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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책임회피'에 시민들 "창경궁이 창경주점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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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책임회피'에 시민들 "창경궁이 창경주점 돼"

시민들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술잔치 하는 것 봤냐" 비판

1일 저녁 창경궁 명정전에서 세계신문협회총회 폐막 만찬에서 '음주-흡연' 사태가 발생한 것과 관련, 문화재청은 "우리의 역할은 허가 과정에서 주최측에 허가 요건을 전달하는 것일 뿐"이라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문화재청 "우리 역할은 허가요건을 강조하는 것일뿐"**

문화재청(청장 유홍준) 궁능활용과 관계자는 2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왜 흡연과 음주를 제지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물론 제지했으며, 엄청나게 많이 막았다"면서도 "그래도 7백여명이 넘게 왔는데, 더구나 야간에 어떻게 50여명의 행사 요원이 다 그들을 막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통제불능상태는 예측 가능한 일 아니었나. 애초부터 허가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행사 요원 배치나 참석자에 대한 주의사항 전달은 주최 측에서 하기로 돼있었다"며 "우리의 역할은 다만 허가 과정에서 주최측에 충분히 허가 요건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모든 책임을 주최측인 한국신문협회로 떠넘겼다.

그는 "문화재청은 분명히 신문협회쪽에 '흡연이나 음주는 안된다'고 신신당부했지만, 참석자들 본인이 안 지킨 것은 예측 불가능한 일 아니냐"며 끝까지 책임을 회피했다.

***시민 모니터링 "명정전 들어오자마자 담배 꼬나물더라...강한 조명도 문제"**

그러나 당일 현장에서 만찬장을 모니터링했던 김성한 문화유산연대회의 사무처장의 말은 다르다.

김 처장은 "흡연과 음주에 관한 사전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궁궐 안에 지정된 3군데의 흡연공간이 분명히 있음에도, 주최측은 만찬 전에 이에 관한 단 한번의 안내나 경고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참석자들 중 몇몇은 명정전에 들어오면서 바로 담배를 피워물더라. 그래도 행사 요원들은 별 제지를 안 했다. 다만 행사가 시작되고 나자, 요원들이 간간히 흡연 제지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음주'와 관련해서도 "외국 사람들은 와인이나 맥주를 음료로 생각할 수 있다지만, 한국의 정서상 이는 분명히 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명시설'에 대해서도 "창경궁 명전전에는 용상에 그림이 그려진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가 있는데, 야간 행사 관계로 문화재청측이 이 그림 뒤에 조명을 너무 밝게 비춰 문화재 손상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재청 측은 이에 대해 "조명으로 인한 문화재 손상은 근거 없는 말"이라며 "그러면 남대문의 조명은 어떻게 설치할 수 있겠냐. 막연한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박물관의 사진촬영을 금지하는게 문화재는 조명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인데, 다른 나라에서라면 야간에 대규모 조명을 켜고 문화재 터 앞에서 파티를 벌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위다"라며 "더구나 어제 비가 왔기 때문에 조명을 위한 발전차량에 스파크로 인한 화재위험도 배제할 수 없었는데 소방차량은 전무했다"고 비난했다.

***네티즌 "창경궁이 창경주점 돼"**

한편 문화재청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난장판 술잔치 하는 것 봤냐" "창경궁 안에다 천막 두르고, 음식 먹는 만찬 광경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창경궁이 창경 주점이 돼버렸다. 문화재청은 포장마차 사업도 하냐"등 시민들의 비판이 줄잇고 있다.

서울KYC, 문화유산연대회의, 궁궐산책'등 6개 관련단체로 구성된 '궁궐의 올바른 활용과 보존을 위한 시민모임'은 향후 ▲관리인원 활동 ▲인화물질 사용 ▲오·폐수 배출 ▲야간조명 위험 등 21개의 점검항목을 가지고 모니터링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만찬이 창경궁을 훼손했는지 여부'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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