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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헌소'에 전문가들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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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헌소'에 전문가들 찬반 '팽팽'

"의결권 제한은 곧 재산권 제한" VS "다수주주 권리 우선보장돼야"

삼성그룹이 공정거래법상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가운데, 전문가들의 찬반이 쟁점마다 엇갈려 향후 정부와 삼성 간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고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의장 김효석) 주관으로 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삼성그룹 공정거래법 헌소 사건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금융사 의결권 제한의 법적 타당성과 기업의 금융계열사 투자시 고객과의 이익 상충 여부 등을 두고 논리대결을 펼쳤다.

***쟁점 1. 의결권 제한은 위헌인가**

지난달 29일 삼성그룹은 지난 4월 시행된 공정법 개정안 중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규정에 대해 "재산권·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개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보험사가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폭을 30%에서 15%로 축소했다.

이에 대해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기업 경영권의 핵심은 회사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 변경권과 경영진에 대한 인사권을 확보하는 데 있는데, 이를 위한 의결권 행사를 축소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 공정거래법은 회사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강 교수는 "회사의 의결권이란 기업과 그 자산의 현재의 존재와 장래의 발전을 결정지을 수 있는 경영에 관한 권리를 표현하는 것으로, 이는 회사법상 부여받은 권리가 아니라 이미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즉 기본권으로 인정될 수 있다"면서 '의결권 제한은 곧 헌법상 기본권의 제약'이란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송호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경영권은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위탁한 것일 뿐이므로 회사의 권리는 경영진의 별도의 권리가 아닌 다수 주주의 권한을 뜻한다"며 일부 경영진이 기업의 경영권을 갖는다는 강 교수의 전제부터 뒤집었다.

송 변호사는 "다수 주주의 권한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일부 경영진의 권리를 제한하는 공정법은 오히려 회사의 재산권을 확대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반박하며 "헌법의 기본권에는 이해충돌이 있을 때 잘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쟁점 2. 금융 계열사 투자는 고객이익과 상충하나**

보험금융사의 계열사 투자가 고객의 이익과 상충한다는 정부의 논리에 대해서는 삼성 대신 대한상공회의소가 반박에 나섰다.

이상경 대한상의 조사부 팀장은 "계열사 투자에서 얻는 평균 수익은 비계열사 투자 수익의 3.6배에 달한다"며 "결과상으로는 계열사 투자를 통해 고객이 많은 배당을 얻고 국가 경제에도 유익한 영향을 미치는데도 고객 이익과 상충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 갖고 규제를 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오히려 "금융회사의 자산운용이 우량계열사 대신 비계열사 투자 혹은 의결권 행사에 문제가 없는 계열사로 왜곡돼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고객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도 있다"며 의결권 제한으로 계열사 투자가 위축될 경우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병주 공정위 독점국장은 "사후적 결과에 불과한 실적에만 목을 매, 재벌이 고객의 자산을 마음대로 운용하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성들을 간과하란 말이냐"며 실적과 무관하게 예측 가능한 위험 방지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을 피력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삼성 전체 자산의 56.2%는 금융보험업 자산으로 이 중 대부분이 고객의 자산임을 감안할 때, 삼성 가신그룹이 준법경영 원칙을 무시고 재산권 승계에만 혈안이 돼 그룹 전체에 미치고 있는 법률적 위험은 곧 고객의 자산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의 실적에 가려져 있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김 소장은 "삼성전자의 수익력과 삼성생명의 자금력은 진정 놀라운 것이지만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삼성의 구조는 고객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이 거대 기업에 대한 지배권을 3세에게 승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미 시작된 삼성과 고객 간의 이해상충 현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쟁점3.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은?**

삼성이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통해 "개정 공정거래법은 금융 계열사 의결권을 지나치게 축소해 대주주의 부당한 지배력 확장을 방지한다는 입법 취지에서 벗어나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불만을 토로한 데 대해서는 '사이비 민족주의 살포'라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김상조 소장은 "그간 민족주의가 사회의 진보를 견인해 온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재벌이 선동하는 민족주의는 외국자본 또는 제국주의와의 대립을 주요모순으로 설정해 국내의 다양한 계급․계층간의 이해관계 충돌은 부차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97년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경제가 걸어온 길이 바로 이것이고 삼성이 지배력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도 우리 사회에 '사이비 민족주의 정서'를 살포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은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전무하다는 것이 애널리스트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라며 "이유를 100개 대라면 댈 수도 있으니 삼성은 말도 안 되는 '사이비 민족주의'로 여론을 호도하는 행태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상의 이상경 팀장은 "M&A 불안감이 없다면 왜 그룹이 굳이 삼성전자 주식을 끌어 모으려 안간힘을 쓰겠느냐"고 반문하며 "외국자본의 위협에 적극 대응해야 할 시점에 소비자 이익과의 상충 문제도 없는 M&A 관련 의결권 행사한도마저 축소한 것은 M&A에 대한 기업의 불안감을 고조시켜 기업 본연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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