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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중국 예산, 문제는 '삼공경비(三公經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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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중국 예산, 문제는 '삼공경비(三公經費)'

[中國探究] 공무의 투명성, 국민의 알권리, 부패 척결의 삼각관계

작년 한 해, 중국 정부는 6500억 위안(약 117조 원)의 적자를 봤다. 그래도 당초 예산보다는 500억 위안 정도 줄어든 액수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1일 2011년 결산 보고를 공식 발표했다. 보고서는 그에 앞서 지난 6월 2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우리의 국회에 해당)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재정부장관 셰쉬런(謝旭人)의 명의로 제출돼 심의를 거쳤다.

'2011년 중앙 결산에 관한 국무원의 보고'라는 제목으로 공표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의 공공 재정수입은 5조1327억3200만 위안으로, 이는 2010년보다 20.8%가 늘어난 수치다. 거기에 새로 투입된 예산안정조절기금 1500억 위안을 더하면 전체 수입은 5조2827억3200만 위안이 된다. 그러나 총 지출액이 그보다 훨씬 많은 5조9327억3200만 위안에 이르러 적자가 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보고서를 보도했던 언론들이 저마다 첫머리에 난데없이 공공기관의 출국 또는 출경(出境) 경비와 5조1327억 규모의 차량구입 및 운행비, 공무접대비를 적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작년 한 해 이들 경비의 합계는 93억6400만 위안으로 보고됐다. 보고서를 인용해 출국(경) 경비가 19억7700만 위안, 차량구매 및 운행비가 59억1500만 위안, 공무접대비가 14억7200만 위안이라고 세부 항목도 제시됐다. 아닌 게 아니라 '보고서'도 별도의 설명을 곁들여 전체 예산의 1%에도 훨씬 못 미치는 이들의 결산 내역을 상세히 설명했다.

중국에서 공무로 인한 해외 출장 경비와 차량구입 및 운행비, 공무 접대비는 이른바 '삼공경비(三公經費)'라고 불린다. 공무 집행 시 필요한 세 개 항목의 경비란 뜻이다. 이 말은 작년부터 중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신조어다. 작년 중국 국가언어자원모니터연구소가 선정한 '중국 내 시사‧정치류' 10대 유행어에도 선정될 정도였다.

'삼공경비' 문제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련 정보에 따르면, 당시 장시성(江西省)의 신위시(新余市) 정부 시찰단과 저장성(浙江省) 원저우시(溫州市)의 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가 이끄는 또 다른 정부 연수단이 미국을 방문한 사건이 각각 인터넷에 폭로됐다. 이들이 공무 시찰 명목으로 미국에서 쓴 돈 때문에 중국의 '라오바이싱(老百姓)', 즉 서민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위시 시찰단은 모두 열한 명이었는데 미국에 13일간 체류하면서 약 35만 위안(약 6300만 원)을 썼고, 원저우시 연수단은 스물세 명이 21일 동안 약 65만 위안(약 1억 2천만 원)을 썼다. 일인당 환산하면 약 500~600만 원 가량을 쓴 셈이다. 우리보다 물가가 낮고 체감 수입이 적은 중국 서민들에게는 큰돈이 아닐 수 없다. 두 사건은 중국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다.

그러나 약속이라도 한 듯, 이후에도 유사한 사건은 계속됐다. 2009년 1월에는 안후이성(安輝省) 방부시(蚌埠市) 국토자원국 공무원들이 5성급 호텔에서 한번에 2만6000 위안(약 470만 원)이나 되는 식대를 지불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그 중 술값이 1만 위안이 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얼마 안 돼 쓰촨성(四川省) 베이촨현(北川縣)에서는 재난 구조의 명목으로 110만 위안(약 2억 원)에 달하는 지프차를 구매해서 논란이 됐다. 그런 일들은 몇 달이 멀다하고 일어났다. 한 번 여론이 형성되자 유사 사건에 대한 제보와 폭로가 잇달아 터져 나온 것이다.

평범한 서민들의 분노와 의구심은 성난 물결이 되어 중국 사회를 덮쳤다. 당황한 중국 당국은 수습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2009년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중앙 정부의 수입과 지출 등에 관한 예산 항목을 공개했다. 재작년에는 처음으로 각 분야별 예산이 공개됐고, 올해는 98개 중앙 부처가 분야별 예산을 공개했다. 더불어 각급 정부 기관에도 투명하게 예산을 공개하라고 권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발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권고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작년만 해도 중앙 부처의 대다수가 결산 보고 후 '삼공경비'를 공개하라는 인민대표대회의 요구를 제 때에 시행하지 않았다. 물론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생소한 일에 대한 생소한 상황에 적응해야 할 시간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인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올해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까지 나서 '예산법' 수정이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중국의 '예산법'은 지난 1994년 '예산관리조례'를 대체하면서 제정, 1995년부터 시행돼 왔다. 그러나 예산 공개에 관한 조항은 미비했다. 올해 중앙의 결산을 보고받는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예산법 수정안'을 마련해 '삼공경비'를 포함한 예‧결산을 모두 공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심의했다. 그 사이 다급한 정부는 법보다 제정이 쉬운 '기관사무관리조례(機關事務管理條例)'를 공포해 '삼공경비'의 규모와 비율을 엄격히 통제하도록 했다. '인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6년 이미 제정된 '당정기관국내공무접대관리규정'이나 2008년 시행된 '정부정보공개조례' 등에서도 이미 유관 규정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전문가들은 '조례'나 '규정'이 그다지 효력이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문제는 '예산법' 개정으로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제도는 언제나, 그리고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제도라기보다는 그 제도가 관습이 되고, 이데올로기가 되어 고착될 때 더욱 커지는 법이다. 나아가 그것이 정서화 되면 더욱 바꾸기 어려워진다.

지금 중국 사회는 '삼공경비'를 놓고 '라오바이싱'과 '공무원' 간의 정서적 내분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삼공경비'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서민의 알권리와 공무 집행권 사이에 놓여 있다. 공무원들은 억울할 만도 하다. 해외 교류 업무는 물론 공무 출장이나 접대비용 지출에 아무래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활발한 정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공무원들은 정부 수입의 절대 비율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참고로 작년 한 해 중국의 비(非)세수 수입은 2695억6700만 위안에 불과했다. 전체 수입의 5% 남짓한 규모다.

중국의 성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서라면 중국 정부는 더욱 투명한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삼공경비' 지출 그 자체가 아니라, 민심과는 동떨어져서 줄줄 새나가는 세금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거기에는 중국 공무원들의 헤아리기 어려운 부패 문화가 트라우마로 작동하고 있다. 지금 중국에선, 공무의 투명한 집행과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밑바닥 부패의 척결이라는 문제가 '삼공경비'와 뒤얽혀 씨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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