처럼 힘차게 달리고 힘차게 만나서 서로 얼싸안고 춤추며 노래했으며, 역사의 그늘을 신명의 의례로써 날려버렸다. 우리가 달려온 동서 시베리아 길은 결코 우리가 처음으로 개척한 길은 아니다. 우리는 이 길이 새로운 유라시아의 시대를 열어 줄 고대로부터의 길임을 알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대장정의 도정에 도착하는 각 도시마다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우정을 키워 왔다. 그분들의 따듯한 인류애에 감사드린다. 우리는 지구촌의 모든 지역마다 간직하고 있는 나름나름의 독특한 문화를 존중하며 서로 다름을 인정한다. 여기 바이칼에서도 우리의 마음과 몸을 활짝 열어 태고부터 풍겨온 지구의 독특한 향기를 맞아들였다. 동시대 인간으로 서로 만나서 함께 한 호흡들이 얼마나 행복한 체험인지를 감지했으며 따라서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온몸으로 노래하고 춤추었다.

바이칼의 천지굿, 해맞이굿을 끝으로 한·러 유라시아대장정 참여자 모두는 대륙과 해양을 결합하는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의 도래를 갈망하며 참다운 인류 생명 평화의 길을 다음과 같이 찾고자 결의한다.

1. 우리 한·러 유라시아대장정 참여자 일동은 유라시아가 원래 해양을 포함한 하나의 대륙이듯이 그 속에 사는 자연과 인간도 하나의 우주적 생명임을 확인한다. 우주의 모든 생명이 함께 누릴 평화의 길은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넘어 함께 찾아야만 하는 길임을 공동으로 인식한다.

2. 우리는 지구촌의 온 생명공동체가 서로 다름과 각기 고유함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해하는 공생과 호혜의 길을 가야 하며 이 길이 곧 '유라시아의 길' 임을 확인한다.

3. 시베리아 지역은 수많은 종족들이 각각의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천차만별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웅숭깊은 평화와 호혜의 생명공생체들의 교호적 문화사를 가지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인류가 교류하던 스텝로드는 본디부터 타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각 부족의 독특함을 꽃피운 소사회 공동체의 전통을 이루게 하였다. 다민족, 다국가간의 평화적 융합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 시대에 이것은 비교할 바 없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임을 확인한다.

4. 시베리아는 유배의 땅이자 구도의 땅이었다. 수많은 슬라브족 지식인에게 시베리아는 죽음보다 더 두려운 극형의 땅이었으나 도리어 그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새 삶을 얻었던 곳이다. 죽음의 땅이자 생명의 자궁인 시베리아는 지구 태고의 어머니 그 자신이요 역설의 땅이다. 거룩한 죽음과 위대한 탄생이란 생명의 거듭남을 펼치는 궁극적인 어머니 땅, 이곳에서 우리는 이제 인류와 온 생명의 새 봄을 꿈꾸려 한다.

5. 인류의 신문명은 사냥과 농업, 유목과 정착, 구전과 문자, 신화와 역사, 에코와 디지털이 공존하고 교호하는 광활한 문명일 것이다. 전 지구적 대혼돈(빅 카오스)의 시기를 맞이하여 우리는 고아시아 문명의 발원지로 되돌아가 생명과 평화의 관점에서 고대아시아 문명을 담대하게 해석하고 그와 더불어 더욱 담대무쌍하게 신문명 창조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즉 유라시아의 빛-유라시아 르네상스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6. 이상기후, 지구온난화, 자원고갈은 인류의 생존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징후이다. 우리는 시베리아 대륙의 생태적 보고가 더 이상 인류에게 익숙한 난개발과 멸종, 고갈이라는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사이클로 반복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며 도리어 생명가치를 최우선하는 모든 생명의 친화와 존중과 공영의 땅이 되기를 바란다.

7. 유라시아의 빛 2005는 새로운 유라시아 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첫 걸음이다. 바이칼 알혼섬에서 해맞이 굿을 경건히 열므로써 유라시아 시대의 여명을 알리며 한·러 유라시아대장정 참여자 일동은 유라시아의 빛을 찾고자 계속 노력할 것임을 약속한다.

그리하여 인류가 문화협력으로, 호혜경제로, 평화정치외교로, 생태계 보전으로, 문화적 종 다양성 보존으로, 그리고 인격- 비인격을 넘어선 전체 생명에 대한 존중으로 깊이 성찰하고 단호히 행동하여 전지구촌 어디에서나 생명과 평화의 빛으로 스스로 각각 눈부시기를 바라며, 때로는 서로 함께 융합되어 빛나길 강력히 희망한다. 아름다운 지구별의 믿음직한 인류로 빛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인류의 빛 만세!
생명의 빛 만세!
유라시아의 빛 만세!

2005년 8월 13일 아침
바이칼 알혼섬에서
한·러 유라시아대장정 추진위원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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