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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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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명리학 <196>

동북아 금융허브는 구현될 것인가?

최근 우리 사회에는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이란 것이 적지 않은 화제 또는 화두로 대두되었다. 필자 역시 은행에서 정보시스템 기획업무를 맡은 적도 있고, 금융방면의 컨설팅 일도 한 경력이 있는지라 음양오행을 곁들여 얘기하면 재미있겠다 싶어 오늘의 주제로 삼았다.

휴일 저녁 밤늦도록 텔레비전을 보다보니, KTV에서 노 대통령 주재로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현황 점검 및 자문회의"를 중계하고 있었다. 흥미가 있던 주제인지라, 끝까지 지켜보았고 느낀 바도 많았다.

먼저, 가까운 거리에서 대통령을 지켜본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업무 스타일이나 성격이 어떻구나 하는 것을 잘 느낄 수 있었다. 상당히 진취적이고 실용적인 마인드를 가졌으며 포부도 대단히 크다는 인상을 받았다. 아울러서 한덕수 부총리의 지적이면서도 차분한 면모도 십분 느낄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중계를 지켜보면서 알게 된 것은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이 노 대통령의 적극적인 제의에 의해 출발했다는 것과 고학력 전문직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동기였다는 점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동북아 금융허브(hub)란 것이 과연 구현 가능한 것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 얘기해 보기로 하자.

먼저 밝혀둘 것은 금융 산업 육성과 금융 허브 육성은 일견 같은 금융이니 유사해보이지만, 내용 면에서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금융 산업 자체는 그 나라의 실물 경제와 궤를 함께 하여 발전하기 마련이지만, 금융 허브는 글로벌 차원에서 전 세계 여기저기에 흩어져있는 돈들을 불러 모으는 힘과 그것을 또 다시 흘려보내는 힘이 있어야 하기에 그 차원이 다르다.

금융이란 오행(五行)상으로 목(木)에 해당되는 기운이다. 목이란 사물을 양육하고 자라게 하는 기운이다. 금융을 대표하는 은행은 기업이 잘 자라도록 지원 육성하는 일을 하기에 오행이 목인 것이다.

금융이 목(木)이라 하지만, 좀 더 세분하면 보험은 생명이나 재산을 지켜주는 것이기에 목중수(木中水)가 된다. 은행은 목중목(木中木)이며, 증권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 필요한 자금과 관련되므로 목중화(木中火)가 된다.

목성(木性)을 주로 하는 금융이기에 목을 식상(食傷)으로 하는 물의 나라 사람들이 가장 능기로 하는 산업 분야이다. 다시 말해 수생목(水生木)에서 수(水)에 해당되는 나라 사람들이 잘 한다는 얘기이다.

지구상에서 그런 나라를 들면 당연 영국과 미국을 손꼽을 수 있다. 아울러 바닷가에 연한 지역이 또 그러하다. 줄여 말하면 뱃사람, 즉 무역에 능한 사람들이 금융에 능하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간지(干支)가 갑자(甲子)의 나라이니 목(木)에 속하는지라 잘 하면 영국이나 미국보다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금융을 제2의 장기로 삼을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여겨진다.

국제금융 허브(hub)란 금융의 국제중계기지라 생각하면 된다. 앞서 말했듯이 뱃사람 기질과 문화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가장 발달된 인프라와 문화, 동시에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면까지도 갖추지 않으면 어렵다.

금융 허브의 대표주자는 영국인데, 이 나라는 원래 무역으로 밥을 먹던 나라이기에 런던은 유럽과 중동의 돈을 받아들여 다른 곳으로 연결시켜주고 운용해주는 유럽의 대표적인 금융 중계센터가 되었다.

미국은 그 자체가 세계 제1의 부자나라여서 국내 금융자산도 많지만, 원래 뱃사람들의 후손이라 중계 기질을 발휘하여 뉴욕은 규모면에서 일등을 차지한다. 시카고는 선물(先物)이라는 금융상품을 만들어낸 결과 금융 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다.

