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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급해야 안심할 수 있다"

희망을 찾는 농업 살리기<8> 의식주가 아니라 식주의

<프레시안>은 '환경과 농업을 살리는 건강한 농지제도 개편을 위한 연석회의(농지제도 연석회의)'와 공동으로 최근 농지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통해 촉발된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공론화하는 기획을 마련한다.

이번에는 안전한 농업과 밥상이라는 모토하에 유기농민-도시주민 사이의 친환경농산물 직거래운동을 벌여온 서형숙 한살림 이사가 글을 보내왔다. 생태교육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먹거리 생산과 소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데, 농업을 포기시키고 그 버려진 농지에 도시 자본을 끌어들여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농업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절실함으로 새로 농사를 짓고자 하는 사람이 생겨나도 투기광풍으로 농지가격이 급상승해 농사지을 땅을 찾지 못하고, 그렇게 자급력을 잃어하는 이 땅은 점점 피폐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씨는 이렇게 되면 우리의 건강은 정말로 아무도 책임질 수 없게 된다고 경고한다. 편집인.

***의식주가 아니라 식주의(食·住·衣)입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까?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누구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바라기 때문입니다.

웰빙으로 온 나라 사람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며 식품 안전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습니다. 보통 옷은 혼용율을 확인하고 삽니다. 모 몇 %인지 순면인지 비단인지 살펴보지요.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해도 온 정보통을 다 동원해 조사합니다. 그러면서 정작 입으로 들어가는 먹을거리를 살 때는 어느 나라 산인지 무슨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있는지 써 있는 내용물표는 살피지 않았습니다만 이젠 많은 이들이 그에 신경을 씁니다. 잘못 입은 옷은 벗으면 되고 그릇된 정보는 다시 고치거나 한 번 후회하면 됩니다. 하지만 먹고 난 음식은 온몸으로 받아내야합니다.

병들어 고통을 겪어야 하고 돈을 치러야하며 때론 목숨을 내놓아야 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젠 의식주가 아닌 식주의가 우선인 세상이 되는 듯 합니다. 웰빙 바람으로 비교적 다가가곤 있으나 아쉽습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근본적이며 총체적인 생각을 한다면 참으로 행복할 텐데요.

총체적인 생각을 하며 제대로 먹으려면 옛 어른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생활을 살피면 됩니다. 어른들은 주변에서 난 제철음식을 자연에 가깝게 조리하여 드셨습니다. 또 축산물로 배불리지 않으셨으며 농약과 화학비료를 주지 않은 유기농산물을 잡수셨고 오랫동안 몸으로 실험한 음식을 골고루 드셨습니다.

이런 행동의 바탕은 세상 모든 먹을거리가 오묘한 자연의 교감으로 만들어지므로 그것과 더불어 서로 모시는 마음이었습니다. 사람도 여러 생명의 순환 고리 가운데 하나로 보아 음식을 남용하지 않았으며 생산과정에서나 처리과정에서 환경을 더럽히지 않았습니다. 음식을 기를 때나 만들 때나 먹고 나눌 때도 생명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그 가운데 한 두 가지만 실천하여도 제대로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쌀만 잘 먹어도 세상이 살아난다.**

조상님들은 주변에서 난 음식, 즉 걸어서 하루 거리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드셨습니다. 지금 시대로 원용한다면 수입식품을 배제하고 우리나라 농산물을 먹는 것입니다. 수입농산물은 재배 과정이나 수송과정에서 많은 양의 농약과 같은 화학약품이 뿌려집니다. 그것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져 병을 일으키고 자녀를 기형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상식적으로 더운 바다를 밀폐된 저장고에 든 농산물이 수십일동안 지나온다면 상해야 정상이지 온전할 리가 없지요. 그럼에도 수입식품은 보기에 멀쩡 하기만 합니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수입식품인 밀가루. 밀 문화 대신 쌀 문화로 가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국수 대신 떡국을 먹고 빵 대신 떡을 먹는다면 햄버거 대신 떡볶이, 떡꼬치를 먹는다면 가능합니다.

더구나 쌀은 보약중의 보약입니다. 동의보감에 보면 쌀은 기를 늘리며 속을 덥게 하며 위장의 기능을 좋게 하며 살찌게 하며 내장을 보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며 장과 위에 이익이 되고 귀가 밝아지고 눈이 맑아지며 혈맥이 통하게 하고 오장의 기운을 고르게 하여 안색이 좋아지게 하는 약효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쌀이 건강식, 미용식, 자연식이라는 국가적 판단아래 1990년대 중반부터 쌀 먹기 운동을 벌여 섭취량이 매년 3.3%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밥은 조상들이 몸으로 검증한 안전한 음식임에도 우리의 오랜 주식인 밥을 거부하는 분위기는 세상의 조류와 거꾸로 가는 셈입니다.

