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성폭력은 인종청소의 한 수단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성폭력은 인종청소의 한 수단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4>

전쟁 속에서 여성은 성폭력에 희생당하는 일이 잦다. 조직적인 인종청소(ethnic cleansing)의 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10년 전인 1995년7월 세르비아계 무장세력은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 지역에서 대량학살(genocide)을 벌이면서 그 지역 무슬림 여성들을 집단 강간했었다. 보스니아내전에서 모두 6만명의 여인들이 성폭력에 희생당했다.

보스니아내전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1999년 코소보전쟁 때도 그러했다. 자치권을 얻길 바라는 알바니아계를 코소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한 인종청소의 수단으로서 세르비아계는 성폭력을 의도적으로 휘둘렀다. 피해 여성들과 그 가족들은 공포와 수치심 탓에 마을을 떠났다.

잰 에길란드 유엔 사무차장(민간구호 담당)은 최근 유엔안보리에 출석, 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분쟁지역에서 여성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보고했다. 그는 "아프리카 여러 내전지역에서 성폭력이 보다 즐겨 쓰이는 전쟁무기(a preferred weapon of war)가 돼간다"고 탄식했다.

에길란드 사무차장의 보고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의 키부 지역에서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에만 2,000건의 성폭력이 저질러졌다. 그는 "이 지역에서 지난 1년 동안 2만5,000 명 이상의 성폭력 희생자가 생겨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우간다 북부 굴루 지역에서는 난민촌 안에 사는 여성의 60%가 성폭력 피해자"라고 보고했다.

아프리카 내전에서도 1994년 르완다에서 후투-투치 부족 사이의 내전이 일어나 80만명이 대량학살을 당할 때도 성폭력이 인종청소라는 전술적 필요에 맞춰 저질러졌다. 투치족 여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또는 가족들이 먼저 학살당한 뒤 성폭력의 희생물이 됐다.

1991년부터 10년 넘게 벌어졌던 시에라리온 내전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반군인 혁명연합전선(RUF)의 성폭력에 시달렸다. 그 가운데 일부는 소년병의 제물이 됐다. 현지취재 때 만난 한 소년병 출신은 "마약에 취해 어른 반군들이 하는 짓을 흉내 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2004년 이래 100만 넘는 난민을 낳은 수단 동부 다르푸르 지역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곳 많은 여성들이 인종청소를 내세운 성폭력에 눈물을 흘리는 중이다. 수단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아랍 민병대(잔자위드)는 비(非)아랍족인 다르푸르 지역 흑인들의 반정부 반란을 진압한다는 구실로 대량학살과 강간 등 전쟁범죄를 저질러왔다.

199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난민구호단체 '국경없는 의사회'(Doctors Without Borders)는 피해자 증언들을 바탕으로 다르푸르 지역에서 500건에 이르는 강간 사례를 기록했다.

제네바협정(1949년)이나 1998년에 채택된 국제형사재판소(ICC) 법규에 따르면, 성범죄는 중범죄다. 유엔이 헤이그에 설치한 유고전쟁범죄재판소와 아프리카 아루샤에 설치한 르완다전쟁범죄재판소에는 성범죄자들도 붙잡혀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스스로를 운이 없다고 여긴다. 현실적으로 성폭력범이 전쟁범죄자로 다스려지는 경우는 극히 소수다.
(사진)수단 다르푸르 지역에서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한 여인.

필자 이메일: kimsphoto@yahoo.com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