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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치욕 무릅쓰고 이라크서 발빼기로 마음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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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치욕 무릅쓰고 이라크서 발빼기로 마음 먹었나

<뉴스위크> "내년말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 10만명 감군"

미 국방부가 현재 13만8000명선인 이라크 주둔 미군을 내년 말까지 최대 10만명 가까이 감축하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8월 8일자)가 1일 보도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리 2명의 말을 인용한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수개월동안 내년 중반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을 8만명 선으로 줄인 뒤 내년말까지는 4만~6만명으로 조정한다는 구체적인 이라크 철군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이와 같은 철군 계획이 당초 이라크 침공이 이뤄진 2003년 말까지 이행될 예정이었으나 이라크 저항세력의 예상 외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3년 가량 늦춰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이는 지난달 언론에 흘러나온 영국의 비밀 문건에서 제시된 내용과도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당시 영국 국방부의 비밀 문건은 "미국의 새 계획은 이라크의 18개 주 가운데 14개 주의 통제권을 2006년 초까지 이라크 정부에 넘기고 미국과 연합군의 병력은 17만6000명에서 6만6000명 선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현재 이라크의 치안상황을 고려할 때 이같은 미국의 이라크 철군계획은 한마디로 '부질없는 희망사항'은 아닐까? '희망사항'이 아니라면 미국은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길래 이토록 '과감한' 철군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일까?

이라크 치안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은 거의 모든 관측통들의 일치된 견해다. 지난 7월 한달 동안에만 바그다드 주재 이집트, 알제리 대사가 납치 살해됐고 파키스탄, 바레인 대사는 총격을 받았다. 미군이 대거 주둔하고 있는 바그다드 한복판에서, 그것도 백주 대낮에 이슬람권 4개국의 최고위 외교관들이 납치되고 총격을 받았다면 지방의 치안상황은 더 물어볼 필요도 없다.

게다가 저항세력의 자살폭탄 공격은 최근 들어 더욱 거세지고 있다. 2004년 한해 동안 자살폭탄공격은 약 500회 발생한 반면(하루 1.5회꼴) 지난 7월에는 하루에만 12회 발생한 날이 있을 정도다. 올해 들어 폭력사태로 목숨을 잃은 이라크인의 숫자가 4500명이나 된다는 통계도 제시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치안은 이라크인들에게 맡긴다는 목표 아래 이라크 군 및 경찰 등 보안병력의 창설ㆍ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뉴욕타임스가 미 국방부의 비밀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군 도움 없이 독자적인 대테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이라크 보안병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라크 군의 경우 미군의 도움을 받아 대테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병력은 약 3분의 1 정도라고 하며 경찰의 경우에는 아직도 상당수가 창설 단계에 있다. 앞으로 1년 안에 이들의 치안유지 능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서둘러 이라크에서 대규모 병력을 빼내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대규모 지상군 병력이 이라크에 2년 이상 묶여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미 군사력의 세계전략적 운용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조바심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 군부의 싱크탱크인 랜드(RAND) 연구소는 미 지상군의 세계 배치에 관한 보고서('Stretched Thin: Army Forces for Sustained Operations')를 통해 미 육군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포진돼 있는 현 상황에서는 테러와의 전쟁과 본토방위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2개의 전쟁 전략을 수행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7월 초 뉴욕타임스는 미 국방부 내에서 '2개의 전쟁 전략 포기'를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이라크 주둔 미 지상군을 대폭 감축해 테러와의 전쟁 및 본토방위에 투입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주방위군(National Guard)이 대거 이라크전쟁에 차출되면서(이라크 주둔 병력의 3분의 1 이상) 미 국내 치안에 대한 불안도 늘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전역의 주지사들이 모인 '전국주지사협의회' 모임에서 주지사들은 주방위군의 대거 차출로 자연재해 등 각 지역의 비상상황에 대처할 인원이 태부족이라고 불평했다. 한 주지사는 "도대체 사람이 없어. 상근이든 파트타임이든 미국인의 필요와 우려에 대처할 인원이 없단 말이야"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더 큰 문제는 지상군 병력에 대한 수요와는 정반대로 병력 충원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진보적 웹사이트 ZNet 7월 28일자에 실린 '흐트러지는 미 군부(Unravelling of the US Military)'라는 기사에 실린 미군 당군의 병사 모집 노력을 보면 그야말로 눈물 겨울 정도다.(http://www.zmag.org/content/showarticle.cfm?SectionID=40&ItemID=8399)

