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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여성이 비행기 운전석에 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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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여성이 비행기 운전석에 앉아야"

몽겔라 범아프리카의회 의장 "참여만으로는 부족하다"

"여성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기 위해서는 '남성과의 파트너쉽'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의사결정 참여 기회를 모색해왔죠. 그러나 이제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비행기에 단순히 타는 것만으로는 비행기의 속도를 통제할 수 없으니까요. 우리가 직접 그 운전석에 앉아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고의 지위를 확보해 비행의 방향을 설정해야 합니다."

20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9회 세계여성학대회의 개막식. 현재 범아프리카 의회(Pan African Parliament) 의장으로 기조연설에 나선 거투르드 몽겔라(Gertrude Mongella)의 당당한 '풍채'에 걸맞는 자신감 넘치고 부드러운 연설에 79개국의 2천2백여명 청중은 뜨거운 박수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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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쉽은 스킬, 여성들은 문제제기만 말고 행동해야"**

거투르드 몽겔라(50)는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UN 세계여성회의 사무총장으로 '여성권익증진을 위한 합의문'을 이끌어내 '마마 베이징'으로 불렸던 인물. 탄자니아 다에살람(Dar-es-Salaam)대학을 졸업한 그는 NGO활동을 펼치다 1975년 동아프리카 입법의회 일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그 후 탄자니아 여성부장관, 토지장관, 천연자원과 관광부장관, 대통령실 정무장관을 역임한뒤, 2004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범 아프리카 의회 의장을 맡았다.

몽겔라 의장은 "정치인으로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정치적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겁도 났다. 그러나 모험을 감수하며 정치권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치권이라고 말할 때 '그들'이 아니라 '우리들'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많은 여성들이 업적에 대한 인식이 적은 게 문제다. 글로벌화 시대에 여성들이 더 강해지지 않으면 예전보다도 훨씬 심각하게 '주변화'된다. 교육으로 연료와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핸들을 잡아야 한다"고 여성들의 주체적인 인식과 행동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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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리더십은 스킬이며 이를 갖춰야 모든 목표를 실현시킬 수 있다. 과거 여성들은 문제제기만 하고 행동이 뒤따라주지 않았으나 이제는 평화, 안보, 빈곤등 모든 문제를 '젠더' 관점에서 규명하고, 수동적 피해자보다는 능동적 참여자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탄자니아 강간에 30년형 책정, 르완다 의회의 46%가 여성"**

몽겔라 의장은 또 "최근 제 조국인 탄자니아에서는 강간에 30년형을 주는 법을 제정했다. 1984년 가장 끔찍한 인종학살을 경험한 르완다에서는 의회의 46%가 여성으로 구성됐고, 최근 새롭게 결성된 아프리카 연맹(AU)은 10개 위원회 가운데 5개 위원장이 여성에게 돌아가고, 회원국 대표자 5명중 여성이 1명 이상이어야 하는 여성쿼터제를 도입했다"고 소개하며 "이는 여성들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의사 결정권자에 로비하고, 르완다의 경우 여성들이 조국 재건에 열성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출산 전후의 관리 문제로 여성이 1분에 한명씩 죽어가고 있으며 이는 마치 점보기가 추락하는 것과 같은 인권"이라고 비유하며 "힙을 합쳐 고통받는 여성을 위한 건강, 교육, 법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몽겔라 의장은 기조연설 후 이화여대 본관에서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도 "개인적으로 세계의 남북격차 문제해결에 깊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하며 "그동안 개도국들은 서로를 협력대상으로 보지 않고 서구에만 비교해 스스로를 주변화돼왔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가 힘을 합쳐 현재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G8'에 견줄 수 있는 균등한 파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 칸쿤 때 '면 재배 보조금'을 철폐하자는 서구의 요구에 개도국들이 힘을 합쳐 막아낸 것이 좋은 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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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겔라 의장은 앞으로 10월에 열리는 탄자니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며, 현재 각종 NGO에서 후보 평가의 기준이 될 여성 아젠다 개발과, 여성들의 투표권 행사 운동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몽겔라 의장의 기자간담회 전문.

