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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사업에서 보상분쟁? 소 잃기 전 외양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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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공익사업에서 보상분쟁? 소 잃기 전 외양간부터"

공간연구집단의 '도시에서 유목하기' <3>

대규모 공익사업에서 토지보상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증가추세에 있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3년에 공익사업 대상지의 토지 및 건축물 소유주(이하 지주와 건물주)가 사업시행자가 제시한 보상에 대해서 토지수용위원회에 신청한 수용재결과 이의재결 처리건수는 각각 약 9백20건, 8백20건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토지보상 분쟁이 증가하는 이유는 공익사업 물량이 증가한 탓도 있겠지만, 보상가와 실거래가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천안시 신부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을 살펴보면 사업시행자는 평당 1백47~2백54만원의 보상가를 제시한 반면 이 지역의 평당 시세는 3백~5백만원에 이르렀다.

<표>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수용재결, 이의재결 건수

그러면 공익사업에서 보상가격이 실거래가격에 근접하면 토지보상 분쟁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대다수 보상 분쟁이 보상가격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보상에 불만을 토하는 사람들은 공공의 보상금 이외 생활권 보장, 이주대책 마련, 생계수단 대책을 공익사업 시행자에게 요구하고, 심지어 사업 자체에 반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익사업 시행자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공익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강제수용권을 발동하여 법적 절차에 따른 보상절차를 진행한다. 법적 절차 내에서 피수용자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은 보상가에 국한되어 있다. 공익사업에서의 보상분쟁을 살펴보면 보상가 협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강제수용 절차로 인한 것일 뿐, 보상 분쟁의 실제는 이외 다른 부문을 포함하고 있고 이를 살펴보아야 한다.

따라서 공익사업의 보상분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상가 분쟁이라는 돈 문제가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보상대상자들이 원하는 것을 살펴보고, 강제수용 앞에 이들의 바람이 묵살되는 과정을 보면서 보상분쟁의 원인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공익사업의 수용권과 보상의 형식적 협의**

공익사업에서는 사업시행자가 사업계획 결정자(중앙정부 혹은 시·도지사)에 의해 사업계획 승인이 이루어지면 수용권을 발동하여 대상지 토지를 강제 매수할 수 있다. 그럼 공익사업에서 사업시행자가 지주 및 건물주의 재산권을 강제수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익사업은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회기반시설, 가령 도로건설, 제방건설, 택지개발ㆍ재개발 사업 등을 통한 시가화용지 등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공익사업 수행시 지주 및 건물 소유자와 매수 협의를 먼저하고 상호간에 계약을 체결하면 필요한 토지 등을 매수하기 힘들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를 대비하여 공익사업 용지를 공익사업 시행자가 강제로 취득할 수 있는 “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에 근거한 토지수용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즉 사회적으로 필요한 시설이나 택지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공익사업의 시행주체는 강제수용권을 부여받는 것이다.

통상 공익사업으로 인해 재산권을 수용당하는 지주와 건물주에게는 포기해야 하는 재산권에 대한 보상금 및 이주대책비가 지급된다. 공익사업 시행자는 감정평가사 두 곳에 지주와 건물주의 재산권에 대해 감정평가를 의뢰한 후 두 곳 평가액의 평균값을 이들의 보상금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이주대책에 드는 비용을 이주대책비 명목으로 지급한다.

지주와 건물주는 공익사업 시행자가 제시하는 보상가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 사업시행자와 협의를 통해 보상가를 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협의가 무산된 경우 피수용자는 건설교통부 산하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보상금을 재심사해달라는 수용재결을 신청할 수 있다. 수용재결 후 수정된 보상금에 사업주체와 수용대상자 간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주와 건물주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보상금을 재심사해 달라는 이의재결을 신청하거나 법원에 보상금 책정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용재결과 이의재결 혹은 법원소송을 거친 보상금은 최초의 보상금보다 많지만, 그동안 지주와 건물주가 이를 위해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보상금이 많이 올랐다고 보기 어렵다. 신도시로 개발될 김포시 장기지구 택지개발의 한 사례를 보면 농지를 강제수용당한 지주는 보상가격을 평당 50만원 이상을 요구하였지만 사업주체는 평당 27만원의 보상가격을 제시하였다. 이 지주는 수용재결을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제의하였지만 보상가를 높이지 못한 채 작년 11월 자신의 토지를 강제수용 당했다. 그는 같은해 12월에 이의재결을 하여 올해 4월 10% 인상된 보상가격에 합의를 하였다.

이와 같은 보상 협의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공익사업 시행주체는 수용권을 발동하여 사업을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지주와 건물주는 보상절차에 협의과정이 있더라도 최후의 순간에는 공익사업 시행주체가 제시하는 보상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강제수용권 하에서 공익사업의 보상 협의 절차는 다분히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보면 이는 협의가 아닌 일방적인 보상금 제공 절차일 뿐이다.

