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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vs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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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vs 부동산

공간연구집단의 '도시에서 유목하기' <6>

로또가 우리 생활 속에서 주요한 화두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로또는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수많은 화젯거리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현재 로또는 우리사회에서 평범한 개인이 순식간에 부자로 거듭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로또를 사놓고 당첨결과가 나올 주말을 기다리며 대박 상금으로 뭐할까 하는 공상 속에서 일주일을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한편, 이러한 복불복 로또와는 달리 나름대로 합리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는 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부동산 판이다. 각 서점마다 부동산 투자에 관한 책들이 넘쳐나고, 신문지상엔 각종 아파트 및 상가 광고가 전체 광고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이런 부동산 판의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이렇게 대박 신화의 중심에 서 있는 두 판의 인기는 둘 모두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두 판을 비교할 때 사람들의 견해는 조금 달라지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또가 부동산에 비해 확률이 적고 운에만 의존하는 다소 저급한 판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래서 로또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부동산 판이 로또에 비해 더욱 합리적이고 세련된 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여 로또가 오히려 더 합리적이고 세련된 판이지는 않을까? 그런지 아닌지는 이 둘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본 후에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몰아주기**

일단 둘 사이에는 상당히 유사한 면이 있다. 우선 돈내고 돈먹기 내지 '넘버3'에서의 짜장면 몰아주기를 연상케 하는 몰아주기식 판 진행 과정이 유사하다.

로또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각각 기본 1000원씩 걸어서 큰 판돈을 만드는데, 판 결과에 따라 운좋은 특정 선수들이 모인 판돈을 가져가게 된다. 그래서 로또는 서민의 세금이라는 항간의 불명예스런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부동산 판에서도 이러한 방식은 마찬가지이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사실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되는 돈은 대부분 다른 공간에서 생산된 가치들이 이전되는 것이며,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생산되는 가치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즉, 부동산 투자니 투기니 해가며 부동산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의 대부분은 그 이익을 가져가는 프로 선수들이 창출해낸 돈이 아니라, 자기가 부동산 판에 돈을 대는 선수인줄조차도 모르는 숨은 참가자들인 수많은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프로 선수들이 가져가는 엄청난 액수의 돈들은 결국 우리 서민들이 모아주는 돈과 다름이 없는 것이며, 그들은 서민들이 모아준 판돈으로 신나게 돈잔치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돈이 모여 전체 판돈이 되고 이것을 몇 선수들이 가져가는 방식의 돈내고 돈먹기, 몰아주기가 부동산 시장에서도 똑같이 펼쳐지고 있다.

예컨대, 최근에 판교신도시를 개발하면서 공공부분과 민간부분이 각각 10조와 6조의 개발 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경실련의 연구결과가 나왔는데, 그 정확한 액수가 얼마이던 간에, 이 엄청난 돈의 근원이 신도시 건설과정에서 새로이 생산된 가치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이득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하고 떨어진 것인가? 물론 아니다. 개발 관련자들이 토지 개발을 통해 얻게 되는 그 막대한 이득의 대부분은 우리 모두가 생산해낸 가치가 이전되는 것이다. 그 막대한 이득 속에는 어느 농부, 어느 노동자, 어느 회사원을 망라한 이 땅의 모든 생산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가치들이 들어 있다. 그 가치들이 토지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그 소유주에게 이전된다. 이렇게 총 16조의 이득은 다른 공간에서 생산된 가치가 이전되는 부분인 것이다. 이렇듯 로또 대박 상금이 수많은 선수들의 푼돈들로 만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판의 대박들도 실은 수많은 선수들이 모아놓은 어마어마한 판돈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대박 신화의 두 주인공**

