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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이전 '3대 복병'에 정부여권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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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공공기관 이전 '3대 복병'에 정부여권 '끙끙'

내년 선거-공공기관 반발-땅투기 재연, 당정갈등만 심화

1백17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최종 배치안 확정을 앞두고 정부의 미온적 이전작업 및 후속대책 등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반발로, 정부여권이 발표시기를 늦추기로 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듯한 당정 갈등외에, 이전대상 공공기관 89%가 충청권으로의 이전을 희망하고 경남-전남-광주-대구를 희망하는 곳은 단 한곳도 없는 곳으로 나타나, 이전지 확정발표시 공공기관 노조 등의 반발로 커다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부가 공공기관 이전지를 확정하고 여기에 기업 시범도시까지 확정발표할 경우 또다시 전국적으로 땅투기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어, 공공기관 이전은 정부여권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우리당 "공공기관 이전, 정부대책 추상적" 비판**

오영식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13일 오후 당정협의후 브리핑을 통해 "공공기관 최종 배치안을 마련하는 데 있어 당정간 밀도있는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다는 당 차원의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당정갈등을 밝힌 뒤, "당정이 좀 더 의견조율을 거치고 국회 차원의 의견수렴절차도 밟아 최종안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오 부대표는 또 "정부가 마련중인 수도권 발전 대책이 매우 추상적이고 피부에 와닿지 않는 중장기 계획이거나, (주민) 요구에 비해 매우 미흡하다는 참석의원들의 판단이 있었다"고 정부를 비판한 뒤, "14일로 예정된 국회 건교위에도 정부가 구체적인 배치안을 가져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정부의 미온적 일처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우리당은 수도권 발전과 관련한 의견 6백여건을 당 차원에서 취합, 정부측에 전달한 상태다.

당정은 이에 따라 오는 16일 등 한두차례 추가 협의를 거쳐 오는 20일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결정했지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사절차와 국무회의 심의 등의 일정을 감안할 때 최종안 발표시기가 이달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 부담은 모두 여당이 짊어질 텐데" 호통**

우리당과 정부 간의 엇박자는 본격적 회의 시작 전부터 감지됐다.

추병직 건교부장관이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관한 정부 보고를 드리겠다"며 실무 보고를 준비하자, 국회 건교위원장인 김한길 의원은 대뜸 "한국전력은 이전지가 결정됐냐"고 물었다. 공공기관 이전의 최대어로 꼽히는 한전 이전지가 결정되지 않는 한, 다른 공공기관의 배치도 유동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 장관이 "아직..."이라며 말꼬리를 흐리자 김 의원은 "한전이 어디로 간다는 결정이 안됐으면 우리는 더 들을 보고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며 호통을 쳤다. 김 의원의 단호한 태도에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도 당황한 듯, "우선 간략한 보고를 들어보시고 질문할 내용을 질문하시면 대답하겠다"며 보고를 서둘렀다.

김한길 의원은 이어 조영택 국무조정실장을 찾으며 "우리당 수도권발전특위에서 서울, 경기, 인천 3개 권역에 대한 지역발전대책을 정리한 자료를 보냈고 이해찬 총리에게도 이를 협의할 수 있는 당정간 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됐냐"고 다그쳤다. 이같은 수도권 대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김 의원이 내심 내년 5월 서울시장 출마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정무위 출석차 참석하지 못한 조 실장 대신 기획차장은 이에 "제 소관이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정부는 당과 협의에서 모든 문제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간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다소 두루뭉실한 대답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자, 김 의원은 "정부와 창구가 일원화 돼야 한다는 얘기는 이미 오래 전에 오간 것 아니냐, 아직도 진전이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호통을 쳤다.

김 의원은 "우리당 수도권 많은 의원들이 공공기관이전과 행정복합도시가 추진됨과 동시에 수도권 발전을 위한 청사진이 제시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상황의 진전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드린다"며 수도권 대책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회의는 곧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당정협의장 밖으로 때때로 고성이 들리는 등 진통은 계속됐다. 특히 김 의원외의 여타 수도권의원들도 정부의 추상적 수도권대책을 맹성토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이명박 서울시장, 한나라당 수도권의원들이 집요하게 정부의 수도권대책 부실을 공격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획기적 대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우리당이 참패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한 의원은 "정치적 부담은 결국 여당이 다 짊어지게 될 텐데, 설명조차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공공기관 89%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권 선호"**

정부여권의 또다른 고민은 이전대상 공공기관의 89.2%가 충청권으로 이전을 희망하며, 낙후지역인 전남-광주나 경남-대구로의 이전을 희망하는 곳은 단 한곳도 없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이 건설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공공기관의 이전 희망지역 및 지방자치단체의 이전 희망 공공기관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전 대상 1백77개 기관 중 설문에 응답한 1백59개 기관중 1백41개 기관(89.2%)이 충청권으로 이전을 희망했다. 특히 한전 KDN.한국남동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정통부 지식정보센터는 행정중심도시의 이전을, 대한주택공사.한국석유공사.중소기업진흥공단.한국전력기술.한전기공 등은 행정중심도시 인근의 대전 및 충남으로의 이전을 희망했다.

이밖에 강원도는 7개 기관(4.4%), 전북도는 6개 기관(3.8%), 부산 또는 경북도 3개 기관(1.9%), 제주도 1개 기관(0.6%) 등이었다.

반면에 경남.전남.광주시.대구시로 이전을 희망한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

이같은 '충청권 편중' 현상은 서울등 수도권과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으로,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직장을 지방으로 옮기더라도 가족은 계속 서울 등에 살게하고 자신이 통근 또는 주말상경하는 방식을 택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세운 공공기관 이전의 명분은 낙후 지방지역 발전으로, 낙후지역부터 우대해 공공기관을 대거 이전시킨다는 방침이어서, 배치안이 확정발표될 경우 공공기관 노조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공기관 이전+기업시범도시, 전국적 땅투기 재연 우려**

정부여권을 골머리 아프게 하고 있는 또하나의 걱정거리는 배치안 발표시 예상되는 전국적인 땅투기 재연이다. 특히 이번달에는 기업 시범도시 3~4곳도 동시에 발표하게 돼 있어, 부동산업계 및 투기세력들은 벌써부터 "또 한차례 큰 장이 설 것"이라며 군침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의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지지층이 대거 이탈하면서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정부여당은 설상가상으로 전국적 땅값 폭등까지 가세할 경우 지지기반이 회복불능의 상태로 붕괴할 것을 우려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부여권이 스스로 산불을 지른 뒤 산불을 어떻게 끌까 고민하는 형국"이라는 냉소적 평가가 나오고 있어, 과연 정부여권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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