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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가벼움으로 무장한 신세대의 진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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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된 가벼움으로 무장한 신세대의 진지한 성찰

[프리뷰] <웰컴 투 동막골>를 보고

세대가 변했다.

적어도 40대 이상의 관객들이라면 <웰컴 투 동막골>을 보고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웰컴 투 동막골>은 개봉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 특히 대중적 흡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보다 이 영화의 진정한 미덕은 시대의 변화를 확실하게 구분짓는, 뉴 제너레이션의 정서와 미학을 선보였다는 데서 찾아진다.

<웰컴 투 동막골>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쯤 언젠가를 배경으로 탈영한 국군병사 2명(그중 1명은 낙오한 병사다)과 연합군의 개입으로 낙동강 전선에서 밀려 평양으로 후퇴중인 인민군 3명, 그리고 공습중 불시착한 미군 공군 1명이 강원도 동막골이라는 산골 중의 산골에서 조우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다. 설정 자체가 갖는 아이러니, 곧 전쟁이라는 상황이 전혀 통용되지 않는 공간 속에 가장 적대적인 관계인 3자가 만났다는 사실 자체에서 영화는 엄숙주의보다는 발랄하고 경쾌한 보폭을 취할 것임을 예상케 한다.

실제로 <웰컴 투 동막골>의 내러티브는 시종일관 웃음과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 여기엔 전쟁의 비참한 상황, 역사의 복잡한 맥락,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회정치적 후유증 등은 끼어들 틈이 없다. 신인 박광현 감독은 '의도된' 가벼움과, 더욱더 철저하게 '의도된' 역사적 무지함을 내세우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의 환타지를 무기로 분단의 고착화를 획책하고 있는 일부 남북 모두의 파시스트들을 공격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그 뒤통수를 치는 능력이 너무나 놀라워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민족이니 분단이니 이념이니 하는 따위의 강박적인 단어들을 잊게 된다. 분단의 문제를, 문제로서조차 인식하지 않게 함으로써 오히려 그 문제를 뛰어넘게 하는 건 새로운 세대의 지혜로움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남북한 분단문제는 이제 새로운 차원으로 이해되고 또 인식되고 있으며 그것이 결코 소수의 극단적 우파가 우려하듯이 국가관이 상실됐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웰컴 투 동막골>이 가장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양태는 바로 이 점이다.

영화의 기본적인 힘이 스토리 텔링에 있다면 <웰컴 투 동막골>은 그 기본에 가장 충실한 영화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미 공군은 북진 공격 도상의 보급로를 확보하기 위해 민간인에 대한 학살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하려 하고 동막골의 순진무구한 사람들에게 감화된 남북한 병사들, 그리고 미 공군 한 명은 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기들만의 연합군을 결성하기에 이른다.

밤하늘 가득히 몰려오는 비행편대에 맞서 대공포 화기를 발사하기 직전 인민군의 늙은 병사 한 명은 "우리야말로 북남연합군이 아니겠느냐"고 '전우'들에게 되묻는다. 남북한 병사가 한몸이 돼 죄없는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 이념보다 더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보다 더 중요한 무엇을 지켜내기 위해 미국의 B29 폭격기를 공격하는 모습은 자못 숭고한 감동을 주기까지 한다.

인민군 병사가 옆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B29를 향해 욕을 퍼붓는 국군 병사의 모습은 그동안 주입돼 왔던 분단의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오도되고 편향된 것이었나를 역설한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순간은, 국군과 인민군 5명이 B29의 융단폭격으로 죽어가는 장면에서가 아니라 그 포화를 뒤로 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부대로 복귀하기로 결심한 미 공군 한 명이 새로운 '전우들'의 희생을 생각하며 통곡을 터뜨리는 장면이다.

진정한 인간애란 단순하게 남북 합작의 무엇인가를 만들어냈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긴 것이 다르고, 살아 온 과정이 틀리며, 삶의 지향점도 달랐던 데에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제3자인 누군가에게조차 삶의 진실, 그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는 세계동포주의적인 무엇으로 실현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상업적인 대박 흥행을 위해 코믹 환타지로 포장되고 있는 <웰컴 투 동막골>은 영화사의 마케팅 전법에 휘말리지 않고 한걸음 살짝 떨어져서 보면 그 안에 지금의 시대를 비트는, 전복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그걸 느끼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물론, 철저하게 관객들의 몫이다.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을 위하여. 땡큐 포 동막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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