이른바 대박이라고 표현되는 판의 규모도 둘 사이의 유사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로또에 참가하여 즐기는 선수들은 적어도 매주 수백만 명에 이르는데, 이 선수들이 꼬박꼬박 한번에 1000원씩 걸어서 이루어지는 로또의 전체 판돈은 수십억 원에 육박할 정도이며 지난 2년간 총 판매액은 무려 7조원에 달했다. 추첨결과에 따라 운 좋은 선수는 한 판에 십 수억을 손에 쥘 수도 있으니, 실로 대박 판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규모를 엄밀히 따지자면, 로또 판은 부동산 판 앞에서 명함도 못 내민다. 우선 부동산 판에는 참가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말하자면 우리 사회 온 국민이 그 판의 참가 선수들인 셈인데, 그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거비용을 지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출하는 주거비들의 상당 부분이 모여서 전체 부동산 판을 형성하고 토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일부 선수들이 전체 판돈을 나눠가진다. 참가 선수들이 많고 각각 거는 돈도 상당한 만큼 전체 판의 크기도 매우 크다. 일단 일반 가계 지출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주거비용으로서, 보통 일반 가계가 수입의 20-30%를 주거비로 부담하고 있다. 더불어 일반 가계뿐 아니라 임대료를 지불하는 많은 회사와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또한 이 판의 주요 선수들로 참가하는데 이들을 감안하면 부동산 판의 규모는 엄청난 규모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이즈음에서 부동산 판의 규모를 실제로 간단히 추산해보자. 공시지가 기준으로만 봐도 우리나라의 지가 총액은 2004년 현재 1800조가 넘는데, 공시지가가 시가의 약 30-40% 정도임을 감안하면 실제 지가 총액은 5000조에 육박한다고 볼 수 있다. 지대의 지가로의 자본화 효과를 고려하여 지대를 지가의 약 4% 정도로 보면 매년 발생하는 지대 총액은 약 200조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로또 판 규모의 약 30배에 이른다. 한편, 이와 함께 토지 가치 상승으로 인한 추가적인 자본이득을 보면,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었던 1987년 그 규모가 당시 우리나라 GNP(약 140조) 규모와 비슷했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있었고, 2000년대에 이르러서도 2000, 2001, 2003년의 3년간 토지가치상승으로 인한 평가차익이 모두 212조이 이른다는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연구결과도 있으니, 부동산 판의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정해진 당첨자, 운명은 바뀔 수 있을까?**

하지만 로또와 부동산 사이에는 보다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이제 그 차이점들을 중심으로 두 판을 본격적으로 비교해보겠다. 자 로또냐, 부동산이냐?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차이점은 판돈을 챙겨가는 사람이 어떻게 정해지는가에 있다.

로또에서 판돈을 가져가는 사람은 6개의 숫자를 모두 맞춘 아주 운 좋은 극소수의 사람들이다. 확률이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확률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돈이 많든 적든, 권력이 있건 없건, 정보가 있건 없건 단돈 1000원에 모두들 같은 확률로 패를 띄운다. 패를 여러 번 띄우더라도 확률은 가중되지 않고 정확히 그에 비례할 뿐이다.

반면에 부동산 판에서 판돈을 가져가는 사람은 대게 미리 정해져 있는데, 이것이 두 판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부동산 판에서 판돈을 쓸어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은 바로 토지소유주이다. 물론 토지지분을 포함한 주택소유주도 토지소유주의 개념에 포함된다. 즉 거칠게 말하자면, 다른 조건이 일정할 경우, 자가 주택에 살고 있는 선수는 자기가 낸 판돈만큼 자기가 가져오는 본전치기를 하는 경우이며, 주택이 없는 선수는 매번 판돈을 잃는 경우라고 볼 수 있고, 다주택 보유 선수는 매번 다른 사람이 건 판돈을 가져가는 경우가 되겠다. 어떤 선수든 토지를 가지고 있으면 토지 사용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으며, 어떤 과정에서든지 토지 가치가 상승하는 족족 그 이득을 독식한다.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주거와 생산 공간이 필요한 이상 부동산 판에서 꼬박꼬박 판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

로또는 모든 선수들이 공평하게 판돈을 모아서 그 선수들 안에서 분배가 되지만, 부동산 판은 판돈 내는 선수 따로, 판돈 가져가는 선수 따로인 판인 것이다. 그것도 판돈 가져가는 선수가 정해져 있고 말이다. 이렇게 볼 때, 부동산 판은 로또 판에 비해 상당히 불합리한 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토지소유주는 어떻게 해서 판돈, 즉 지대를 가져가는 것일까?

