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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영화제 봇물, 과잉인가 잔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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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영화제 봇물, 과잉인가 잔치인가

오동진의 영화갤러리<40> 이제는 양보다 질로 승부할 때

***과잉인가, 진짜 잔치인가**

8월 들어 유독 소형 영화제들이 범람하고 있다. 거의 매일 전국 곳곳에서 영화제들이 열리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이미 시작된 영화제를 포함해 이번 한달 동안 열리는 크고 작은 영화제의 수는 10여 개에 이른다. 이 중에서 그나마 대중들의 눈에 띄는 주요 영화제를 고르면 아래와 같다.

<표 1>

이들 영화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는 제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이혜경 집행위원장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영화제는 '음악영화'들만 모아 상영한다는 독특한 컨셉을 내세워 소형 영화제로서 대중적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충청북도와 제천시 등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도 만만치 않은 수준. 각각 2억5000만원씩, 5원억의 예산이 투입돼 소형영화제로서는 가장 '여유 있는' 모습이다.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 비해 문화 마인드도 높다는 평가다. 문제는 관객동원. 충북 제천은 면적이 서울의 1.4배 규모임에도 인구는 14만명에 불과해 영화제의 기본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주민들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다른 지역 관객을 얼마만큼 유도할 수 있느냐가 이 영화제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 등지에서 중견 정지영 감독이 이끄는 제1회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도 주목할 만한 행사다. 일단 청소년뿐 아니라 미취학 아동과 어린이들(만 3~15세)이 직접 만드는 동영상 작품 모두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영화는 누구나 즐기고 또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친근한 매체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인지시키고 그럼으로써 궁극적으로 영상산업의 전반적 발전을 꾀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영화제 자체는 오히려 다소 낯설고 알맹이 없는 '빈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초기 영화제 운영과정에서는 만만찮은 시행착오가 예상되지만 영화제측의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 예산은 7억 원. 경기도와 일산시에 재정지원 전반을 기대했지만 경기도의 경우 세계평화축전이나 한류우드 등에 '올인'한 상태여서 예상보다 적은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자란 예산은 CJ엔터테인먼트 등에서 지원받았다.

***이제는 양보다 질로 승부할 때…컨셉 우선의 법칙**

영화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영화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그것도 교통정리가 잘 될 때의 얘기다"라고 우후죽순으로 열리는 영화제들을 바라보면서 걱정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올 초에는 이 같은 현상을 의식한 듯 영화인회의 등이 주축이 돼 '전국 영화제협의체 건설을 위한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국제영화제(혹은 '국제'라는 수식어를 붙인 국내용 영화제)의 일정을 조율하고, 공동마케팅을 통해 관객동원을 최대화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문화행사로서 본연의 기능을 올바로 수행하자는 것이 세미나 개최의 취지였다. 실제로 지난 해 11월에는 같은 날자, 같은 기간, 거의 같은 장소에서 '아시아나 단편영화제' '유럽 필름페스티벌' 등 서너 개의 소형 영화제가 한꺼번에 열려 동시에 실패한 바 있다.

따라서 이 세미나는 그 같은 불필요한 영화자원의 낭비를 줄여보자는 것이었지만 각 영화제들마다 이해관계가 상충돼 더 이상 논의가 확장되지는 못한 상태다. 특히 세미나 개최 당시 불거져 나온 부천국제영화제의 내홍 문제로 논의가 '부천사태'로 좁혀지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부천국제영화제의 주요 스탭들이 부천에서 분리돼 나와 별도로 '리얼판타스틱영화제'를 만든 것은, 그 순수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전국영화제협의체 건설이라는 큰 그림을 사고하지 못한 채 단기 성과에만 급급했다는 측면에서 전술적인 우를 범했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 영화제들을 준비하고 또 진행하는 영화인들의 의지만큼은 높이 사야 한다는 평가다. 지자체의 재정적 어려움, 인프라의 부족, 문화 마인드의 결핍,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말은 허울일 뿐 '간섭은 하되 지원은 하지 않는' 일부 일선 국가 공무원들의 행태 등 돌파해야 할 난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진정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이혜경 운영위원장은 이에 대해 비교적 명쾌한 답변을 내리고 있다.

"난 아직도 더 많은 특색있고 전문화된 영화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카메라는 21세기의 연필과 같다. 생각하게 하고, 성찰하게 하고, 서로 잘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주요한 매체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미디어산업 혹은 영화산업에 있어 수동적 대상에서 능동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카메라가 21세기의 연필이라면, 영화제는 백일장이다. 많을수록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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