***몽겔라 의장 일문일답**

문 : 여성운동을 활발하게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몽겔라 : 나는 행운아였다. 제 고향인 탄자니아 빅토리아호의 Ukewere라는 섬에는 선교사가 지은 학교와 교회가 있었고 그 덕에 5살 때부터 학교에 다니며 좋은 교육을 받았다. 부모님도 제 학교 공부에 열성을 보이셨고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아프리카 여성으로서 대학교육을 받는 것은 흔치 않다. 이렇게 받은 특혜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다.

문 : 어린시절은 어떻게 보냈나?

몽겔라 : 고향은 생선, 과일등 식량이 충분한 곳이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고, 열두살에 기숙학교를 떠나기 전까지 고향의 부모 옆에서 학교를 다니며 지역사회의 축제등을 통해 고유 문화를 습득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자전거로 학교를 다니게 도와줬고, 어머니도 공부를 꾸준히 하도록 지원했다. 그러나 저 또한 아프리카의 많은 다른 어린이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해야 했다. 어떤 날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엄마와 우물가에 물을 길러야 했다. 방아 찧기, 땔감 마련은 아프리카에서하 어린이들의 몫이다.

***"미혼여성, 남편 잘 골라야"**

문 : 아프리카 또한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강한데, 남편이 사회활동을 충분히 지원해주나.

<사진 3>

몽겔라 : 아프리카는 가부장적 전통이 강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짙지만 이런 생각은 현재 점점 바뀌고 있다. 남편은 나의 훌륭한 지원자로 아주 적극적이다. 미혼여성이라면 남편을 잘 골라야 한다.(웃음) 잘못 고르면 여성들은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남편은 제가 선거나 국제 이동 일정이 생기면 이에 맞춰 휴가를 내 같이 가곤 했다. 또 아이들이 잘 먹는지 보살피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숙제를 잘 하고 있는지 지켜봐주는 훌륭한 베이비시터다. 요리는 잘 못하지만(웃음)

이렇게 가정 내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여성 발전이 굉장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엄마 역할, 전문적 활동을 같이 하려면 그 부분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저 또한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에 늘 감사하고 그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한다. 그런 부분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문 : 범아프리카 의회의 여성 비율은 50%에 이른다고 했는데, 아프리카에서 여성 정치 참여를 높인 적극적인 조치로는 어떤 것이 있나.

***"독립운동 함께한 아프리카 여성의 정치적 요구에 힘 실릴 수 밖에"**

몽겔라 : 여러 가지 국제회의가 아프리카 여성들의 요구를 대변해주는 좋은 기회가 됐다. 아프리카의 경우 독립운동에 여성들도 같이 참여하고 투쟁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나 대륙보다 남성들에게 여성들의 참여를 책임지라고 요구하기 쉬운 조건이다.

우리는 적극적임과 동시에 전략적으로 의회등 고위직에 여성 쿼터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성들이 참여를 두려워했지만 점차 여성들이 쌓은 업적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가 높아지면서 각 분야의 여성활동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현재 정상적인 투표 시스템이 갖춰지고 있다.

범아프리카의회 의정서에도 회원국 대표자 5명 중 적어도 1명의 여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회원국 자격을 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저는 선거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현재 여성들은 여성 아젠다로 후보를 평가하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교육받고 있다.

문 : 세계의 남북 문제에서 범아프리카 의회의 입장은 무엇인가.

몽겔라 : 개인적으로 이 문제에 깊은 관심과 의미를 두고 있다. 소위 개도국들은 지금까지 서로 협력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서구에 의존하지만 서구의 높은 기준에 미달돼 스스로를 주변화하고 소외시켜왔다. 개도국을 동등한 대상으로 보지 않는 서구에 맞서 이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가 손잡고 세계를 통치하는 G8에 균등한 파워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칸쿤 때 '면 재배 보조금'을 철폐하자는 서구의 요구에 개도국들이 힘을 합쳐 막아낸 것이 좋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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