토지는 저마다 위치가 달라서 그 위치별로 우열이 가려지게 되고, 다른 토지의 사용자에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토지의 사용자는 그 위치로 인한 이익을 얻게 되는데, 토지소유주는 이 이익을 지대로서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우월한 위치의 토지는 저마다 토지소유주에게 토지 사용자가 얻는 이익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자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가장 열등한 토지의 소유주조차도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정량의 '대가요구'를 한다. 이렇게 토지가 '잘나서' 토지소유주들이 판돈을 쓸어가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 토지가 '잘나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것은 토지소유주가 개인적으로 노력해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라 도시의 사회적 발전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 지대는 사회 전체의 열매라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격'을 가지고 '대가요구'를 가능하게 하는 토지는 어떻게 해서 특정 선수들에게 귀속되었을까? 우리나라에선 불과 60여 년 전인 이승만 정권 시기에 단행된 유상몰수 유상분배 형식의 토지 개혁을 통해 토지가 사적으로 귀속되었다. 토지 개혁의 성과에 대한 분분한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그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현대의 토지 사적 소유 체제가 확립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토지 중에 최고라는 강남의 토지도 역시 원래 조선 왕실의 토지였으므로 일종의 국유지라고 볼 수 있는데, 이승만 정권 시기에 민간에게 불하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서울 주변 땅을 사두면 좋을 것이라고 어림짐작했던 똘똘한 선수들이 그 토지들을 불하받았고, 서울의 팽창과 강남 부도심의 계획 정보를 미리 알았을 법한 더욱 똘똘한 선수들이 그들로부터 다시 토지를 사들여서 큰 이익을 보았을 것이다. 불과 수십 년 전에 있었던 토지 선점하기 단판 승부 끝에, 승리한 선수들과 그 후세들은 앞으로도 천년만년 계속 부동산 판에서 이득을 취하고, 그렇지 못한 나머지 선수들과 그 후세들은 계속해서 잃게 마련인 판돈을 걸어야 한다는 것,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판의 공정성**

로또와 부동산 판의 두 번째 결정적 차이점은 판의 운용 방식에 있다.

로또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는지, 전체 판돈이 얼마가 되었는지, 어떤 숫자를 맞춘 사람들이 판돈을 어떻게 가져가게 되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으며, 판의 운용자는 이 과정 모두를 공정하게 진행한다.

하지만 부동산 판은 이와 사뭇 다르다. 우선 부동산 판에서는 정기적으로 공공이 나서서 특정 선수들에게 몰아주기를 한다. 그것도 선수들 모두에게서 추가 갹출한 돈을 가지고 말이다. 생각해보자. 만약 모든 선수들의 세금을 모은 돈으로 집행되는 공공사업과 계획을 통해서 특정 토지의 '자격'이 한층 향상되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대는 누가 가져가야 할까? 이것도 모두 토지소유주의 노력에 의한 결과라고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 현실에서 공공의 세출을 통해 지하철, 도로, 공원을 공급하여 인근 해당 토지의 가치가 상승하면, 그 이득은 모두 기존 토지소유주들의 몫이 되고 만다. 지하철 계획이 수립되는 순간 혜택 받는 토지의 소유주들은 거금의 판돈을 챙기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 현실에서는 공공 투자의 효과가 특정 선수들에게 전유되는 것이다. 용적률 완화나 토지용도 변경을 통해 토지 가치는 상승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도심 주상복합건물 규제 완화의 열매가 누구에게 떨어지는지, 자연녹지에서 주거용지로의 토지용도 변경으로 인한 이득을 도대체 누가 가져가는지, 공공 계획으로 인해 맺어진 열매가 왜 특정 선수들에게 전유되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공공사업과 계획에 대한 정보를 가진 선수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진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집약적 성장 시기에 강남을 개발하고 부도심으로 키우면서 많은 관료들과 이와 결탁한 선수들이 사전 정보를 통해 판돈을 쓸어온 사실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아는 것 아닌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힘깨나 쓴다는 선수들이 개발과 관련한 사전 정보들을 가지고 엄청난 판돈을 챙겨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쉽게 말하자면, 공공은 모든 선수들로부터 추가 갹출한 돈을 가지고 특정 선수들에게 판돈을 몰아주는 등 판 진행과정에서 상당히 편파적인 딜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이 나서서 선수들에게서 갹출한 돈을 가지고 판돈을 특정 선수들에게 몰아주다니, 세상에 이렇게 불공정한 판이 어디 있는가?