스위스의 취리히 역시 유명한 금융 허브인데, 이 나라는 예부터 유럽의 중립지대로서 지중해와 북유럽간의 무역을 중계하던 곳이기에 금융 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다.

또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싱가포르가 있다. 이는 영국이 과거 아시아를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들을 무역 중계항으로 정하고 발전시켰던 점이 금융허브로서의 기초가 되었다.

또 케이만 군도처럼 조세피난처(Tax Heaven)라 불리는 특수 금융허브도 잇지만, 이는 사실상 영미 사람들이 섬나라 추장을 꼬드겨서 장소를 빌린 곳이기에 그냥 영미 금융허브의 하부 구조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오늘날 세계에서 국제금융 허브로 구실을 하고 있는 곳은 예외 없이 영미식 문화 내지는 교역중계 문화와 깊은 연관을 맺었거나 맺고 있는 곳들이다.

물론 금융 허브가 될 경우, 얻게 되는 이익은 대단히 크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서 영국 런던의 금융 허브는 무려 6조 달러에 가까운 금융 자산과 부채를 관리해주면서 한 해 동안에 순수하게 180억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것이 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로 인한 고용창출도 엄청나서 수백 개의 해외 금융기관을 포함해서 대략 7백여 금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만 해도 1백만에 달한다.

그러니 당연히 부럽고 시도해볼 만한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지만, 금융 허브란 것이 앞서 잠시 말했듯이 의지와 열의에 앞서 체질에 맞아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금융 허브의 핵심에는 교역 서비스 문화가 놓여있다. 이를 필자는 브로커리지(brokerage)문화라 부른다. 좀 더 노골적으로 '브로커'기질이나 문화인 것이다. 따라서 금융 허브는 목성(木性)으로 대표되는 금융 중에서도 수기(水氣)가 가장 강하게 서려있는 산업이라 할 수 있다. 수기(水氣)는 유통을 상징하는데, 금융허브는 금융 중에서도 유통 전문인 산업이다.

이런 '브로커' 문화는 명분을 중시하고 가치관을 중시하는 대륙적 기질이나 문화와는 다소 맞지 않는 구석이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의 선진경제가 이런 점 때문에 금융 허브에 관심이 없거나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체질이나 문화는 국제금융 허브와 궁합이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좀 더 쉬운 설명을 제시해보자.

은행이란 그 본질이 여관에 비유할 수 있다. 다만 투숙객이 사람이 아니라 돈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일반적인 여관은 고객이 오면 방을 제공하고 투숙료를 받으면 그 뿐이다. 그런데 국제 금융 허브는 숙박업만이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금융 허브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것은 국제 기준에서 빠지지 않는 설비를 갖춘 5성급 이상의 특급 호텔을 많이 지어놓고 영어 잘 하는 직원들을 충분히 확보해 놓으면 외국 관광객이 많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오류에 속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배경도 조만간 우리 경제 규모나 한ㆍ일ㆍ중의 규모를 생각할 때 많은 돈이 이 지역에 몰려있고 따라서 번듯한 시설과 영어를 잘 하는 종업원으로 갖춰진 '돈'의 호텔을 지어놓으면 금융 허브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발상이다.

금융 산업이 마치 대단한 지식집약인 양 얘기들을 하지만, 천재성을 요구하는 것은 극히 일부 기능이며 전체적으로는 별 대단한 지식이나 스킬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영어 잘 하는 직원을 양성하는 것도 노력만 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IT 인프라 역시 우리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역량이 있다.

이런 요소들은 우리 정부가 노력하기만 하면 별 어려운 난관이 될 수 없다.