올해 들어 7월까지 미 육군은 모병 목표의 60%를 채우는 데 그쳤다. 육군 주방위군의 경우에는 최근 18개월간 단 한 달만 모병 목표를 달성했다. 피터 슈메이커 미 육군 참모총장은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올해 육군의 모병 목표 8만명을 채우기가 "매우 어려우며" "내년에는 병사 모집 역사상 가장 어려울 것이고" 이러한 어려움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병사 모집이 어려워지자 미군 당국은 신병 자격요건을 크게 완화해 '40살 가까운 노인네'가 신병으로 입대하는가 하면, 뚱뚱보ㆍ마약상용자 등 신체적ㆍ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마구잡이로 입대시키고 있다. 더욱이 미국인의 입대가 크게 줄어들자 미군 당국은 시민권 부여를 미끼로 외국인 신병을 대거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미군 병사의 약 7%, 3만명이 외국인이며 이들의 국적은 자그마치 100개나 된다. 최근에는 괌, 사이판, 미국령 사모아 등 남태평양 미국령의 여고 졸업생 등을 집중 모병하고 있다는 기사가 1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보도되기도 했다.

미국 부모들도 자녀의 입대를 꺼리고 있다. 올해 5월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는 부모의 3분의 2가 자녀의 군 입대를 지지한다고 말했으나 올래 그 비율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일반 사병뿐만 아니라 장교 충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육군의 매년 신규 장교의 60%를 ROTC(예비장교훈련프로그램)를 통해 충원해 왔다. 그런데 지난 2년간 ROTC 후보생은 자그마치 16%나 줄어들었다. 한편 최근 한 잡지(<하퍼스>) 기사에 따르면 프린스턴 대학의 경우 지난 1956년 졸업생 900명 중 400명이 군에 입대한 반면 2004년 졸업생 1100명 중 군에 입대한 사람은 9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미 지상군 병력에 대한 수요는 큰 반면 공급은 갈수록 크게 줄어만 가는 상황에서 미 군부로서는 이라크주둔 기존 병력만이라도 제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의 조건으로 '이라크내 치안상황 개선'이라는 조건은 최근 들어 거의 언급되지 않고 그 대신 이라크의 정치 일정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스위크는 미국은 이제까지 저항세력에게 용기를 고취하는 역효과 등을 우려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 일정에 대해 침묵해 왔으나 최근에 와서는 "이라크 저항세력은 이라크 신정부의 성공이라는 정치적 수단을 통해서만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항세력의 퇴치는 더이상 미군 철수의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이어 미국의 전쟁 계획 입안자들은 현재 규모의 병력배치가 2007년까지 연장된다면 병력 충원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주 바그다드를 불시에 방문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자파리 총리 등 이라크 임시정부 관리들에게 헌법 제정, 총선 실시 등 정치일정의 준수를 중점 강조한 것으로 보도됐다. 또 당시 조지 케이시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도 이라크가 정치 일정을 준수한다면 "미국은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이 예정대로 부분 철군을 단행할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 이라크 임시정부의 정치일정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라크는 8월 15일 헌법안 완성, 10월 15일 이전 헌법안에 대한 국민투표, 12월 중순 총선 일시, 2006년 초 정식정부 출범의 정치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불과 2주일 앞으로 다가온 헌법안 작성을 놓고 시아파ㆍ수니파ㆍ쿠르드족 간의 심각한 이견으로 인해 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이다. 헌법기초위원회의 후맘 하무디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헌법안 마련 시한을 8월 15일에서 한 달 연장하는 안을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측이 정치 일정 준수를 완강하게 고집하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연기 여부는 1일(현지시간) 이전에 결정돼야 한다.

만일 이라크 의회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시한 연장을 결정한다면 미군의 철군 일정에도 차질은 불가피하다. 물론 이라크 임시정부가 정치 일정을 지켜 미군이 계획대로 철군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이라크의 평화와 안정을 뜻한다고는 볼 수 없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미군의 철군 계획을 황급한 발빼기 수순으로 보고 반미투쟁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경우 이라크 상황은 본격적인 내전으로 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미군의 '영광스러운 이라크 철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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