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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는 왜 남자가 더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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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는 왜 남자가 더 많을까"

'평등문화 남성모임'이 말하는 '남성들의 관계맺기'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ひきこもり·방안에 틀어박힘)에서 남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여자의 두 배에요. 왜 그럴까요?"

서울여성의전화 소모임 '평등문화를 가꾸는 남성모임'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연 'Equality 남자가 사는 법' 강좌에 참석한 30여명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1일 서울 배제빌딩 1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번 강좌는 지난 26일 '포르노적 상상력'에 이어 두번째. '남성의 관계맺기'라는 이번 주제에는 김찬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한마디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원인이죠. 전 인구의 1%인 1백30만명으로 추산되는 일본의 히키코모리도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면서 늘어났거든요. 한 마디로 창피해서 안 나가는 거에요."

***"얼굴 근육도 안 쓰면 굳습니다"**

남성들은 또래들끼리의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좌절과 실패를 겪어도 이로 인한 감정을 은폐하거나 부정하는 식으로 훈련받기 때문에 감정 처리에 굉장히 미숙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아예 모든 인간 관계를 차단하거나, 자신의 상태에 대한 솔직한 성찰이 안되니 관계 속에서 상처 받은 것을 괜히 엉뚱한 데 화풀이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사진 1>

그는 99년 일본 영화를 처음 개방했을 때 개봉했던 기타노 다케시의 <하나비>를 소개했다. 주인공은 사회적으로 굉장히 능력있고 뛰어난 형사지만 집에 오면 아내와 한 마디도 하지 않을 정도로 사적인 관계에는 빵점이다. 애정이 있지만 아이와도 마찬가지. 그는 아픈 아내를 위해 산에 갔다가 차가 구덩이가 빠졌는데, 이를 빼내기 위한 최소한의 대화에도 실패한다. 아이와도 마찬가지. 소통이 전혀 안돼 쩔쩔매던 주인공은 결국 고독과 절망 속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관계에 서툰 사람들의 표정은 굉장히 딱딱합니다. 특히 중년 남자들이 그러한데, 같은 또래의 아줌마들이 언제나 웃을 준비가 돼 있는 것에 비하면 '니가 아무리 웃겨도 내가 웃나 봐라'하는 것 같죠. 인간이 어떤 영장류보다도 얼굴 근육이 다양하고, 이로 풍부한 표정을 지닐 수 있는 동물인데..."

***스스로를 불편해하는 남성들**

"안 쓰면 얼굴 근육도 굳는다"는 경고와 함께 이야기는 '주정에서 수다로', 남성들의 알콜 의존도로 넘어간다. "왜 술에 의존하지 않고는 솔직한 이야기를 못하냐"는 것이다. "술이 필요한 것은 감정이 억압돼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감정 표현이 아닌 배설이죠. 감정 해소에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그저 발산될 뿐"

소통하고 싶어도 할 내용이 없다면?

김 교수가 보기에는 대학교수의 일이 배우고 가르치는 일인데도 이를 너무 괴로워하는 교수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수들은 결국 학생들까지 괴롭게 만든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거운 사람들이 교수가 돼야 하는데, 자기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안하고 남들과 비교해 우월한 것을 유지하려다 보니 자기 삶을 수단화시키고 '자기'가 '자기'를 불편해하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비극이죠. 자기에게 없는 것을 있는 척 연출하는 게임이 남성들의 보편적인 허세문화"라며 "남자들 사이에서는 그게 높게 평가 받는다. 여러분도 자칫하면 그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로 시대가 바뀐다지만 자기다움을 거부하고 솔직한 내면의 목소리를 거부하는 남성들의 문화는 너무나 똑같이 재생산된다"라고 진단했다.

***"히딩크와 박지성처럼"**

대안적인 남성들의 관계란 없을까. 그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히딩크와 박지성의 포옹' 상기시켰다.

히딩크는 박지성의 가능성을 알아봤고, 키웠으며, 힘든 순간에도 믿어줬다. 멘토와 멘티의 관계다. 영화 <굿 윌 헌팅>이나 <기쿠지로의 여름>에서처럼 한 세대 이상의 차이가 나지만 우연히 맺어진 계기로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서로의 가이드가 돼주는 관계다.

"제 경우는 가족 이외에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나를 잘 알며, 오랜 기간 나를 잘 알고 키워주는 어른이 없었어요. 한국이 세대간 단절이 워낙 심각하다지만 남자들도 관계 속에서 큰 내면을 만나야 합니다. 그렇게 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것을 자기 안에서 화해해야죠. 인간은 다음 세대를 키우며 자기를 발견하는 존잰데 남자들이 바보같이 그것을 늦게 알게 되요"

<사진 2>

이날 강좌에는 '그렇게 이상적인 관계가 현실에서 얼마나 가능하겠냐'는 질문부터 '남자 친구의 소통 불능'에 대한 상담(?)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으며, 강의는 군대내의 전형적인 음담패설 풍경, 남성들의 피씨방을 통한 관계맺기, 자기 얘기를 극도로 꺼리는 남성 특유의 어색한 분위기등에 대한 묘사가 이어질 때마다 웃음이 터져나오는 등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한 20대 남성 참가자는 "남성들이 아버지로서의 부성을 깨닫고, 이와 함께 사회적 어른인 멘토가 되자. 더군다나 요즘은 빈곤과 학대 속에 부모도 학교도 없이 방치된 아이들과 청소년이 나날이 늘어나는 때"라는 말과 "김교수 스스로도 주말마다 딸과 딸의 친구들을 가르치고 같이 놀고 어울린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평등모임은 오는 3일 이대교육원 비폭력대화 전문강사인 캐서린 한씨의 '세상과 대화화기' 강좌와 함께 8일에는 권오광 평등문화 회원의 진행으로 '대안적 남성모델 모색을 위한 집담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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