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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스포츠 축구 중계권 독점에 방송3사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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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스포츠 축구 중계권 독점에 방송3사 '술렁'

메인뉴스로 일제히 비판…"독점폐해 시초는 방송3사"

한 스포츠마케팅 업체가 오는 2012년까지 월드컵과 올림픽의 아시아예선 축구 중계권을 독점하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일제히 메인뉴스를 통해 이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3사는 3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공동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IB, 메이저리그 이어 축구 중계권도 독점**

올해 초 지상파 방송사들을 제치고 메인저리그 중계권을 따내 화제가 됐던 IB스포츠(대표이사 이희진)는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부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 2012년 런던 올림픽 예선 중계권을 또다시 따내 지상파 방송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월드컵과 올림픽의 아시아예선 중계권은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KBS MBC SBS 등 방송3사가 공동으로 구성한 풀단에서 998만 달러(한화 100억 원)를 지불하고 중계권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IB스포츠는 이번에 이 액수의 3배나 되는 3000만 달러(300억 원)를 제시해 중계권을 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스포츠는 이에 앞서 올해 초 지상파 방송3사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올해부터 4년 동안 5300만 달러에 사들였다. IB스포츠는 그 뒤 지상파 방송3사에 중계권을 재판매하려 했으나 방송3사가 이를 거부하자 케이블TV <Xports>를 설립해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경기를 직접 중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IB스포츠측은 "선진국은 중계권 에이전시가 스포츠단체로부터 중계권을 사들여 이를 지상파 등 각종 매체에 재판매하는 것이 일상화 돼 있다"며 "이는 스포츠 콘텐츠의 지상파 방송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한편으로 스포츠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IB스포츠의 모기업은 자산규모 1조 원대인 IB(Interbulgo)그룹으로, 스페인교포인 권영호(65) 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사를 둔 IB그룹은 국내뿐만 아니라 스페인 중국 앙골라 가봉 등에 14개 계열사를 두고 있고, 국내 사업체로는 대구 유일의 특1급 호텔인 인터불고 호텔, 서울 인터불고수산, 부산 냉장인터불고 등이 있다. 원양어선도 국내외에 35척이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애국가의 작곡가인 고 안익태 선생의 스페인 유가(遺家)를 사들여 정부에 기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방송3사, 보도로 '독점' 일제히 비판…"자업자득"**

그러나 불의의 일격을 당한 방송3사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송3사는 2일 저녁 일제히 메인뉴스를 통해 이를 비판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KBS는 2일 <뉴스9>에서 "공조를 통해 AFC와의 중계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했던 방송사들의 노력이 IB스포츠측의 턱 없이 높은 중계권료 제시로 무산됐다"며 "스포츠가 갖고 있는 건전한 대중문화적 속성은 전파의 공공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스포츠 중계권을 자본의 논리에 맡길 수만은 없다"고 비판했다.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기본보다 무려 3배나 높은 가격을 제시해 중계권을 독점한 뒤 이를 재판매할 경우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는 시청자 접근권을 제한하는 행위로 방송사들은 3일 대책회의를 열어 공동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BS도 <8시뉴스>에서 "방송3사가 풀단을 구성한 이유는 과당경쟁을 막아 외화유출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축구 중계권 독점으로 국부유출은 물론 국내 스포츠마케팅 질서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방송계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국민적 호응이 큰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은 각 스포츠단체들의 일방적인 중계권료 인상책에 휘둘리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방송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정하도록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당혹감을 '자업자득'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애초 독점의 폐해를 만들어 국부유출의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 바로 지상파 방송사들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메이저리그 중계권의 경우 KBS가 지난 97년 1년 중계권료로 ML사무국에 34만 달러를 지불했으나 옛 인천방송을 거쳐 MBC가 4년 독점계약을 하면서 무려 3000만 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IB스포츠는 다시 4년 독점계약에 53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더구나 지상파 방송사들은 MBC의 메이저리그 독점계약 이후 국내외 스포츠경기의 중계권을 선점하기 위해 과당경쟁을 서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 방송 관계자는 "IB스포츠가 어떤 명분을 내세운다 해도 독점이 가져다 줄 폐해를 가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 또한 이미 많은 국민들이 그 동안의 행태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메인뉴스를 통해 이를 비판하는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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