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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국가유공자 예우법' 개정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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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국가유공자 예우법' 개정 진통

우리 '유공자 가산점 제한', 한나라 '유공자 범위 확대'

정치권이 '보훈의 달'을 맞아 관련법안 논의에 부심한 가운데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법> 개정을 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비유공자들의 반발에 공무원 채용시 유공자에게 돌아갔던 혜택을 줄이려 하는 열린우리당과, 유공자를 대폭 늘리는 한나라당 모두가 보훈단체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공무원 채용시 유공자 자녀 합격률 30%로 제한키로 **

열린우리당과 보훈처는 26일 당정협의를 통해 공무원 채용시 국가유공자 가산점을 받아 합격하는 자의 비율을 선발인원의 30%로 제한키로 결정했다.

우리당 이상민 제3정조위 부위원장은 회의후 브리핑을 통해 "국가 유공자에 대한 가산점으로 일반 응시자의 합격률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며 "일반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보장하면서도 국가유공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가산점에 의한 합격률 상한선을 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리당은 이를 위해 유공자 예우법을 오는 6월 임시국회에 처리할 계획이다.

이는 2003년부터 국가유공자 예우 대책의 일환으로 유공자와 그 자녀들에게는 공무원 채용과 공기업 취업시 시험 각 단계마다 과목별 만점의 10%를 가점하도록 시행해 오던 것을 다른 수험생들의 반발과 역차별 논란이 커지자 상한선을 정한 것이다.

실제로 1,2점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직렬별 공채나 소수 인원을 선발하는 기술직의 경우에는 가산점을 받은 유공자 자녀 독식 현상이 생길 정도다. 2003년 7급 검찰사무직 공채에서는 10명 전원이 가산점 혜택을 봤으며, 9급에서는 32.3%, 교육행정직에서는 42.9%가 국가유공자 자녀로 채워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정부가 그간 행정기관, 정부산하기관, 공기업 직원 선발시험에 적용해 온 가산점제를 교원임용시험으로 확대하자 수험생들이 헌법 소원을 제기하며 반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유공자 예우법의 부작용이 빈출하자 정부 여당은 '보훈의 달'에 유공자에 대한 혜택을 줄이는 법 개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고, 보훈단체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보훈단체, "믿었던 한나라당이..."**

한나라당도 국가유공자를 늘려보겠다고 유공자 예우법에 손을 댔다가 오히려 관련 단체들에게 혼쭐이 났다.

이날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등 보훈단체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입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중앙보훈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단체대표자들은 "한나라당 김병호 의원이 발의한 유공자 예우법 개정안으로 국가유공자 수준을 하향평준화 되게 생겼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의원은 '참전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을 경우 등'으로 국가 유공자 지정 규정을 세세하게 명시하고 있는 현행법을 6.25 및 월남참전자 모두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토록 고쳐 개정안을 정무위에 제출해 둔 상태다.

강달신 상이군경회 회장은 이에 대해 "이 문제는 참전해 희생당한 사람들의 명예와 예우에 관한 문제"라며 "'공헌과 희생'이라는 국가규공자 예우법의 제정 목적과 기본 이념이 붕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참전자들이 많으니 인기를 얻기 위한 입법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정병욱 대한민국전몰군경유족회 회장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상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밥그릇은 뺏어서 안 된다"며 "법안을 보면 참전 유공자들에 대한 예우도 보훈 기금에서 한다고 하는데, 그릇이 같은데 사람 수만 늘리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예기치 못한 반발이 쏟아지자 한나라당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몇 명이 법안을 냈다고 해서 당론은 아니다"고 면피하며 "대화를 하러 왔는데 너무 꾸짖지만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병호 의원은 "선배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절까지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참전용사를 국가유공자로 격상 시켜서 국가유공자의 의미를 희석시키려고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면서 "그러나 참전용사의 평균나이가 75세인데, 월 6만원을 받는다. 이런 분들을 모두 국가유공자로 하는 게 대한민국 발전의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은 "6월 공청회를 열어 여러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겠다"며 기본연금 확대, 보훈병원 방문 등 다른 대책들로 쏟아지는 반발을 간신히 무마했다. 강 대표는 "한나라당이 아니면 누가 이런 문제를 챙기겠냐"고 달랬지만, 보훈단체들은 "믿었던 한나라당이..."라며 일종의 '배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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