***'제 살 깎아먹기'**

세상에 이런 요상한 판이 있을까 싶다. 당첨자가 이미 정해져 있고, 공공이 나서서 선수들에게서 갹출한 판돈 몰아주기를 하고, 정보를 선점한 특정 선수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데다가, 좋든 싫든 무조건 같이 껴서 판돈을 꼬박꼬박 걸어야 하는 어거지 판, 바로 부동산 판. 이런 요상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선수들은 자기가 이 판에 억지로 껴서 꼬박꼬박 판돈을 내고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으며, 또 어떤 선수들은 부동산 판이 로또 판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고 세련된 판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판돈을 걸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부동산을 통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독하게 마음먹은 선수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기가 적어도 부동산 시장에서 손해는 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앞서 언급했지만 부동산을 통한 부 축적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 돈 가져오는 '남의 살 깎아먹기'인데, 너도 나도 '남의 살 깎아먹기'에 나서면, 결국 자신이 살아야 할 토지-주택비도 상승하여 주거비 부담으로 돌아오는 '제 살 깎아먹기' 형국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제 살 깎아먹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두고 나쁘다, 혹은 바보 같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죄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를 이렇게 요상한 부동산 판에서 활약하도록 내버려두거나, 혹은 심지어 조장한 부동산 정책 제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판을 거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부동산 관련 정책들은 토지 주택 제도의 정비보다는 단순한 공급 중심으로 이루어져, 택지 공급을 늘려도 그 열매가 특정 선수들에게만 돌아가는 결과를 낳았고, 결국 토지-주택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판이 시들해질 때마다 다시 판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토지소유주들의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과정에서 땅 없고, 집 없는 불쌍한 많은 서민들만 엄청난 판돈을 날려 왔다. 그러나 우리가 잃은 것이 어디 판돈뿐인가.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사겠다고 적금을 붓거나 대출을 하는 통에 사회 전체적인 구매력이 감소해서 우리는 지금 내수 부진에서 발전된 경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또한 많은 집 없고 가난한 이들이 삶의 기본 조건인 거주할 공간을 잃고 지금 이 순간에도 도시의 어느 구석을 전전하며 고통 받고 있다.

***판 계속 굴릴까요?**

열댓 명의 선수들로 이루어진 판이었으면 진작에라도 중지되었겠지만, 참가 선수들만 해도 수천만인 데다가, 방식도 여간 복잡한 게 아니라서 힘없는 선수들이 판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어떤 선수들은 각각 여태껏 날린 판돈을 만회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또 어떻게 자기도 한 몫 챙겨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 이렇게 불합리한 판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살펴봤듯이 이렇게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부동산 판을 이대로 유지하는 건 무리가 있다.

로또는 비록 확률이 낮아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합리적인 판이다. 자기가 당첨이 안되더라도 한 사람 밀어준다는 셈치고 마음 좋게 참을 수 있다. 그 뿐인가? 로또 한 장 사놓고 공상 속에서라도 일주일 동안 즐겁게 지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다가 판이 마음에 안 들면 판에서 빠지면 그만이다.

하지만 부동산 판은 그렇지 않다. 주거와 생산은 삶의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에 개개인이 마음에 들지 않다고 해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부동산 판의 생리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판은 그 구조가 불합리하며, 그 운용에 있어서는 상당히 불공정한 모습을 보인다.

불로소득 식으로 다른 사람들이 생산해낸 가치를 가져가는 특정 선수들의 이익 추구 구도를 보며 어떻게 부동산 판에서의 이익이 정당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벗어나지도 못하고 계속 울며 겨자 먹기로 판돈을 잃어야만 한다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나서서 판을 고치려고 하는 것이 순리이지 않나 싶다. 순수하게 자신의 거처를 마련하고자 하는 작은 노력마저도 토지를 가진 특정인들의 배만 더욱 불려주는 모순 자체인 부동산 판에 우리의 강력한 이의제기가 필요하다.

필자 이메일: joon1917@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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