다만 우리의 문화적 전통이 브로커 마인드, 즉 수기(水氣)의 마인드가 약하다는 것, 마치 우리나라의 러브호텔과 같이 장사에 철저하고 기민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당신이 러브 모텔을 하나 경영한다고 하면, 들락거리는 손님에 대해 숙박료와 팁만 잘 내면 그 투숙객의 직업이나 성격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질 필요도 개입할 필요도 없다. 결혼 안 한 젊은이들이 대낮에 잠시 투숙해서 섹스를 즐기든 말든 그것에 분개하면 모텔은 문을 닫아야 한다.

오히려 모텔 업주로서 당신은 물침대를 비치하고 섹스 채널과 각종 피임기구 또는 유희 기구, 그리고 일을 본 후 갈증을 달래주는 시원한 음료수까지 자판기를 놓거나 해야 수익이 오르는 것이다. 또 모텔 근처에 대형 나이트나 카바레가 있어서 그곳과 연계되면 더욱 좋다. 아울러 투숙객이 남들 몰래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은밀한 출입구도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래야만 서비스 좋은 모텔이라고 소문이 나서 돈을 버는 법이지, 순수한 의미에서 친절하다고 해서 서비스 좋다는 말을 듣기는 어려운 것이다. 오히려 친절하게 관심을 가져주면 고객들이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진짜 서비스란 고객이 원하는 것이라면 가치, 도덕관에 관계없이 제공하고 그에 따라 돈을 버는 것인데, 영미 사람들은 바로 이런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은행에 들어오는 돈이 검은 돈인지 흰 돈인지 묻지 않는다. 때로는 국제조폭의 돈도 있을 것이며, 마약 밀매단의 자금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금융 시장에서 한탕 해먹고 빠지기 위해 들어온 돈도 있을 것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최소한의 투숙 기준-이를 네가티브 시스템이라 한다- 만 세워놓고 그것을 충족하면 더 이상 묻지도 관여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 전통은 대단히 가치관을 중시하고 명분을 중시하는 맥락위에 서 있다. 그래서 응당 이런 저런 규제가 많기 마련이고, 막아야 하는 일도 많다. 이것을 놓고 고객들은 말이 많은 것이다. 그 중에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탈법에 가까운 의도를 지닌 돈들도 많다. 그러니 불만이 많아지고 해먹기 어렵다는 말들을 하는 것이다. 바로 돈의 속성이다.

전 세계의 별별 색깔의 돈들이 모여들어 잡탕 또는 혼탕을 만들어 다양한 경로로 이윤을 추구하면서 또 다시 흘러나가는 것에 봉사하고 그 봉사료를 챙기는 것이 금융 허브일진대, 선비와 사대부 정신으로 가득한 우리가 악마와도 타협할 수 있는 차가운 심장을 요구하는 이런 산업분야에서 성공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하겠다.

필자는 정부와 대통령의 동북아 금융 허브 구상을 폄하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고학력자들의 직장을 창출하려고 애쓰는 대통령의 진지한 자세를 중계를 통해 지켜보면서 사뭇 감동을 받았다.

다만 노 대통령은 금융 허브의 본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 마음과 성의는 십분 알겠지만, 정책을 세우고 애를 쓴다고 될 일은 아닌 것이 바로 국제 금융 허브인 것이다.

돈에는 얼굴도 체취도 가치관도 없다. 그저 돈은 돈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처럼 피가 뜨거운 사람들은 어렵고, 이른바 요즘 유행하는 쿨(cool)한 체질에 맞는 일이다. 동북아시아에서 금융 허브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생겨나기가 어려울 것이다. 생긴다면 한 20년도 더 뒤에 중국 위엔화가 국제화되면서 간상(奸商)의 전통을 지닌 상하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도 노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 비전문가임을 내세우면서도 혹시 동북아 금융 허브 구상이 정녕 무리한 것이라면 방향을 전환해서 국내 금융 시장 육성 방안으로 트는 것도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 같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이 필자에게는 일국의 대통령으로서 '역시'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다만 걱정은 관료들의 체질상 용기 있게'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말하며 나서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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