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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은 결코 우발적이지 않았다”

MBC <이제는…>, 생존자들 증언 통한 재해석 눈길

국민들은 요즘 26년 전 청와대 인근 궁정동 안가에서 벌어졌던 '10.26사건'을 여러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접하고 있다. <그때 그사람들>이라는 영화가 제작돼 한때 세간의 화제가 됐고, MBC는 <제5공화국>이라는 정치드라마를 통해 이 사건을 다루기도 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가 만든 <만화 박정희>도 시작과 끝을 이 궁정동의 총성 장면으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10.26의 진상은 아직 빙산의 일각이다.

***"궁정동 안가, 대통령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곳"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기획 김환균) 제작진은 오는 29일 방영되는 '10.26 궁정동 사람들'(연출 장형원)에서 궁정동 총성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들과 사건 발생 직후 처음 현장에 갔던 이들을 한 곳에 모았다.

먼저, 세인들이 10.26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가수 심수봉 씨는 당시상황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심 씨는 알려진 대로 박선호 중앙정보부 의전과장의 안내로 이날 궁정동 안가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심 씨는 연회에서 박 대통령의 유도로 제일 먼저 '그때 그사람'이라는 자신의 히트곡을 불렀다.

심 씨는 김재규 중앙정보부 부장에 대해 "아마 그런 계획이 있었는지 정말 무서울 정도로 경직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차지철 경호실장과 김재규 부장 사이에 언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사건 얼마 뒤 합동수사본부에 연행돼 "두 사람이 심하게 싸웠다"고 진술한 것은 합수부의 강압에 의한 자백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유석문 당시 중정부장 운전담당 사무관은 연회가 열리기 전 박흥주(중앙정보부 차장) 대령과 광화문에서 구두를 산 뒤 궁정동으로 향했다가 사건에 휩쓸리게 됐다.

유 씨는 그 전에 부마항쟁이 일어난 지역을 김재규 부장과 함께 돌아본 적이 있어 김 부장이 당시 시국상황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또 일각에서 김 부장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과 남산 중앙정보부가 아닌 육군본부로 향했던 것이 거사를 어그러뜨린 계기가 됐다고 해석하지만, 당시 김 부장이 육본으로 간 것은 군의 동태를 세밀히 파악한 뒤 장악하려는 필수선택이었다고 증언했다.

요컨대 김 부장의 거사는 차지철 경호실장과의 불화에서 빚어진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세밀히 계획된 행동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 총장도 이미 이를 눈치 채고 육본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김 부장이 건넨 사탕조차 독살을 의심해 차 안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

이같은 증언은 유석술·노수길 씨 등 당시 궁정동 안가에서 경비를 섰던 이들의 말과도 일치했다. 두 사람은 궁정동 안가의 경우 청와대 경호실에서도 정확한 소재를 아는 이가 드물 정도였고, 경비원들도 안가가 다섯 채로 분리돼 있어 자신들이 담당한 지역이 아니고서는 내부 구조를 모를 정도였다고 했다. 대통령을 제거하는 데에는 궁정동 안가만한 곳이 국내에 없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모든 안가의 경비는 유일하게 박선호 의전과장이 총괄하고 있었다.

***안가구조·피살현장 등도 최초 공개 예정**

<이제는…> 제작진은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국내언론 사상 처음으로 외부에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던 궁정동 안가의 구조를 미니어처로 복원해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궁정동 안가는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지난 93년 모두 철거된 뒤 시민들의 휴식처가 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제작진은 현재까지도 김재규 부장이 사용했던 본관 집무실만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또 박 대통령 피살 직후 현장에 도착했던 육군 과학수사연구소 현장감식팀이 촬영했던 미공개 현장 사진들도 공개했다. 이번 사진에는 박 대통령이 당시 소지했던 유류품과 차지철 경호실장 및 경호원들의 피살 당시 모습 등이 상세히 담겨져 있다.

제작진은 이밖에 '비운의 군인'으로 기록되고 있는 박흥주 대령의 서울고, 육사, 대위시절 사진들과 사형 직전 형장으로 끌려가는 박 대령의 마지막 모습도 최초로 공개한다.

장형원 PD는 "일부 관련자들은 26년이 지난 지금도 당일 현장의 모습을 외부로 발설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두려움을 갖고 있어 녹취까지 해놓고도 방영하지 관련증언들이 꽤 될 것 같다"며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김재규는 왜 쏘았는가'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품었던 의문점들을 이번에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PD는 또 "시간이 흘러 10.26 사건이 일어난 지 30년이 되는 해에는 이들의 증언과 함께 기밀이 해제되는 미국측 자료 등을 토대로 다시한번 10.26사건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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