***제철 음식을 먹는다 것 또한 내 강토를 함께 지키는 일입니다.**

겨울 철 음식인 쌀만 잘 먹어도 몸과 환경을 살릴 수 있습니다. 여름 내 뜨거운 햇살을 담뿍 받고 자란 더운 음식인 쌀을 겨우내 먹으면 몸이 따뜻해져 별다른 난방과 남다른 보온 옷이 필요치 않습니다. 또 덤으로 겨울에 밥을 잘 먹으면 여름이 시원합니다.

그것은 논이 물을 담고 있어 기화열에 의해 기온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열기를 식히기 위해 어머니들이 여름철, 마당에 물을 뿌리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밥을 먹는 만큼 이 땅에 논이 보존될 것입니다. 논은 산소방출기능은 물론 토사유실 방지기능이 뛰어납니다.

흙이 1cm 만들어지는데 200년이 걸립니다. 해마다 유실되는 것이 3mm정도라고 하니 3년이면 200년치가 사라집니다. 그 아까운 흙을 못 쓸려가게 잡아두는 것도 논입니다. 여름철 보리밥 역시 몸을 시원하게 해 주어 한 여름에도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없이 부채로 견딜 수 있게 해줍니다. 보리(밀)는 쌀과 달리 추운 겨우내 자라 찬 기운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먹는 것은 내 몸 뿐 아니라 환경을 살리는 일입니다.

조상들이 드시던 유기농산물이란 말 그대로 유기적인 관계의 산물입니다. 사람은 알곡을 먹고 가축은 그 부산물을 먹습니다. 그리고 배설물과 먹지 못한 찌꺼기들을 발효시켜 퇴비를 만들어 땅으로 되돌립니다. 그 양분을 먹고 또 알곡이 자랍니다. 순환하여 사람, 가축, 자연 어느 누구에게도 해를 주지 않는 지속가능한 방법입니다.

조상님들은 억지로 만든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생명 모두를 자연의 일부로 여기고 자연과 소통했습니다. 간혹 수입 유기농산물이 좋은가 내 나라 일반 농산물이 좋은가 묻는 이들이 있습니다. 수입농산물이란 다 아시다시피 수송과정에서 까지 화학약품이 투입되고 알곡만 가져오기 때문에 우리 농산물 보다 훨씬 오염되어있고 내 땅을 거름지게 할 무엇이 없습니다. 또 내 땅에서 자라며 뿜어낼 산소도 없습니다. 반면 공기를 오염시키며 이동하는 매연만이 가득할 뿐이지요. 어떤 것이 좋은 지는 자명한 일입니다.

***"농지에 도시 자본 끌어들여 경기부양? 근본적인 '식량 개념' 없는 처사"**

농산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요즈음입니다. 조금만 생각을 돌려 보면 누구나 알게 될 시점에 와있는데 우리의 농업 포기 정책으로 우리의 건강은 아무도 책임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식량이 남의 손에 맡겨진다면 우리의 생명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게 됩니다.

농지소유제한 완화, 농지에 도시 자본을 끌어들여 경기부양을 하겠다는 것은 이런 근본적인 식량에 대한 개념이 없이 이루어진 처사입니다. 순수한 먹을거리 자체의 가치보다 다양한 부대 가치를 알지 못해 만들어진 경우입니다. 설사 경기부양엔 성공한다해도 투기광풍으로 이어질 뿐입니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농업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절실함으로 새로 농사를 짓고자 해도 농지가격의 급상승으로 더는 농사지을 땅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나아가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게 되어 안전하지 못한 식품섭취로 이어지는 병원비등 부대비용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이 땅은 더욱 피폐해지고. 이제 겨우 싹튼 많은 사람들의 제대로 먹고 제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는 여지없이 꺾이게 될 처지입니다.

***자급해야 안심 할 수 있습니다.**

<녹색평론>에 소개된 여성학자 마리아 미즈와 베로니카 벤홀트 톰슨이 쓴 한 책의 서문, ‘힐러리에게 암소를’에 보면 힐러리 클린턴을 부러워하지 않았던 방글라데시의 가난한 시골 사람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힐러리는 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풍요의 나라 대통령 부인으로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어떤 것도 살 수 있는 지위에 있습니다. 그녀는 지구 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사람인 방글라데시 여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났으나 ‘암소도, 자기소득도, 아이도 딸 하나뿐인 힘이 없는 사람’으로 보여져 오히려 동정을 받게 됩니다.

자립이란 것은 돈, 지위, 교육, 특권이 아닌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삶을 꾸릴 수 있는 기초적 생존수단을 자급할 수 있는 힘입니다. 그것을 갖고 있던 방글라데시 여인들은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없는 힐러리의 처지를 안타까워합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수입상품 가득한 슈퍼가 아니라 언제까지나 먹을 수 있는 내 땅의 내 나라 농산물입니다. 우리 농산물만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며 자급의 안정감을 줄 수 있고 이 땅을 풍요롭게 합니다. 밥 먹는 이 누구나 농업을 깊이 생각하며 법안을 만든다면 건강도 농업도 환경도 살아 훨씬 살 만한 세상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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