***보상 분쟁의 실체**

그러면 보상금에 대한 협의가 형식적인 상황에서 보상가격이 낮은 것이 보상 분쟁의 핵심인가? 보상 분쟁의 다수 사례를 보면 피수용자들이 공익사업 시행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보상가격을 올려달라는 것만이 아니다. 공익사업으로 생계의 터전을 포기해야 하고, 타 지역으로 강제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의 대책을 요구하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보상분쟁에서 지주와 건물주가 요구하는 사항 중 하나는 이주대책이다. 대다수 강제수용당하는 지주 및 건물주들의 불만은 공공이 내놓는 보상가는 실거래가보다 낮아 근처의 집을 구할 수 없으며 주택가격이 낮은 타 지역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의 대안으로 사업주체가 내놓는 이주대책비가 보상가에 추가되어 피수용자의 이주대책이 그나마 마련되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의 이주대책을 보장하기에 부족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들이 제시하는 보상요구로 생계대책 상실과 생활권 해체에 따른 대책이 있다. 농촌의 경우 택지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대상지내 농민들은 농작지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주해야하는 난관에 봉착한다. 간척사업과 방조제사업이 진행되면 어민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어장 해체에 따른 생계 대책 수단이 아니라 당분간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생계보조금이다. 생계수단인 농토에서 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농민, 평생 직업이 어업인데 공익사업으로 생계수단을 상실하여 생계가 막막한 어민들에게 보상금과 생계보조금이 생계대책이 될 수 있겠는가? 기존의 생활권을 유지하고자 재정착하고 싶어하는 지주와 건물주들에게 주어지는 대책 역시 미흡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택지개발사업의 경우 이들의 생활권 해체를 막기 위해 이주민 정착촌을 조성하지만 재정착률은 높지 않다. 안산의 이주민 정착촌을 보면 택지개발 사업 이후 증가한 주택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기거주민들은 이주민 정착촌 입주권을 매매하고 타지역으로 이주하였고, 그 결과 이주민 정착촌의 재정착률은 30%를 밑돌고 있다.

***보상 분쟁의 원인과 해결방향**

이처럼 공익사업에서의 보상분쟁을 살펴보면 이는 돈 문제가 아니라 이들의 생계 그리고 수십년간 이루어온 이들의 생활권과 직결되어 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보상 분쟁에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기거주민들의 이주대책, 생계대책 및 생활권을 보장하는 보상체계를 수립하고 있다고 하니 희망이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로써 보상 분쟁이 해소될 것인가? 근본적으로 토지보상 분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공익사업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수용권을 발동하면서 지주와 건물주들의 의견이 보상에 반영될 수 없는 과정에 있다. 아무리 공익사업 시행자 그리고 정부가 수용 대상자들을 위한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해도, 이들의 의견이 개진될 여지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보상 프로그램은 수용대상 지주와 건물주들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익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공공의 시혜성 정책일 뿐이다.

그래서 공공의 폭력이라 볼 수 있는 보상절차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 강제수용권이 발동되기 이전에 공익사업 주체와 피수용자간에 협의가 먼저 이루어질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공익사업 주체는 보상가격과 이외 보상내용을 공개하여, 지주와 건물주들이 이를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보완을 요구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주와 건물주들이 자신이 요구하는 사항을 보상 체계에 반영할 수 있는 과정이 공익사업 진행 절차에 마련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은 독일과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들은 개인의 재산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는 취지에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의 취득절차로 1) 수용신청전의 협의 2) 수용신청 3) 수용절차중의 협의 4) 수용재결의 단계를 마련하고 있다. 수용재결에 의한 강제 취득 이전에 2번에 걸친 협의취득절차를 둔 것은 가능한 한 강제수용을 자제하면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되 수용대상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개진하겠다는 의도이다.

여기서 독일과 프랑스의 수용신청전의 협의는 한국의 토지수용에 앞선 협의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여의 경우 보상시기 및 방법 등에 대해 토지소유자에게 일방적으로 통지하는 형식적 협의인 반면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상당한 조건을 갖춰 피수용자에게 청약을 할 것을 요구하는 실질적인 협의과정을 진행한다. 이들은 이와 같은 협의를 사법상 계약으로 보고 협의를 거친다는 면에서 법적 절차 내에서 협의를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한국과 다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행정수도 건설, 혁신도시 건설 등 정부의 지방균형발전 정책 뿐만 아니라 다수의 택지개발 사업 시행에 따라 공익사업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들 사업이 진행되기 이전에 사업 대상지에 투기를 하여 이익을 보는 이도 있을 것이고, 공익사업으로 조성된 기반시설의 편익을 누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피수용자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배려는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보는 피수용자들이 직접 자신의 요구를 사회에 제시하고 얻을 수 있을 때 진정한 배려가 될 것이다.

혹자는 보상 절차에 피수용자의 의견을 개진할 단계를 마련하면 공익사업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사회적으로 필요한 시설 공급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다수의 편익을 위해 수용대상자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일 뿐이다. 공익사업으로 인해 토지 및 건축물을 강제 수용당하는 소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될 수 도 있다.

소수가 될 수 있는 그대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은 어리석지 않는가. 공익사업으로 보상분쟁이 발생할 때 그대는 시행주체가 제시하는 보상금에 합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당신이 요구하는 보상대책을 반영할 수 있기를 원하는가.

필자 이메일: aqua09@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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