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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건희 회장 지시로 불법 정치자금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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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이건희 회장 지시로 불법 정치자금 지원"

[실체 드러낸 'X파일'] "언론사주가 불법자금 배달부 노릇도"

MBC가 7개월여 동안 손에 쥐고 있던 이른바 '이상호 X파일'의 실체를 대부분 공개했다. 옛 안기부가 작성한 내부문건 속에는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현 주미대사)이 삼성그룹의 불법 정치자금 배달부 노릇을 했던 치부가 적나라하게 적혀 있었다. MBC는 또 이 테이프와 관련해 검찰수사가 진행될 경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 97년 불법 정치자금 규모 100억원"**

MBC는 22일 저녁 방송된 <뉴스데스크>에서 모두 18개 꼭지를 통해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政-經-言' 유착의 실상을 고발했다. MBC는 이날 법원의 21일 결정에 따라 공개하지 못하는 도청 테이프의 육성을 대신해 옛 안기부가 97년 4월 7일, 9월 9일, 10월 7일자로 작성한 내부문건을 토대로 당시 '검은 커넥션'의 실상을 보도했다. MBC는 특히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의 부도덕성을 강하게 질타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97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그룹이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게 전달하려 했던 불법 대선자금 규모는 모두 100억원. 삼성은 애초 이 후보에게 경선자금으로 15억원을 줬고, 얼마뒤 다시 30억원을 전달했으나 이를 모두 써버리자 또한차례 18억원을 전달했다. 18억원의 전달은 홍석현 사장의 측근이자 당시 중앙일보 편집국장이었던 고흥길 현 한나라당 의원이 맡았다는 것.

삼성은 그 뒤에도 97년 첫 도입된 대선 TV광고에서 이 후보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 11억원의 돈을 더 썼고,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또다시 30억원을 지원했다.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은 창구 단일화 명목으로 이 후보의 친동생인 이회성 씨에게 전달됐다.

이 과정에서 홍 사장의 역할은 '거간꾼' 이었다. 홍 사장은 언론사 사주로서 취득한 각종 정보를 삼성측에 건네주었고, 삼성은 그를 토대로 불법 정치자금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써야할지를 결정했다.

MBC는 "97년 천용택 당시 국정원장의 말 실수로 홍 사장의 비밀임무가 드러난 적이 있었는데, 홍 사장의 비밀임무란 매년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돈을 정치권에 나눠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홍 사장은 그런 와중에 이른바 '양다리 걸치기'도 시도했다. MBC는 "이번 문건에는 홍 사장이 97년 9월 초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김대중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에게도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대화내용이 들어 있다"며 "홍 사장은 그밖에도 이 본부장에게 '노조와 호남 편에 서봐야 득 될 게 없다' '중앙일보의 또다른 간부가 야당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기록돼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문건을 통해 메이저신문인 C일보도 당시 대선과정에서 김대중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공작 차원의 보도행태를 보인 흔적이 드러났다. MBC는 "홍 사장이 이 본부장과의 대화과정에서 C일보가 김 후보의 건강 문제를 집중 취재하고 있다는 정보를 주면서 여기에 C일보 사주가 '김대중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한 대목까지 덧붙여 주었다"며 "실제 C일보는 이런 대화의 내용을 확인해 주듯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월간지를 통해 김 후보의 건강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정치권의 논란으로 비화됐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회장, 이번엔 검찰수사 피하기 힘들 듯"**

MBC는 이번 보도를 통해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불법 정치자금의 '몸통'이라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했다.

MBC는 "이 회장은 95년 250억원을 정치권에 뇌물로 주었다가 집행유예 형을 받았지만 97년 또다시 60억원을 이회성 씨에게 전달한 것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조차 받지 않았다"며 "더군다나 2002년 대선 때에는 385억원을 정치권에 전달하고 나중에 175억원의 채권을 더 전달한 것이 추가로 밝혀졌지만 이때에도 이학수 본부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대신 구속됐다"고 비판했다.

MBC는 이어 "정치자금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3년이어서 97년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사실이 확인된다 해도 처벌하기 어렵지만 대가를 목적으로 뇌물을 준 것이라면 사정은 확연히 달라진다"며 "실제로 문건에는 이 본부장과 홍 사장이 나눈 대화 가운데 기아자동차의 인수와 관련해 '삼성이 계획을 말하면 여당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있어 시효가 10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상의 뇌물공여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MBC는 "따라서 시민단체 등에서 검찰에 고발을 하게 되면 이번에는 이 회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회장이 이회장 당시 대통령후보에게 불법자금을 전달할 것을 직접 지시하는 등 각종 사안에 개입한 혐의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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