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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오픈, 롤랑 가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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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오픈, 롤랑 가로스

최연구의 '생활속 프랑스어로 문화읽기' <28>

2005년 롤랑 가로스 컵은 스페인의 나달과 벨기에의 에냉-아르덴이 차지했다. 지난 6일 프랑스 오픈의 남자단식결승전에서 이 대회에 첫 출전한 19세의 라파엘 나달(스페인, 세계 5위)은 아르헨티나의 마리아노 푸에르타(세계37위)를 꺾고 우승해 파란을 일으켰다. 전날 있었던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벨기에의 쥐스틴 에냉-아르덴(Justine Henin-Hardenne)이 프랑스의 테니스 영웅 마리 피에르스를 꺾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해마다 5월말께에 열리는 프랑스 오픈은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테니스의 대제전이다. 프랑스 오픈은 호주 오픈, 영국 오픈(윔블던), US 오픈과 함께 세계 4대 토너먼트 중 하나이다. 이 네 개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것을 일컬어 사람들은 ‘그랜드슬램(Grand Slam)’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프랑스 오픈’이라고 부르지만, 원래 대회의 정확한 명칭은 ‘Internationaux de France de Roland Garros(프랑스 롤랑 가로스 국제대회)’이다.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Stade de Roland Garros)에서 열리는 국제 테니스대회라는 뜻이다. 그래서 보통 프랑스 현지에서는‘롤랑 가로스(Roland Garros)’라고 부른다. 롤랑 가로스는 파리시 외곽 뽀르트 오테이(Porte d'Auteil 오테이 문) 쪽에 위치해 있는데, 해 질 무렵이면 불법적 사창가가 형성되는 불로뉴 숲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다.

롤랑 가로스 국제 테니스 토너먼트가 처음 개최된 것은 1928년의 일이었다. 사실 그 이전에도 테니스 토너먼트는 있었다. 프랑스에서 첫 대회는 1891년에 있었지만 1928년 이전까지는 국내대회였고, 그것도 프랑스테니스클럽에 등록된 선수들에게만 개방되는 대회였다. 롤랑 가로스 국제대회가 탄생한 계기는 프랑스 테니스계의 풍운아였던 작크 '토토' 브뤼뇽(Jacques 'Toto' Brugnon), 장 보로토라(Jean Borotora), 앙리 코쉐(Henri Cochet)와 르네 라코스트(René Lacoste)가 1928년 미국에서 데이비스컵을 석권한 사건이었다.

이를 기념하고자 1928년에 스타디움측은 프랑스 테니스협회에게 이 스타디움 중 3헥타르를 무상으로 양도했고 이 자리에 오늘날의 롤랑 가로스 테니스장이 만들어졌다. 물론 그 해에 제1회 롤랑 가로스 국제테니스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왜 ‘롤랑 가로스 스타디움’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롤랑 가로스는 프랑스의 유명한 비행사의 이름이다. 그는 1913년에 처음으로 지중해를 횡단했던 프랑스의 영웅이었다. 원래 스타디움을 프랑스 레이싱 클럽과 프랑스 테니스 클럽과 같이 사용했었는데 1928년 스타디움측이 프랑스 테니스협회에게 스타디움의 일부를 양도하면서 딱 하나의 조건을 내세웠다. 다름 아니라 이 스타디움의 클럽 회원이며 10년 전에 작고한 비행사 롤랑 가로스라는 이름을 스타디움에 붙이라는 것이었다. 바로 이런 사연으로 인해 세계적인 테니스 토너먼트이자 스타디움의 이름에 프랑스 비행사의 이름이 붙은 것이다.

1933년 프랑스 테니스 영웅들이 차례로 패하면서 프랑스 테니스의 전성기는 끝났고, 1940년에서 45년까지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대회가 열리지도 못했다. 1968년 그 격동의 해에 롤랑 가로스는 그랜드슬램(프랑스어로는 그랑 쉴렘 Grand Chelem)중 처음으로 ‘오픈’ 토너먼트로 개최됐다.

70년대 말-80년대 초의 롤랑 가로스 오픈은 세계 스포츠계의 신화의 산실이었다. 롤랑 가로스가 낳은 최고의 스타는 역시 비욘 보르그(Bijörn Borg)다. 스웨덴의 테니스 신동 보르그는 이 대회에서 6번이나 우승했다. 이반 렌들(Ivan Lendl), 마츠 빌란더(Mats Wilander), 구스타보 쿠에르텐(Gustavo Kuerten) 등도 모두 롤랑 가로스를 통해 스타가 되었다. 여자 선수를 보면 크리스 에버트(Chris Evert),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Martina Navratilova), 스테피 그라프(Steffi Graf), 모니카 셀레스(Monica Seles)가 차례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오늘날 테니스는 축구에 이어 프랑스인들이 두 번째로 열광하는 스포츠다. 그 중심에는 바로 롤랑 가로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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