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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죽음은 미국측에게만 '분수령'이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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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죽음은 미국측에게만 '분수령'이 될 뿐"

<현장 르포> 자르카위를 찾아서 <하>

우리의 택시기사 압둘라를 비롯한 여러 요르단 사람들과 얘기를 나눈 끝에 내가 분명하게 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결론은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가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뿐이었다.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이라크에 있는지 없는지, 그가 실제로 지휘한 저항활동이 어디까지인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자르카위가 시리아의 세속정부와 연계를 맺고 있다는 미국측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사담 후세인이 오사마 빈 라덴의 종교적 근본주의에 반대했듯이 시리아 정부가 자르카위와 같은 근본주의자와 협력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부시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을 빈라덴 및 자르카위에 억지로 연계시켰던 것처럼, 이제 와서는 다음번 공격대싱인 시리아 정부를 제멋대로 자르카위와 연계시키고 있다. 또한 자르카위를 이라크 내 저항활동과 계속 연계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내의 저항활동은 전세계적인 이슬람성전을 꿈꾸는 자들이 아니라 자신의 땅에서 외국 점령군을 몰아내려는 이라크 민족주의자 및 바트당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주장은 분명 엉터리다.

따라서 자르카위가 실제로 이라크 안에서 저항활동을 벌이고 있고, 언젠가 실해당한다 하더라도 그의 죽음이 이라크인들의 저항활동에 미칠 영향은 거의 미미할 것이 분명하다. 그의 죽음은 미국측에게만 '분수령'이 될 뿐, 아무 것도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 내건 2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타먹기 위해 자르카위를 추적하는 사람이든,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의 삶의 행적을 추적하는 사람이든, 또는 토라보라의 동굴 속에서, 팔루자의 폐허 속에서, 아니면 시리아 접경지역이나 라마디의 사원에서 자르카위를 찾는 사람들은 아마도 기묘한 허공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실제의 자르카위가 이라크 또는 다른 곳에 있든, 또는 어떤 저항활동을 하든 안 하든 간에 그의 실제 존재는 전설의 자르카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아마도 그는 부시 행정부에게는 테러리스트 중의 테러리스트(오사마 빈 라덴이 허공 속으로 증발해 버렸으므로), 이라크 저항세력에게는 불청객, 일부 성전의 몽상가들에게는 환상 속의 인물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들 모두를 합쳐놓은 것일 수도. 그러나 어떤 경우든, 자르카위라는 인물은 그 자신이 만들어냈건 아니건, 전설 속의 인물로 사라져 버렸다. 설사 죽었다 해도 그는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는) 죽을 것 같지 않다. 반대로 살아 있다 하더라도 대중들의 기억 속에 있는 자르카위의 신화를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가 실제로 어떤 사람이냐와는 관계없이, 지하드 웹사이트나 미군 성명 속의 '그'는 이제 이라크 점령 및 부시 행정부-그를 악마의 화신으로 덧칠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그 신화적 효용성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라크, 요르단, 그 외의 다른 곳에서 '그'에 관해 듣게 될 것이다. 자르카위에 관한 신화가 이제부터는 어떤 누구의 통제로부터도 벗어나 잔혹하고 피어린 이라크 점령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얽히게 될 때까지 자기증식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물론 그동안 부시 행정부는 자르카위(나아가 그를 모방하는 세력들)는 물론이고, 자신들이 해방시켰다고 주장하는 이라크인들과도 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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